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선사 시대 이래 우리나라 수리시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그 발전단계를 파악하여 보는데 일차적 목적이 있으며, 둘째로 고고학적 정보를 토대로 이러한 시설들이 과연 당시 사회의 생산력에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 수문학적인 관점에서 지리정보시 ...
이 연구는 선사 시대 이래 우리나라 수리시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그 발전단계를 파악하여 보는데 일차적 목적이 있으며, 둘째로 고고학적 정보를 토대로 이러한 시설들이 과연 당시 사회의 생산력에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 수문학적인 관점에서 지리정보시스템 등을 이용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하였으며, 셋째로 과거의 토목기술들을 체계적으로 복원하여 어떠한 방법들이 적용되었는지 파악하고자 하였으며, 넷째로 해외지역의 수리체계를대상으로 우리나라 수리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이해하는 자료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 고대저수지가 가지는 역사성과 의미는, 첫째 대규모 저수지 축조는 대규모의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는 중앙집권체제가 갖추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둘째로 저수지의 축조는 물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개간을 가능하게 하여 생산력을 높여준 결과 국가 재정이 튼실해지고 농민 경제도 안정될 수 있었고, 셋째로 저수지 제방은 커다란 수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하였기 때문에 저수지 축조는 고도의 토목․건축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으며, 넷째로 『堤堰節目』과 『堤堰事目』등에 의하면 저수지 축조는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진휼의 성격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제역과 진정의 병행은 사회안정망 설치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관개시설의 발달과정은 크게 4단계로 구분가능하다. Ⅰ단계는 수도작농경이 본격화되는 청동기시대의 관개시설로서, 소규모의 引水灌漑 시설들이 작은 하천들마다 설치되고 이를 지역집단들이 소규모로 관리․운영하는 체계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Ⅱ단계는 원삼국시대 후기∼삼국시대 초기로서 고고학적 증거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문헌기록을 볼 때 하천과 하천을 연결하여 물의 공습과 배수를 하는 인공적인 수로의 존재가 예상되는 등 저습지 개발의 서막이 오는 시기로 생각된다. Ⅲ단계는 山間 계곡에 대규모 제방의 건설을 통해 하천 하류 충적지 전체를 개발하는 築堤開田 유형이 성립하는 단계이다. 이를 포함하여 늦어도 A.D.5세기 무렵에는 이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관개체계가 성립되어 삼국시대 국가간 경쟁의 경제적 토대가 되었다고 보인다. Ⅳ단계는 고려시대 후기의 기록을 통해 저습지를 개발하는 더욱 발달된 관개체계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아직 고고학적 증거가 없어 검토의 여지가 있다.
수문학적 분석을 통해 영천 청제 등의 관개량과 농업 생산력을 추정해볼 수 있었는데, 청제는 상류에서 발원한 두 개의 풍부한 물줄기의 연간 유입수량 585,200㎥를 바탕으로 45ha 이내의 관개면적에 10년 빈도 한발에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의림지는 총 저수량(500,000㎥)에 대한 과거의 저수율을 분석한 결과 최하 저수율이 20% (103,020㎥)에서 55% (281,979㎥)로 나타났으며 현재의 관개용수 공급량을 과거 의림지 하류 관개지역에 공급하였을 경우 최근의 저수율과 근사한 범위 내에서 일치하는 양상을 나타낸 점은 축조 당시 의림지의 관개효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벽골제는 제외 지역 100㎢(약 1만여결) 면적에 관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관개 제언으로서, 5만 여명의 인구를 먹여 살릴만한 방대한 농업생산력을 자랑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전라북도 지역 생산량의 큰 부분을 차지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축조기술에 대한 분석결과 현대 저수지구조와 달리 고대 수리시설의 제방은 중심코어가 없고 실트와 점토 성분이 불규칙적으로 축조되어 있다. 따라서 고대 수리시설 제방의 차수성이 현대보다 좋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공학 수치해석 프로그램을 이용한 안정성 및 침투해석 분석 과, 함안 가야리와 울산 약사동 제방 모두 침윤선이 제내지측 사면의 경사면에 도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제내지측 사면의 세굴, 침식, 파이핑 등의 현상으로 인해 제방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주며, 원래의 제내지측 사면이 현재 추정한 것보다 상당히 완만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수리시설 가운데 베트남의 수로와 운하는 메콩강하류를 무대로 교통와 운송, 물의 급수와 배수 등 다용도로 사용되었는데 고대 부남의 수리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옥 에오유적이 대표적이다. 캄보디아의 경우는 고대 크메르왕국의 수도였던 시엠립 지역에 많은 수의 저수시설이 축조되었다. 그 용도는 우기에 과다하게 내리는 강우를 저장하였다가 건기에 논에 대기 위함이다. 앙코르 톰, 앙코르 왓트 등 사원은 거대한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데 해자의 기능은 방어, 지하수위의 변동으로 인한 내부 건축물의 붕괴 방지, 미적 효과, 힌두교적 세계관의 반영 등 다목적이지만 농업용수를 저장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