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악론에 있어 커다란 위치를 차지한 예악사상은『예기(禮記)』의「악기(樂記)」편에서 하나의 음악이론체계로 총결되어 동아시아의 음악사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예악사상은 국가통치에 기초를 둔 정치사상으로 정착한다. 예악사상은 신분적 질서를 의미하 ...
중국 고대 악론에 있어 커다란 위치를 차지한 예악사상은『예기(禮記)』의「악기(樂記)」편에서 하나의 음악이론체계로 총결되어 동아시아의 음악사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예악사상은 국가통치에 기초를 둔 정치사상으로 정착한다. 예악사상은 신분적 질서를 의미하는 ‘禮’와 화합을 의미하는 ‘樂’을 바탕으로 하는 군자(君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서, 치세(治世)의 수단으로 그 기능을 하였다.
지금까지 예악사상에 관한 연구는 주로 철학이나 정치사상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고대 중국의 음악사상에 있어서 중국 고대 ‘악(樂)’과 『예기』와의 상관관계, 혹은 미학과 예술학적 관점에서『예기』의 해석을 통한 음악사상의 이론적 배경을 논한 연구가 그 주 대상이었다. 또한 일본에 있어 예악사상은 악서연구를 중심으로 음악사상적 측면에서 접근되었고, ‘유예’라는 개념은 근세 조닌(町人) 문화의 특성으로 규정되어 인류학・예능학・민속학적인 측면에서 고찰되어 왔다. 하지만, 좀 더 명확한 일본의 유예 문화사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예(禮)’과 ‘악(樂)’으로 총합되는 예술적 이론사상의 시점에서 고대 일본에 있어서의 예악사상의 수용양상과 고대 일본의 ‘樂’으로 표상되는 ‘아소비(遊)’가 유예 문화의 발아의 시발점으로서 어떠한 기능을 했는지, 종합적인 이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본 고찰은 예악사상이 고대 일본과 그 문학 속에 어떻게 투영되었으며, 예악사상을 수용한 일본고대 음악의 정체성과 악(樂)으로 대변되는 일본고대 ‘아소비’의 사상적 특징은 무엇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논어의 ‘유어예(遊於藝)’의 사상적 기반아래 고대 일본의 유예문화를 발화시킨 특징은 무엇인가에 대해 규명해보았다.
첫째, 고대 일본의 예악사상의 수용은 견당사 기비노마키비가 들여온『악서요록』이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했으며, 일본의 예악사상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닌묘(仁明)천황시대에는 천황중심의 국가체제 성립과 함께 다양한 악제개혁의 실현은 예악사상의 실천이었다.
둘째, 이상화된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기능을 하는 고대 ‘樂’의 범위는 詩, 歌, 舞로, 이 세 가지는 마음의 덕의 근본이자, 소위 ‘藝’의 형태에 있어 하나의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고킨와카슈(古今和歌集)』의 서장은 와카의 효용론(歌德論)을 ‘樂’의 개념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교적 악론에 근거를 하고 있으며, 와카(和歌)중심의 성대관을 구축했다.
셋째, 공자의 ‘유어예(游於藝)’의 사상은 단순히 ‛藝’의 윤리적, 도덕적 역할을 통한 인격의 완성뿐만 아니라, ‛藝’를 마음껏 즐겨야하다는 ‛遊’의 개념, 즉 ‛藝’의 심미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유어예(遊於藝)’의 경지는 도덕적인 규범과 예술적인 자유성이 조화롭게 통일된 이상세계로 볼 수 있다. 고대 일본 귀족들이 음악을 중심으로 한 ‘유예’를 중시하였던 이유는 단지 유희의 개념이 아니라, 음악을 천지의 조화로 보고 이를 통해 예의 질서를 터득하는 방법을 구하려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일본고대 음악, 즉 ‘아소비(遊)’의 악론은 중국의 예악사상과 그 관련을 배제할 수 없고, 일본 고대 유예사는 일본인의 ‘아소비’역사의 한 부분이며, ‘예(藝)’를 즐기는 가운데 유예문화는 새롭게 생성되어 갔다. 이러한 일본문화사에 있어서 유예, 즉, '아소비'와 ‛예(藝)’와의 상호관계는 고대 중국의 ‛유어예’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본 고전 소설 모노가타리(物語)에 나타난 헤이안 시대 일반적인 음악관은 예악사상적 측면과 유락적(遊楽的) 측면의 풍아(風雅)가 그 중심이 되었다면, 그 풍아한 <遊び>의 단계가 고대인들에게 있어서의 유예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