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야욕은 ‘대동아공영권(大東亜共栄圏)’을 주창하던 태평양전쟁으로 노골화되는데, 대동아공영권의　슬로건으로 사용된 것이　“아시아는　하나 (Asia is one)”이다. 그런데, 이 말은 명치시대의 미술사가,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이 1903년에 출간한 『동양 ...

일본의 야욕은 ‘대동아공영권(大東亜共栄圏)’을 주창하던 태평양전쟁으로 노골화되는데, 대동아공영권의　슬로건으로 사용된 것이　“아시아는　하나 (Asia is one)”이다. 그런데, 이 말은 명치시대의 미술사가,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이 1903년에 출간한 『동양의 이상』에서 서두에　사용한 말로 텐신의 아시아론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쇼화시대였다. 그의 아시아통합에 대한 발언이 러일전쟁으로 일본이 일약 세계의 주목 시작하는 시기에 나온 것이라 더욱 그러했다. 종래, 사상계에서 다루어지는 텐신에　대한 평？〈？ 상당히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있지만 미술계에서 텐신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각별하다. 다카시나　슈지는 일본 근대미술을 행정적으로 정비한 일본미술의 부흥가이며 열린 국제인으로 텐신을 재평가하는데, 이는 그의 주 활동 무대가 미술계로 아시아는 하나라는 주장도 일본미술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텐신에게 미술과 아시아의 동일성, 그리고 아시아통합은 어떤 관련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텐신의 아시아 발견은 인도의 종교운동가로 부터의 영향도 컸지만, 그 보다도 인도와 중국의 미술사적탐방이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여 주었다. 텐신은 아시아 미술 속에서 공통된 아시아 정신, 즉, 종교적 심성을 발견하였고, 이는 종교가 동양의 이상 그 자체였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동양의 종교란 아시아전체를 아우르는 불교를 지칭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맹주가 되고자 했던 일본은 아시아의 맹주가 되어 서구에 대한 저항 에너지를 총집결해야 될 필요성을 깨닫고 ‘아시아주의’와 ‘대동아공영권’ 개념을 만들어냈다. 중화제국에 이은 새로운 동아시아 공동체의 출현이었다.
텐신의 아시아정신의 부흥사상에는 불교이외에도 천황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사상이 들어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서구침략으로부터 아시아를 지키려 하였던 명치시대의 한 사상가로서 텐신의 아시아통합론의 주장에는 이미 문화적 통합이 정치적 통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치성을 배제한 정신성의 통합을 주장하였던 텐신의 주장은 최근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동북아문화통합론을 고찰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