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세기라 일컬어지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매체혁명이 가져온 급격한 변화는 삶의 방향과 수준의 변화 뿐 만 아니라, 이 사회의 시대 정신과 변모된 문화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모든문화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문학은 후기 자본주의의 상업주의와 대중문화에 대 ...
문화의 세기라 일컬어지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매체혁명이 가져온 급격한 변화는 삶의 방향과 수준의 변화 뿐 만 아니라, 이 사회의 시대 정신과 변모된 문화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모든문화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문학은 후기 자본주의의 상업주의와 대중문화에 대한 논쟁과 문화 전반에 걸쳐 일어난 변화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주도하여 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급격한 사회변화는 아동 및 청소년 계층을 문화의 주변인이 아니라 주인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아동 및 청소년 문학의 독자로 하여금 변화된 문화적 환경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시대적 요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할 때이다.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주위세계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미치는 문화적 환경과 영향력과 중요성을 생각할 때, 문화의 뿌리를 이루는 아동 및 청소년 문학의 성격과 역사 등을 탐구하는 일은 문학과 문화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밝히는 데 국한된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다양성과 다원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새로운 시대에서 더욱 부각되는 개인주의와 더불어 '다름'과 '차이'를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공존과 공생을 지향하는 조화로운 삶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일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과거의 정치·경제적 이해 관계에서 유래하는 갈등구조 뿐만 아니라, 가치관, 의식구조, 관습, 문화적 차이가 바로 새로운 문화적 폭력까지 유발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아동 및 청소년 문학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아동 및 청소년 계층을 위한 문학교육을 둘러싸고 그동안 아동 및 청소년 문학은 '훼손되지 않은 어린이 세계'속에 숨겨진 '이데올로기의 은밀한 교육자'라는 비판이 일면서 '경향논쟁'으로 발전하였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구동독과 구서독의 서로 다른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아동 및 청소년 문학이 특정한 시대와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특정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탈경향'논쟁은 이데올로기 비판과 같은 새로운 방법론이 도입되면서 더욱 발전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동 및 청소년 문학을 예술가치를 지닌, 탈정치화된 미학개념으로서 '예술교육운동'으로 새롭게 인식하려는 이데올로기 비판적 관점이 부각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구동독의 국가사회주의에 초점이 맞추어 아동 및 청소년문학에 접근하려는 연구시각도 나타난다. 이러한 상반된 연구경향은 1980년대에 교육적 관점이 지배적인 연구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취하는 새로운 세대의 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연구에서 다양한 연구방법론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분단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겪고 통일로의 염원을 키워나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재통일을 이루기까지, 분단시대를 겪은 독일의 아동 및 청소년 문학에
대한 소개와 체계적이며 심도 있는 비교·분석연구는 아동 및 청소년 문학에 나타난 시대의식과 문화의식의 상호작용을 고찰하는 데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통일 이후 독일에서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재평가작업과 연구상황과는 달리, 지금까지 국내에서 행해진 이 분야에 관한 연구현황을 고려할 때, 일반 문학연구의 세분화와 독일 아동 및 청소년 문학에 대한 연구의 토양을 배양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독일이 '독서재단'을 설립하고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제정하여 매년 시상하고, '청소년도서 연구소'와 '청소년 문학 연구회' 등 많은 연구소를 통해서 자료 수집과 정리, 연구방법론 개발에 있어서도 선진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독일의 아동 및 청소년 문학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 타당성을 지닌다. 그리고 미래의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현실과 매체혁명으로 빠른 사회변화를 보이고 있는 현시점을 생각할 때, 분단시대의 독일 아동 및 청소년 문학을 비교·연구하는 것은 비단 아동 및 청소년 문학교육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아동 및 청소년 문화 속에서의 문학의 역할과 수용가능성을 열어 보임으로써 지금처럼 크게 벌어진 세대간의 간격을 줄이고, 상이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다져진 아동 및 청소년의 문화적 뿌리를 살펴봄으로써, 분단의 현실 속에서 주조된 '다름'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며, 아동 및 청소년 문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