이 연구의 목적은 통일 이후 독일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화변동의 양상을 일상문화(여성, 청소년), 예술문화(문학, 연극, 영화), 공론문화(언론, 학문, 지식인)의 3개 영역 8개 분야에서 추적하여, 정치경제적 체제통합의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의 통일논의 ...
이 연구의 목적은 통일 이후 독일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화변동의 양상을 일상문화(여성, 청소년), 예술문화(문학, 연극, 영화), 공론문화(언론, 학문, 지식인)의 3개 영역 8개 분야에서 추적하여, 정치경제적 체제통합의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의 통일논의를 문화적 차원으로 심화, 확장하려는 데 있다.
독일통일은 체제통합이 통일의 완결이 아니라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진정한 의미의 통일은 분단체제하에서 이질화된 두 지역 주민들 사이의 상호이해와 소통, 즉 ‘문화’의 차원에서 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우리 연구팀은 지난 40년간 두 체제로 분열되어 있다가 재결합하면서 총체적 문화변동을 경험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한반도 통일 이후 일어날 문화변동의 강도와 방향을 예측하고 바람직한 문화통합의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1차년도에는 문헌연구를 통해 각 영역별 문화변동의 구조와 양상을 파악했고, 2차년도에는 베를린대학 동독문제연구소, 브레멘대학 독일문화연구소 등 독일협력연구소의 협조를 얻어 인터뷰를 포함한 현지연구조사를 수행함으로써 각 영역별 문화변동의 내용과 특징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1, 2차년도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상문화영역>
● 여성: 동독여성은 자본주의적 생활양식과 가치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주의적 공동체 의식과 참여 의식에 기반한 새로운 여성상과 여성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 청소년: 동독청소년은 통일독일이라는 변화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세대이면서도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에 급속히 젖어들고, 극우적 정치선동에 휘말리는 등 통일독일사회의 명암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예술문화영역>
● 문학: 동독의 문학장은 붕괴했지만, 두 체제를 경험한 동독출신 작가들은 통일이 개인의 삶에 미친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한 문제작을 발표함으로써 통일독일문학을 주도하고 있다.
● 연극: 제도로서의 동독연극은 사라졌으나, 예나극단 같은 동독지역 극단들은 통일 이후 변화한 환경 속에서 실험적인 연극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독일연극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 영화: 동독의 유일한 국영영화사인 DEFA는 청산되었지만, 안드레아스 드레젠과 같은 동독출신 감독들의 ‘동독적인’ 영화는 현재 ‘가장 독일적인’ 영화로 평가되고 있다.
<공론문화영역>
● 언론: 동독의 관제언론은 서독 언론체제에 편입되었지만, 동독지역에 신설된 공영방송은 동독의 문화적 전통에 뿌리를 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동독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학문: 동독의 대학 시스템과 학문을 구성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는 붕괴되었고, 민족주의 논쟁, 정상국가 논쟁, 전체주의 논쟁에서 드러나듯이 분단시대에 금기시되었던 쟁점들이 학문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 지식인: 분단의 종식과 함께 지식인의 위상은 동서독 공히 급격히 추락했으나, 냉전의 해체와 세계화라는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사회적 역할과 참여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1,2차년도 연구의 결과 우리는 통일초기에는 서독의 문화가 일방적으로 동독지역에 이식되었지만, 동독지역 주민들의 가치관, 세계관 및 문화적 전통이 서서히 서독의 문화 속에 스며들어가면서 새로운 통일독일 문화가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연구팀은 1, 2차년도 연구결과를 토대로 총 13편의 논문을 학진 등재지에 게재했다. 또한 우리는 선행연구 <통일 이후 동서독 사회문화 갈등 연구>의 조사 자료들을 정리, 분석하여 문화변동의 큰 틀 안에서『통일독일을 말한다』3부작을 출간했다. 이 책은 경남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 대학원 등 통일 관련 교육기관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일부, 통일연구원 등에서 필독 권장도서로 추천되어 정부 통일관련 정책 수립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연구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질적인 두 체제로 분단되어 있던 하나의 민족이 다시 하나로 융합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화변동의 양상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한 국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으며, 이미 성과를 인정받아 2007년에 한국학술진흥재단 기초학문육성지원사업 인문사회분야 우수연구성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연구의 결과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과 냉전 지역으로 남아있는 한반도 통일의 미래를 위해 시사점을 제공하고, 특히 통일의 문화적 차원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켜 통일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