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푸코의 권력 개념
근대 사상 전반을 비판하기 위하여 푸코는 권력 개념을 상술한다. 하지만 주지해야 할 점은, 푸코의 관심이 권력의 개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침투해 들어가는 경로의 추적에서 발견되는 전략성, 권력의 전략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
1) 푸코의 권력 개념
근대 사상 전반을 비판하기 위하여 푸코는 권력 개념을 상술한다. 하지만 주지해야 할 점은, 푸코의 관심이 권력의 개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침투해 들어가는 경로의 추적에서 발견되는 전략성, 권력의 전략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폭로되는 것이 근대 권력이 만들어내는 훈육적 주체인 것은 명백해진다. 권력의 메커니즘 속에서, 객체화된 주체와 훈육적 주체를 만들기 위해 실시했던 효과적인 방법은 규율과 감시였다. 감옥에 대한 연구, 즉 규율과 감시에 대한 연구를 통해 푸코는 권력이 “지식-권력”으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신체에 작용하는 권력, 다시 말해 “생체-권력”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푸코가 계보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던 “생산적인 권력”은 객체화된 주체와 훈육적 주체를 만들기 위해 규율과 감시를 시행하고, 그 과정 속에서 “지식-권력”과 “생체-권력”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감시와 처벌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푸코가 도달한 또 하나의 중요한 결론은 생체-권력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책임 있는 주체, 법적인 주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요, 기능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교에서, 공장에서, 감옥에서, 군대에서 생체권력을 통해 개개인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주체로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권력은 “생산적인 권력”이라고 말한다. 푸코는 이를 통해 아이러니한 결론을 도출한다. 즉 개개인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주체가 되는 데 권력의 작동이 필수적이라면, 이제 권력 없는 주체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권력을 통해서 각자가 어떻게 자아를 구성해 가는 지가 문제가 되고, 권력을 통한 자기와의 관계가 중심에 놓이게 된다. 푸코에 의하면, 주체는 단지 생체-권력이 일방적으로 만드는 수동적 생산물로 전략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코드화하려는 힘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이 점이 들뢰즈 철학과 접속 가능한 지대이다.
2) 들뢰즈의 푸코
들뢰즈는 『푸코』라는 저서에서 푸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목적으로 자신의 사유를 전개한다. 그는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The Archaeology of Knowledge), 『감시의 처벌』, 『성의 역사 1』(The History of Sexuality 1, 2, 3), 그리고 『광기의 역사』 (The History of Madness), 『임상의학의 탄생』(The Birth of the Clinic), 『쾌락의 활용』(The Use of the Pleasure) 등을 분석하면서 푸코의 지식과 언어, 권력과 주체, 사건과 실체, 외부의 선 등에 대한 개념 및 시각을 자신의 철학으로 새롭게 덧칠한다. 그는 그 책에서 푸코의 개념에 대한 의미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푸코의 작품들을 자신의 관심에 맞게 변용시키며, 우리가 푸코와 더불어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특히 『푸코』는 1부 2장의 「새로운 지도제작자-『감시의 처벌』」을 중심으로 푸코의 권력 개념에 대한 분석이 두드러진다. 푸코가 권력이 인간 주체 속에 침투하고 사회적 관계 배치 속에 분산되는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권력의 미시물리학”을 강조하듯이, 들뢰즈는 권력이 자신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면서 유연한 선분성을 드러낸다고 하면서 “권력은 다이어그램적”이라고 정의한다. 권력은 미시물리학이라는 테제와 권력은 다이어그램이라는 테제에서 공통적인 사실은 “권력은 생산한다”, 즉 권력은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의 작동 방식과 권력-주체 관계, 그리고 권력이 설정한 경계를 허무는 “외부의 사유”가 들뢰즈 철학에 드러나는 다양한 개념들을 통해 분석 가능하다.
