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아프리카대륙의 상단을 남북으로 분리하는 사하라사막을 중심에 두고, 흑아프리카와 아랍제국 양 지역간의 협력과 갈등 관계를 정치, 경제, 역사, 종교, 문화의 차원에서 분석하여 아프리카 통일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명하는, 방대하면서도 논점의 축약이 분명 ...
본 연구는 아프리카대륙의 상단을 남북으로 분리하는 사하라사막을 중심에 두고, 흑아프리카와 아랍제국 양 지역간의 협력과 갈등 관계를 정치, 경제, 역사, 종교, 문화의 차원에서 분석하여 아프리카 통일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명하는, 방대하면서도 논점의 축약이 분명한 소형 연구프로젝트이다. 문헌연구와 해외 현지조사를 병행하는 본 연구에서 일차적으로 양 지역간의 역사적 관계가 간략히 언급될 것인 바, 그 내용은 이미 중세 이후부터 사하라사막을 종단해온 대상무역의 양태와 그 종교적, 문화적 영향을 분석하게 된다. 수세기간 지속된 교역으로 사하라 남부에 인접한 사헬지역의 국가들이 대부분 이슬람권에 편입되는 과정과 유럽식민통치가 미친 영향을 분석할 것이며, 그 결과로 오늘날 흑인문화와 이슬람의 접경지대인 나이지리아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이슬람법규 샤리아(Shari'ah)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분석될 것이다. 다음으로 범아프리카주의의 태동과 확산, 그리고 변화과정을 조명한다. 노예무역으로 미주대륙에 강제이주된 흑인 디아스포라(Diaspora) 사회에서 시작된 이 통합이념은 유럽 식민통치 하의 아프리카대륙에 유입되면서 가나의 엔크루마를 비롯, 세네갈의 셰이크 앙타 디옵(Ch. A. Diop) 등 많은 흑인 통합론자들을 배출했으나, 1960년대 독립과 함께 OAU 창설 등 아프리카대륙 전체를 하나로 묶는 ‘아프리카 통일(African Unity)’ 운동으로 변질되고 마는 바, 그 이유를 Ch. A. Diop의 사하라를 횡단하는 북회귀선을 경계로 하는 흑인들만의 거대한 연방국가 설립 제안을 통해 설명할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독립 이후 결국 아랍문화권의 일부인 북부아프리카를 포괄하는 OAU가 창설되어 아랍산유국들로부터 많은 경제원조를 받아내기도 했지만 그 규모와 효율성에 한계가 있었음을 분석한다. 양 지역간의 경제교류 전반을 종합하면서 지원국과 수혜국간의 종교적 연계와 함께 흑인들의 메카 성지순례 등 인적교류 현황 또한 살펴볼 것이다. 21세기초 AU의 출범 이후에도 이스라엘 문제는 끊임없이 흑아프리카와 북부아프리카 간 관계진전의 암초로 작용하고 있어, 언제든 아랍권역 내부의 상황변화에 따라 AU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흑아프리카는 이제라도 아랍권과의 분리를 결행하여 독자적인 행보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논리의 전개를 혹자는 인종분리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도 하겠지만, 배타적, 공격적인 범아랍민족주의와 대치하고 있는 사하라 이남의 흑아프리카는 ‘늑대 앞에 선 양’이란 비유가 새삼스러울 만큼 무기력한 게 사실이다. 종교분쟁과 종족분규가 혼합된 수단의 내전, 과거 리비아와 차드간의 국경분쟁이 흑아프리카의 열세를 말해주는가 하면, 한때 극에 달했던 모리타니아와 세네갈 간의 유혈인종분규와 말리, 그리고 니제르 북부에서 지속적으로 문제화되고 있는 투아레그족의 자치를 위한 분리요구 등은 아랍문명권과 흑인문화권 간의 메울 수 없는 괴리를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흑아프리카의 자체적 통합 발전의 선결조건을 검토해 보는 것으로 연구는 마무리될 것이다. Nepad(New Partnership for Africa's Development,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반자 관계)가 바로 그 뒤늦은 자각의 산물임은 분명하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음 또한 사실이다. 유럽연합의 선례에서 보듯이 에너지, 교통, 보건, 통신, 환경과 수자원 관리 등의 기초 인프라산업을 범대륙적 초국가기구에 위임하고 개별 국가의 정치적 개입을 일체 차단한 채, 각 분야에서 통합의 효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점차 비경제분야, 즉 정치적 통일로 ‘스필오버(spill over)'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1963년 OAU의 창설과 함께 명문화되어 수많은 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해온 ‘국경불변의 원칙’이 대폭 수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유럽식민통치가 남긴 최대의 부정적 유산으로서, 현재의 불합리한 국가간 경계가 재편되지 않고는 대륙차원의 ‘규모의 경제’도 기대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