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우드 아래서』(Under Milk Wood)는 딜런 토마스(Dylan Thomas)가 심혈을 기울여 써서, 죽은 후 방송된 라디오극 형식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두 명의 화자가 하루 동안 웨일즈의 ‘싸레깁’(Llareggub)이라는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등장인물을 만나는, 이른 바 ‘목 ...
『밀크 우드 아래서』(Under Milk Wood)는 딜런 토마스(Dylan Thomas)가 심혈을 기울여 써서, 죽은 후 방송된 라디오극 형식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두 명의 화자가 하루 동안 웨일즈의 ‘싸레깁’(Llareggub)이라는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등장인물을 만나는, 이른 바 ‘목소리 드라마’이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 작품의 언어의 밀도가 『율리시즈』의 그것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지만, 토마스는 자신의 작품은 낭송용임을 누차 이야기하면서, 온갖 효과적인 장치를 고안했다고 암시했다.
그는 낱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낱말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단음절 낱말로, 일상생활과 연관되어 있되, 어린아이가 일차로 배우는 친숙한 낱말이었다. 따라서 추상적인 개념을 거의 갖지 않으며, 대부분 감각적 체험 특히 시각적 · 청각적 체험에 기반을 둔, 짧은, 앵글로색슨 계열의 낱말이었다. 그는 이런 낱말로 사물의 물질성을 충실하게 전하도록 노력했다.
한편 그는 오랫동안 낱말을 습관적으로 쓴 나머지, 그것이 지시하는 사물의 물질성이 전해지지 않는 불만에서 여러 가지 장치를 고안했다. "오래된 책략(old tricks), 새로운 책략(new tricks), 펀(puns), 합성어(portmanteau-words), 파라독스, 인유(allusion), 패러노메이시아(paranomasia), 패러그램(paragram), 용어의 오용(catachresis), 속어(slang) . . . 낱말의 찌그러뜨리기(twistings)와 감아넣기(convolutions), 창안물(inventions)과 고안물(contrivances)"이 그것이며 이 작품에서 이런 기법이 확인되었다. 한편 그는 연상적 의미가 덕지덕지 붙은 언어를, 빛이 나도록 닦고, 다른 낱말과 새로이 결합 · 배열하여, 최초의 낱말만큼 신선하게 만들려고 평생 고심했다. 그가 노린 것은 글의 물질성 즉 "thingness"이다.
그는 낱말의 ‘개념’에 의존한 만큼 낱말의 ‘소리’에도 의존했다. 그 소리의 미적 음향을 위해 그는 두운(alliteration), 자운(consonance), 유운(assonance), 내운(internal rhyme), 스프렁 리듬(sprung rhythm), 의성어, ‘음운 교차대구법’(phonemic chiasmus) 등을 썼다.
이 작품의 음악적 효과를 분석하기 위하여, 하루 중 오전, 오후, 밤, 세 때를 묘사한 글을, 자수로 따져 같은 길이로 예시하고는, 각각의 글에 어떤 음향적 특징이 있는지를 살폈다. 오전의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는 연구개파열음(velar plosive) /k/음과 /g/을 저전모음(low front vowel) /æ/음과 후전모음 /ɔ/음과 결합되어 가능했고, 리처드 버튼(Richard Burton)이 낭송할 때 강세는 87번이나 들어갔고, 41초만에 읽어서 활기와 속도감이 넘쳐났다. 오후의 묘사에는 부드러운 치경측음(alveolar lateral), 연구개측음(velar lateral)을 고후모음(high back vowel)인 /u:/과 배합하여 나른한 감이 제시됐으며, 강세는 81번 들어갔고, 그가 읽는 시간도 66초나 걸렸다. 한편 밤의 은밀한 바람과 어둠의 흐름은 계속음(continuant)인 /v/음, /s/음, /z/음을 장모음인 /i:/음과 결합하여 그려냈으며, 강세는 71번 들어갔고, 읽는 시간도 71초나 걸렸다.
이처럼 토마스는 이른 바 "소리의 미학"을 창안했는데, 이것은 시의 의미에 상응하는 "청각적 상관물"(auditory correlative)을 찾으려는 노력 끝에 가능한 것이었다. 일정한 주제나 플롯을 가지지 않는 『밀크 우드 아래서』가 예술품으로서 가지는 생명력은, 그것의 ‘내용’이 아니라, 이런 유기적인 ‘형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