3) 노자의 권력 이미지
지금까지 『도덕경』은 정치에 대해 소극적․부정적 태도를 지닌 것으로 해석되어 온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도덕경』이 적극적인 정치적 대안을 제시한 정치학 텍스트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와 함께 『도덕경』에 나타나는 권력 이미지에 대한 성격을 논하기도 한다. 『도덕경』은 중국 고전들 가운데 가장 많이 번역되고 해석된 고전 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까다롭고 문제가 많은 저서 중의 하나로 꼽힌다. 왜냐하면 『도덕경』의 전편이 때로는 시적 은유로, 때로는 비유로, 때로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군주에게 권하는 충고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은 대개 비슷한 주장을 담은 메시지가 반복되고 체계적인 진술이나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덕경』은 무엇보다도 기존의 권력론의 의미를 해체시킨다. 이 점은 『도덕경』 전체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이야기된다. 노자의 이러한 권력 비판 속에는 국가 권력의 최소화를 지향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즉 인간의 욕망을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절제하게 하면서, 인간을 비롯한 만물의 생명 보존과 이를 위한 모든 착취적 행위를 부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기존 권력에 대한 비판을 통해 노자가 강조하는 권력의 존재 목적은 “도”의 생명정신, “덕”의 화육정신(化育精神), 자연의 자화정신(自化精神)을 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권력은 대상을 낳고서도 소유하지 않고, 이루고서도 자랑하지 아니하며, 키우고서도 주재하지 아니하는 현덕(玄德)을 구비해야 한다고 노자는 지적한다. 이는 “성인”의 덕이 지극히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지는 “무위지치(無爲之治)”를 함의한다. 이 “무위지치”가 권력의 존재 목적이 될 수 있고, 이 영원불변의 법칙을 알면 만물을 다 공평하게 포용한다. 즉 공평하면 그것이 왕도이며, 왕도는 곧 하늘의 법칙이다. 이렇게 “무위”를 통한 권력 행사 방식은 노자가 강조하는 “무위정치론”으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고, 물론 노자 사상에서 추론할 수 있는 권력 이미지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4) 들뢰즈의 노자
들뢰즈는 존재가 아니라 생성을 사유하려고 했고, 초월성의 철학을 비판하며 내재성의 철학을 하고자 했으며, 고체적인 안정성보다 액체적인 유동성을 잡아내고자 했다. 그는 존재가 아닌 존재 사이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하나의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 되는 변화를 주목하는 것, 그러한 변화의 내재성을 주목하는 것, 그것을 통해 끊임없이 탈영토화되고 변이하는 삶을 촉발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따라서 들뢰즈의 사유는 변이와 창조, 새로운 것의 탐색과 실험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고, 이는 긍정적이며 창조적인 삶과 관계가 있다. 물론 들뢰즈는 압제적인 기존의 담론과 제도를 탈영토화하는 창조적인 정치학을 실현할 것을 강조한다. 이 모두가 들뢰즈의 노마돌로지를 의미함은 물론이고, 우리는 그를 서양의 노마드 지식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노자는 동양의 노마드 지식인을 대표한다. 물론 노자 사상의 노마돌로지는 지배와 억압에서 벗어나야 할 뿐만 아니라 생성적인 삶과 사유의 방식을 살피는 것이다. 이는 권력의 끊임없이 지배와 종속의 구조를 저항 혹은 항거하면서 새로운 이론과 실천을 고민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노자와 들뢰즈 사유의 유사성이라 하겠다. 특히 노자 사상은 들뢰즈가 강조하는 억압되고, 코드화되며, 차단당하는 삶의 흐름을 탈주하는 것, 즉 “탈주선”과 관련이 있다. 들뢰즈의 “탈주선”은 권력이 작동하는 억압적 사회의 규준들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조하기 위해 기존의 코드들을 해체하는 흐름을 함의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이 노자는 “무위”를 통한 권력 행사 방식과 접속 가능한 것이다. 문자 그대로 저절로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즉 자연스러운 사물들의 운동에 간섭하지 않는 “무위” 개념은 주어진 사회의 원리와 코드를 해체하는 흐름으로서 “탈주선” 개념과 비교된다. 또한 노자 사상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도” 개념은 들뢰즈의 “기관 없는 신체”와 연관성을 갖는다. 즉 모든 종류의 형식과 형상, 이미지를 혁파하면서 내재성의 장을 여는 “도” 개념 속에서 권력 개념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을 들뢰즈 사유와 접속할 수 있다. 더불어, “도”의 실천 속에서 노자가 강조하는 “성인”은 들뢰즈의 “노마드적 주체”와 유사함이 있다.
5) 들뢰즈 관점에서 본 푸코와 노자의 권력 이미지
“외부의 사유”를 통해 동일자가 만든 동일자와 타자 간의 경계 허물기를 강조하는 푸코는 권력 분석을 통해 자신의 사유를 강화한다. 그의 권력 분석에서 주요한 관심은 권력이 생산적이라는 것이고, 그 “생산적인 권력”을 통해 주체가 어떻게 자아를 구성해 나가는데 있다. 여기서 주체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힘을 가진다. 한편 노자는 기존의 국가나 통치 수단에 대한 비판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노자 사상은 국가 지배를 배제하고 통치로부터 스스로 탈주하여 새로운 삶과 사랑의 생명성을 찾고자 한다. 더불어, 들뢰즈는 긍정적이고 탈영토화를 강조하고, 억압적인 사회적 재현들을 창조적인 전복과 압제적인 이데올로기적 코드들을 변형을 추구한다. 이들 세 사상가들 속에서 추론할 수 있는 공동적인 사유들 중 하나가 탈근대적 권력 이미지라고 하겠다. 이 권력 이미지 속에서 포획할 수 있는 공통된 주체 이미지는 사물과 사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노마드적 생명성의 입장에서 사유하고, 인간을 국가나 사회적 집단의 지배를 받는 왕-신하 혹은 국가-국민 관계를 지닌 주인-노예의 정착민이라는 타자로 보지 않는다. 이 주체를 들뢰즈적 용어로 “노마드적 주체”라고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