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첫째, 19세기말 사노당의 근거지였던 파리 북동부 노동자 거주지역의 반(反)부르주아 문화에 대한 분석을 시도함으로써, 정치사와 사회경제사에 그 연구가 집중되어온 사노당과 나아가 19세기 말 프랑스 숙련노동운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문화사적 시각으로 확장 ...
본 연구는 첫째, 19세기말 사노당의 근거지였던 파리 북동부 노동자 거주지역의 반(反)부르주아 문화에 대한 분석을 시도함으로써, 정치사와 사회경제사에 그 연구가 집중되어온 사노당과 나아가 19세기 말 프랑스 숙련노동운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문화사적 시각으로 확장하는데 미미하게나마 기여하고자 한다.
본 연구자의 선행연구는 숙련 노동자들이 19세기 노동운동을 주도함에 있어서 최초로 노동자 정당을 결성하고 의회정치에 참여한다는 전략을 실험한 점, 1887년부터 심각해진 불랑제 장군 사건으로 공화정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하여,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배타성과 정체성을 일시적으로 유보하고 공화주의 급진파와 제휴함으로써, 시의원과 하원의원 배출이라는 선거상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당내 대립구도의 싹을 키워나갔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또한 1890년 당 분열 이후 의회 사회주의로 나간 브루스파와 달리, 알르만파는 의회정치를 이탈하여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파업을 주 전략으로 택함으로써 생디칼리슴으로의 길을 여는 과정을 고찰해왔다.
따라서 본 연구 과제가 진행된다면, 1880년대와 1890년대 사노당 노동자들의 정치·경제 투쟁이 근거지였던 파리 북동부에서 이러한 투쟁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발전했던 노동자 문화에 대한 이해를 덧붙임으로써 이 지역 노동자 집단의 역사에 대한 연구의 한 측면을 보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더불어 이들 문화에 대한 노동계급 외부의 시선은 이들의 존재가 파리와 프랑스 사회 전체에 어떠한 이미지로 인식되었는가를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둘째, 본 연구는 장기적인 안목으로는 19세기 파리의 부르주아 문화에 집중해온 연구 성과물에 더해 노동자 문화에 대한 하나의 작은 성과를 제시함으로써 "상위 대 하위문화," 혹은 "주류 대 비주류 문화"나, "중심 대 주변 문화"사이의 충돌 및 교류, 양자를 모두 접하고 경험했던 몽마르트르 예술가들이라는 두 문화 사이의 접점으로서의 특수한 위치를 차지했던 집단을 이해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동시에 이 시기 사회 전체 구성원들이 공유한 공통의 문화, 혹은 각기 독립적으로 발전시킨 개별 문화를 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셋째로, 본 연구 과제는 현재 각 대학에서 개설되는 서양 근대사 분야의 개설과목에서도 중요하게 선택되는 주제인 부르주아 중심의 문화사 강의에 소외된 주변부 집단인 노동자 문제를 환기해주는데 작게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노동자에서 여성, 소수민족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 비주류 집단은 주류사회에 대한 저항과 스스로의 정체성 찾기, 결속력 강화와 집단행동으로 주류사회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현대 사회가 포스트모던 사회이고 다중심 사회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강력한 중심 사회는 새롭게 형성되어 강한 흡입력을 행사하게 되며,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은 항상 주변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많은 역사가들이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19세기 사회 하층민이자 도전 세력이었던 노동자 문제를 강의에서 다루는 것, 그리고 이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과제인 파리 노동자들의 문화적 도전과정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과제는 넓게는 본 연구자의 선행 연구의 하나, 즉 20세기 노동자 구역의 뒷골목에서 탄생하여 1960년대 히피문화와 1968년 세계사적인 혁명에서 절정에 달했던 현대 저항문화의 역할, 이후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경기침체, 이를 이용한 정치적 보수주의로 억압되는 과정에서 명맥을 유지하였던 글램록(glam rock)과 펑크록(punk rock)의 저항문화에 관한 두 편의 졸고인 "록 음악의 저항문화: 부르주아 성 이데올로기와 문화가치에 대한 도전"『역사와 문화』3호 (2001. 07): 128-159.
과 "포스트모던 음악의 등장과 민중문화 전통의 재건: 1970년대 글램록과 펑크록에 대한 신문화사적 해석"『미국사연구』16집 (2002. 11): 251-278.과의 교량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현대사회 저항문화의 힘의 원천이 전근대 카니발로 대표되는 민중문화였다면, 역사발전상 그 중간국면에 놓이는 19세기 노동자 문화는 양자를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하였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톰슨(E. P. Thomson)에 의해서도 간략하지만 통찰력 있게 언급되었던 노동자 문화와 전근대 민중전통에 관한 밀접한 연관은 본 연구를 통해서 미미하나마 하나의 구체적이고 보완적인 사례로 더해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