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은 순식간에 이집트, 예멘, 리비아, 알제리 및 기타 아랍 국가로 전파되었다. 곧이어 튀니지의 벤 알리(Ben Ali) 정부, 이집트의 무바락(Hosni Mubarak) 정부, 예멘의 살레(Ali Abdullah Saleh) 정부, 리비아의 카다피(Muamma ...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은 순식간에 이집트, 예멘, 리비아, 알제리 및 기타 아랍 국가로 전파되었다. 곧이어 튀니지의 벤 알리(Ben Ali) 정부, 이집트의 무바락(Hosni Mubarak) 정부, 예멘의 살레(Ali Abdullah Saleh) 정부, 리비아의 카다피(Muammar Qaddafi) 정부가 붕괴되자 전 세계 매스컴은 아랍 국가의 대대적인 정치변동, 특히 민주화 바람이 급속히 몰아칠 것으로 보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상반되게 아랍 국가는 과거보다 더 많은 고통과 혼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인명과 재산피해뿐만 아니라 정치적 미래는 더욱더 불투명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아랍의 봄이 중동 정치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놓은 것이라는 원망스러운 하소연이 높아가고 있다. 또한 아랍의 봄을 피해간 중동 국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활용하여 기존 정권 유지를 강화하고 있다.
아랍의 봄의 여파로 가장 큰 시련을 겪는 국가가 시리아다. 시리아는 2011년 3월부터 정부군과 반정부세력 간에 내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2014년 8월 현재 이 내전의 희생자 수는 20만 명을 넘었고 국내외로 흩어진 난민의 수가 천만 명을 돌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자원하여 온 무슬림전사들이 반정부군을 지원하고 있으며 알-카에다(Al-Qaeda)와 연계된 알-누스라(al-Nusra)와 ISIS(Islamic State in Iraq and Syria) 등 과격 이슬람단체들이 참전하면서 시리아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리아 내전이 이슬람의 양대 종파인 순니(Sunni)파와 쉬아(Shia)파의 종파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파 간 갈등은 ISIS가 2014년 6월 이라크 북부지역을 점령한 후 이 지역에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S) 건설을 선포하면서 비무슬림 종파인 야지디(Yazidi)파에 대한 학살뿐만 아니라 쉬아파 중앙정부를 위협하자 미군 폭격기가 동원되어 IS군을 공격하면서 이라크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아랍의 봄의 여파는 중동 정치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이와 같은 아랍의 봄의 진원지가 된 튀니지와 이집트에서의 아랍의 봄의 원인을 분석하고, 기존 정권이 급속하게 붕괴된 원인과 그 후 이슬람정당이 정권을 차지한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아랍의 봄’의 주원인은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두 국 가에서 일반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은 경제개발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에 기인한다. 튀니지와 이집트 모두 아랍의 봄 직전까지 상당한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다. 2008년 튀니지는 지중해 연안 국가 중 최고의 경제성장을 기록했고(세계은행 보도), 이집트는 2010년에 5.2%의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훌륭한 성과이다. 그러므로 양국가의 상대적 박탈감은 경제성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혜택이 특정 지역과 소수 그룹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즉, 경제성장에 대한 일반 국민의 기대는 높아가지만 사회는 소수의 가진 자와 다수의 못 가진 자로 이분화되었다. 일반 국민들이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 원인이 이러한 상황이고, 이것이 폭발한 것이 바로 ‘아랍의 봄’이다.
또한 튀니지와 이집트 기존 정권의 급속한 붕괴 원인은 군부의 반기이다. 국가의 합법적인 무력집단인 군부가 기존 정권을 지지할 경우 민중봉기로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시리아 내전이 잘 증명하고 있으며,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도 NATO군의 참전이 없었으며 존속되었거나 아니면 장기간의 내전으로 들어갔을 확률이 높았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군부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기존의 정권에 반기를 든 이유는 상이하지만, ‘아랍의 봄’ 기간에 군이 시위 군중에 대한 대통령의 발포 명령을 거절한 것이 두 국가의 기존 지도자의 하야 결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기존 정권이 붕괴되고 이슬람 정당이 정권을 장악한 원인은 정치적 대안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독재자는 대안 세력을 양성하지 않기에 독재정권의 붕괴 후에는 권력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이슬람단체는 장기간의 독재정권 치하에서 불법단체로 간주되었을 뿐만 아니라 잦은 탄압으로 많은 지도급 인사들이 외국으로 피신하였고 국내에서는 지하조직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또한 두 국가에서 집권당을 제외하고는 다른 정당이 없거나 있어도 활동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정권의 붕괴 후 정치적 공백을 메우기에는 이슬람단체가 그간 행하여온 종교적 역할, 복지시설 운영 등으로 일반 국민의 인지도와 조직면에서 월등하게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므로 단기간의 준비 하에 실행된 총선에서 두 국가에서 모두 이슬람 정당이 정권을 차지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끝으로 아랍의 봄 이후 두 국가에서 이슬람 정당이 정권을 장악했지만, 통치에는 실패하였다. 그 결과 튀니지도 혼란을 겪었으며, 이집트는 군사정권으로 회귀하였다. 향후 이들 국가의 정치적 향방의 가장 큰 변수는 군부와 이슬람주의자 그리고 세속주의자 간의 상호관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