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에 따르면 현대 러시아 사회에서 신전통주의적 젠더 시스템은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매커니즘에 따른 전통주의와 둘째, 소비에트 전통인 '일하는 어머니 혹은 모성'에 기반한 신국가주의적 전통주의이라는 두 축이다. 신자 ...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대 러시아 사회에서 신전통주의적 젠더 시스템은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매커니즘에 따른 전통주의와 둘째, 소비에트 전통인 '일하는 어머니 혹은 모성'에 기반한 신국가주의적 전통주의이라는 두 축이다. 신자유주의적 젠더 전통주의는 또 다음 두 가지 요소가 상충하는데, 한 가지는 여성은 한 사회 안에서 남성과 평등한 지위를 가진다는 것이며, 그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육아 또는 사회적 직업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여성들은 남성과 구별되는 자연적인 성별적 특성을 가지므로 이를 인정해주어야 하며, 따라서 국가나 사회는 이를 위해 여성의 자녀 양육의 문제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육아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다는 개념을 형성할 수 있다. 또 이에 대해 국가가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한편, 신국가주의적 전통주의는 여성을 사회 인구재생산에 있어서 특별한 책임성을 가진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돕고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시 여성이 국가의 필요에 따라 도구화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문제를 다자녀가족, 이주여성 등의 인구정책적인 부분과만 연결 지어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러시아 젠더 및 페미니즘 연구가들은 공통적으로 현대 러시아 국가의 사회정책은 젠더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90년대 시장경제체재의 유입으로 소비에트 체재가 무너지자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 맞는 성평등을 지향하는 법적 개혁이 이루어짐으로써, 법적인 측면에서는 일정정도 보장되고 있으나, 그것 역시 인구재생산과 관련한 사회정책에 치중해있다고 평가된다.
현대 러시아 사회에서 나타나는 젠더 불평등 또는 젠더적 스테레오 타입의 특징들은 다음과 같이 개괄적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현대 러시아의 젠더 불평등은 비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이러한 비가시성 때문에 러시아는 현재 인권의 문제에 있어서 젠더 평등의 문제를 주요하게 다루거나, 투자하지 않는다. 셋째, 현대 러시아의 젠더 평등의 문제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실질적 보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 내 부성의 부재, 건강문제 등 남성의 사회적 지위 회복과 성비 불균형 등 젠더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넷째, 신자유주의적 환경의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지위 및 동등한 임금 보장의 문제가 시급하다.
러시아는 많은 역사적 체험을 통해 일정 정도 젠더적 평등의 문제에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젠더적 불평등의 문제는 여전히 지속, 재생산되고 있거나, 혹은 신자유주의적 환경에서 가시적인 억압의 형태가 아닌 내제된 억압으로서 더욱 혹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국가의 경제 발전과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정책이나 선언적인 정책이 아닌, 여성주의적 · 성평등주의적인 정책적 구상이 전제된 새로운 관점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지금까지 법적으로 마련된 젠더적 평등을 실현할 정책적 · 운동적 실천 전략이 형성되어야 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 운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이다. 시민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페미니즘이론이 실천적 여성운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인식이 정책 속에 포함되어야 하며, 젠더 평등의 스펙트럼을 정치, 경제 영역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또한 사회보장의 문제에 있어서도 젠더적 요소가 전제된 정책이 만들어져야만 현대 러시아 사회는 개인의 인권이 보장되고 성평등한 시민사회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