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문화생태학’의 이론적 컨셉에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독일작가 귄터 그라스 Günter Grass의 기존 작품 및 『암쥐 Die Rättin』(1986)에 나타난 생태담론을 주제별(인구과잉, 동물메타포, 숲의 죽음, 지나간 미래, 미래 속 미래, 파국주의, 종말의 환타지, 위기의 ...
본 연구는 ‘문화생태학’의 이론적 컨셉에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독일작가 귄터 그라스 Günter Grass의 기존 작품 및 『암쥐 Die Rättin』(1986)에 나타난 생태담론을 주제별(인구과잉, 동물메타포, 숲의 죽음, 지나간 미래, 미래 속 미래, 파국주의, 종말의 환타지, 위기의 수사학, 포스트종말의 심리학)로 분석한다. 작품은 독일에서 이른바 “종말문학 Endzeitliteratur” (Knabe, 1985)이 호경기를 맞던 80년대 중반에 출간되었으며, 우연하게도 작품이 발표되던 1986년 3월은 인류문화사에 영원히 기록된 체르노빌 대참사(GAU)가 발생하기 불과 한 달 전이었다. 1999년 노벨상을 수상한 이 노장작가의 여타 작품들은 지금까지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선행연구가 있다. 가령 세계문학의 반열에 오를 만큼 베스트셀러가 된 단치히 삼부작 『양철북 Die Blechtrommel』(1959)과 『고양이와 쥐 Katz und Maus』(1961), 『개들의 시절 Hundejahre』(1963)를 중심으로 『국소마취 Örtlich betäubt』(1969), 『넙치 Der Butt』(1977), 『무당개구리 울음 Unkenrufe』(1992), 『광야 Ein weites Feld』(1995), 『나의 세기 Mein Jahrhundert』(1999), 『게걸음으로 걷기 Im Krebsgang』(2002), 『양파껍질을 벗기며 Beim Häuten der Zwiebel』(2006) 등 많은 소설이 있다. 그러나 그라스의 전체 작품 중 『암쥐』는 생태적 측면에서 종말적인 음조와 색채가 가장 강하고 작품에 드러난 소재나 주제, 형식(산문과 시의 장르혼합)이 매우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실제 도시 단치히를 배경으로 한 원자핵재앙, 숲과 동화의 죽음, 동물과의 연대, 새로운 문명건설, 종말에 대처하는 ‘여성적 유토피아’의 제안 등 이 작품은 무수한 생태적 주제를 담고 있다. 작품은 1997년 마틴 부흐호른에 의해 영화화되었으며 에코스릴러 Ökothriller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배경을 중심으로 본 연구는 체르노빌 이후 가속화된 80년대 독일 생태문학에 나타난 환경재난과 종말의 형상을 분석하고, 허구적 몰락으로서의 문학적 디스토피아에 숨겨진 문화적 함의를 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