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3D 디스플레이, 홀로그래피(Holography),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 IMAX 3D, IMAX Dome 등 통칭 몰입형 미디어라고 불리는 미디어 환경이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
최근 들어, 3D 디스플레이, 홀로그래피(Holography),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 IMAX 3D, IMAX Dome 등 통칭 몰입형 미디어라고 불리는 미디어 환경이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에서부터 정부 정책, 학계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몰입형 미디어에 대한 여러 기획들이 시도되었고 수행 중에 있다. 이러한 기획들의 대다수는 사용자의 몰입을 정량적으로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몰입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기술을 혁신시켜 나가는데 주목적을 두고 있다.
몰입을 측정하는 지표 관련 연구만 하더라도, Witmer-Singer, SUS, ITC-SOPI와 같이 설문지를 통해 응답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방식에서부터, 프리만(Freeman)이나 프로쎄로(Prothero) 등의 연구자들로부터 제안된 피실험자 행동 관측의 방식, 그리고 ECG를 이용하여 심장박동이나 피부의 온도, 전기 전도도 등을 측정하는 등의 생리학적 방식, 더 나아가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을 통해 뇌파를 측정하거나 MRI를 통해 뇌의 활동을 촬영하는 신경과학적인 방식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들은 인간의 감각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의 개발을 약속하기도 하고 예술 작품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몰입에 대한 정의가 정량적인 연구에 기대어 있기 때문에, 몰입형 미디어의 계보학 또한 매체 기술이 매개하는 감각 정보가 확대되고 증대되는 과정으로 기술된다. 몰입형 미디어 계보학에 있어 가장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올리버 그라우(Oliver Grau)의 연구가 그러한데, 그는 현대의 가상현실 시스템의 기원을 고대의 벽화에서부터 찾고, 몰입형 미디어의 계보학을 인간의 시각을 압도하는 환영 조작 기술의 진보로 서술하고 있다.
그는 몰입형 미디어의 발전을 고대 벽화, 바로크의 천장화, 트롱프 뢰유(Trompe l'oeil), 파노라마(Panorama), 디오라마(Diorama), 영화, 퓨처라마(Futurama), 센소라마(Sensorama), 가상현실 등의 순으로 나열한다. 이러한 연구는 현대의 몰입형 미디어가 단지 디지털 기술의 혁신에 의해서 등장한 것이 아니라, 매체의 조작을 통해 현존(Presence)을 만들어내려는 인간 욕구의 연속선상에 위치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러나 그의 연구가 기술의 혁신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에 매체의 토대 기술을 미학적으로 숙고한 일련의 예술적 실천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영화에 한정시켜 보더라도 아방가르드 영화, 특히 구조영화나 확장영화 등과 같이 영화 매체의 본질적 속성들을 탐구하고 그 한계를 넓혀온 작가들의 작품들이나 미학 이론들이 결여되어 있다. 또한 시각매체에 한정하여 기술하기 때문에 문학, 음악, 연극 등이 빠져 있어 몰입에 관한 미학적이고 총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 하고 있다.
그러한 결과 국내에서 몰입형 미디어에 관한 논의는 매체 기술의 진보와 개량의 관점에 국한되어 주로 다루어지고, 그에 관련된 인문학적 논쟁이 전개되더라도 다양한 예술적 실천이 포괄된 범위에서 이루어지지 못 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몰입의 정의가 인식론적인 차원에서 정의되지 못 하고, 매체의 계보학이 세부적인 차원에서 검토되지 못 한 탓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매체의 토대 차원에서 몰입형 미디어의 개념과 역사를 다시 검토하여 본질적인 차원에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