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정치의 여성화’가 발생했던 1997년의 선거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그 총선이 지향했던 이념적 노선과 공천 과정의 상관성, 선거인명부 작성의 공천 과정과 101명의 여성정치인이 하원의원으로 선출하게 된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며 노동당 재집권 ...
이 연구는 ‘정치의 여성화’가 발생했던 1997년의 선거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그 총선이 지향했던 이념적 노선과 공천 과정의 상관성, 선거인명부 작성의 공천 과정과 101명의 여성정치인이 하원의원으로 선출하게 된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며 노동당 재집권을 통해 이루어졌던 ‘정치의 여성화’를 둘러싼 정치적 기회구조를 살펴본다. 또한 여성의 대표성 증진을 정당과 정치의 혁신 기제로 삼았던 영국 노동당 사례를 통해 정치의 성별 전략이 지니는 민주주의의 함의를 살펴보는 것이다. 여성정치인을 통한 정치 개혁의 시도는 특히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러한 여성정치인의 정치적 활용은 정당 경쟁에서 보수당의 벤치 마킹이나 프랑스의 사회당에서 적극 남녀동수운동을 당의 강령으로 삼았다는 선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바, 그에 대한 의미를 성별화된 정치의 하나의 패턴으로 개념화하는 준거가 될 수도 있겠다. 이 연구는 ‘정치의 여성화’ 결과 분석에 집중한다. 블레어 당수가 이끄는 노동당 내 하원으로 진출한 101명의 여성정치인들을 영국의 국가 재건을 이끌 ‘변화의 기수’로 보는 입장과 다른 한편 블레어 자식들(Blair Babes)라고 칭하며 당수와의 후견주의적(paternalism) 관계로 폄하하는 여론이 강세를 보이며, 여성의 의회 진출에 대한 여성 혐오적 반응도 나타났다. 그러나 블레어 정부가 기치를 세운 ‘국가의 재건’ 과정에서 만들어진 영국 사회가 경험한 제도적 변화들에서 여성 의원들의 활동은 대체로 여성의 이해를 대변하며 여성 대표의 실재적 대표성을 진작했다고 평가받는다 (Cantala, 2008). 특히 영국 노동당 집권 시기 업적들 중 2006년, 2010년에 도입된 평등법은 평등 국장을 역임한 해리어 하먼(Harriet Harman)의 이름을 따서 소위 하먼 법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이는 지난 40년 동안 개별적으로 시행되어오던 차별 금지법령들을 포괄하여 단일법으로 제정함으로써, 개별 법령들을 단순화하고 효력을 강화하여 노동당의 최고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평등법은 사회불평등의 문제를 성별, 인종, 장애, 성적 지향, 종교 및 신념, 계급 등의 여러 사회적 요소들이 접합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지하고 이를 제도화함으로써 여성의 실재적 대표성의 증진과 민주주의 심화의 연관성을 질문할 수 있는 주요한 근거가 된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기존의 관련된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평등법의 입법 과정에 대한 분석을 매개로 하여 여성할당제와 대표성의 증진과 민주주의의 관련성을 살펴본다. 영국 정치의 여성화 사례에 대한 분석은 여성할당제가 노동당과 보수당 간의 정당경쟁 체제 채택되는 정치적 전략으로 활용되었다는 측면에서 지금까지 여성할당제 관련된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된 여성할당제를 둘러싼 정치적 역학 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현실 정치에서 또한 여성할당제 논의는 할당제를 확대하여 그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여성운동 내부의 문제제기 및 할당되는 여성의 비율을 조율하여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정치적 역학 과정이 맞물려 표면적으로는 주로 할당비율을 둘러싼 논쟁이 중심이 된다. 즉‘할당제를 어떻게 확대․강화하여 임계치(critical mass)를 형성할 것인가’라는 여성운동 내부의 실천적인 문제의식과‘몇 퍼센트의 여성비율로 할당제를 실시할 때 정치적 효과가 극대화될 것인가’라는 정당의 정치적 이해가 논쟁의 중심이 되지만, 다수의 여성할당제 관련 논문은 여성정치인 수의 증가를 통한 여성대표성의 증진 및 정치개혁 가능성에 대한 규범적인 주장이나 여성할당제의 제도적 도입 과정과 그 결과라는 평면적인 분석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정치의 여성화 과정에 대해 본 연구가 초점을 두는 바는 페미니스트들의 전략적 실천들과 담론들이 정당 내의 정치구조와 조건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변화했으며, 그것이 어떤 정치적 기회 구조에서 선거후보자 명단을 만들며 정당 할당제를 도입하게 되었는가를 분석함으로써 여성할당제 논의를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정치 과정으로 위치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당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처럼 현실 정치의 프레임 속에서만 진행될 때 여성할당제가 현실적인 제도화의 과정 속에서 제도의 내재적인 이념은 왕왕 타협, 굴절, 왜곡되며, 논쟁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계산속으로 흡수되어 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에 ‘정치의 여성화’의 결과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는 토리 페미니즘의 출현 (The Observer, 8 January 2012)은 여성정치인의 존재와 젠더 불평등의 복합적인 지형에 대한 다층적인 분석을 요구한다. 여성할당제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란 근본적으로‘정치구조의 개혁을 통해 젠더불평등을 비롯한 사회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이며, 이런 관점에서 여성할당제가 기여할 수 있는 바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즉, 여성할당제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다. 여성할당제는 과연 젠더평등을 실현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여성할당제가 전반적인 사회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일조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여성정치인이 현재의 정치구조에서 어떤 유의미한 차이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여성정치인은 여성의 이해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대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문제의식이 여성할당제의 실천적인 강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상기되고, 현실화될 때 여성할당제가 지닌 본연의 가치가 실현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연구는 위의 질문들에 상응하여 영국의‘정치의 여성화’가 가져온 결과들을 젠더 정의/평등을 포함한 좀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민주주의의 민주화 (Phillips, 1991) 신장의 측면에서 분석하고자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