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다문화 삶의 역사이야기 : 만남과 나눔’ 프로그램은 협력적 생애사구술이라는 새로운 실험적인 방식으로 6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한시적으로 진행되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술자와 청중 모두 이제까지 오해와 편견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서로의 삶을 제대 ...
‘한민족다문화 삶의 역사이야기 : 만남과 나눔’ 프로그램은 협력적 생애사구술이라는 새로운 실험적인 방식으로 6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한시적으로 진행되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술자와 청중 모두 이제까지 오해와 편견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서로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충분했다. 지난 세기 한민족은 식민지, 한국전쟁, 분단, 이념대결, 냉전, 급속한 경제성장, 정치적 혼란 등의 파고 속에서 갑작스럽게 다른 국민이 되어,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살아내야 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구술자 개개인의 삶의 궤적을 들려주는 개별적 생애사적 구술 내용도 중요했지만, 그 이상으로 다른 사람의 생애사를 함께 듣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정 역시 매우 중요했다. 이념, 사상, 경제 체계, 사회구조 등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애의 대부분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에 상관없이 삶의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했고 이를 극복하여 이 자리까지 모인 사람이라는 동료의식이 흘렀기 때문이다. 모두 한국어를 사용했지만, 남한과 북한, 중국, 사할린, 일본, 우즈벡키스탄에서 배우고 익힌 한국어가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70년이 넘는 타지 생활에서도 한국어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덕분에 서로의 삶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다름’보다 ‘같음’을, ‘갈등’보다 ‘이해’를 가질 수 있게 했다.
본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애초 기획했던 바와 같이 서로 전혀 다른 삶의 경험을 가진 개인들임에도 만남과 어울림의 과정 속에서 타자의 삶을 배우고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1박 2일간의 공식적인 공간에서 학자들과 학생, 시민, 다른 참가자들의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질문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개인 정체성과 자존감을 확대시키기 충분했다. 자연스러운 어울림 속에서 일상의 문화적 행동이나 습관의 같음과 다름을 발견하고 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고령을 이유로 1박 2일의 행사에 부담을 느끼던 참가자 대부분이 온전히 하루를 함께 보내며 이해와 우정을 쌓은 것 역시 본 프로그램의 중요한 성과다. 더군다나 이러한 상호이해와 교감 속에서 흘러나온 협력적 구술의 내용은 개인적인 경험의 영역 뿐 아니라 확장된 한국사, 미시사적 한국사의 정립을 위해서도 소중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였다. 나아가 타지에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성공적으로 그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구술은 다문화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안 문제에 대한 해법도 담겨있었다. 기존의 디아스포라 연구 혹은 디아스포라 구술사의 분절적인 시각을 뛰어넘어 협력적 생애사 구술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의 연행성의 측면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내용과 과정 모두가 학제적 접근을 통한 연구대상이며, 여기서 도출된 내용은 단순히 학문적 성취를 넘어 한국사회 일반과 나눌 수 있는 지혜가 될 것이다.
본 프로그램은 지난 1년간의 진행했던 결과물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활용 이외에도 방법론적의 특성 또한 활용 방안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갈등이 벌어진 현장에서 갈등 당사자 사이에 협력적 생애사 구술 프로그램을 실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가능해질 것이다. 사회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에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방법론이라 하겠다.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에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구진 역시 참가자들과 청중들의 변화해가는 모습에서 시사 받은 내용이 많다. 자연스럽게 협력적 생애사 혹은 협력적 구술 방법을 좀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또한 협력적 구술 프로그램의 개발 필요성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관심과 의지, 시민사회단체 및 관련기관 등과의 협력적 운영체계의 수립에 관한 진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