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가사 자료를 총체적으로 점검하여 가사문학의 사적 구도를 밝히고, 장르적 특성을 실상에 근거하여 밝히려는 목표로 시작되었다. 가사 자료의 계통을 밝히고, 계보도를 작성하는 것은 가사의 문학성을 밝히려는 노력의 일환인 동시에 장르론이나 개별 유형 연구 ...
이 연구는 가사 자료를 총체적으로 점검하여 가사문학의 사적 구도를 밝히고, 장르적 특성을 실상에 근거하여 밝히려는 목표로 시작되었다. 가사 자료의 계통을 밝히고, 계보도를 작성하는 것은 가사의 문학성을 밝히려는 노력의 일환인 동시에 장르론이나 개별 유형 연구에 치우친 가사 연구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담고 있다. 물론 가사의 장르론은 가사의 정체와 문학성을 해명하기 위해 거쳐야 할 주요 관문이지만 이것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료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장르론이란 외형상 이질적인 개별 작품, 혹은 작품군 사이의 근본적 관련성을 탐구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가사의 문학성과 장르적 정체 해명을 위한 자료에 대한 거시적 조망이 이 연구의 목적인 만큼, 연구의 중점은 1) 가사 자료의 시기별(조선 전기/후기 혹은 조선 전기/중기/후기), 유형별(강호/유배/기행/종교/계녀/교훈/유흥/생애 등), 간행 형태 별(개별 문집/편집가집/ 서책/ 필사 단본/ 활판본), 문화권별(사대부 동호회, 규방, 풍류방, 세책가, 가문) 계열화, 2) 가사 자료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바탕으로 가사의 역사적 구도와 장르적 특성을 규명하는 것까지 이 연구의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중점적으로 진행한 작업은 다음과 같다.
1) 가사의 범주 설정 문제
가사의 범주 설정을 위해서는 두가지가 해결되어야 한다. 먼저 가사의 시기적 하한선 문제이다.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작품을 보면 1960년대, 심지어 1970년대에 지어진 작품도 보이고 있다. 경북 지방을 중심으로 산재해있는 미발표 가사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동 시대 가사의 주변부에 놓이는 작품군과 인접 장르와의 경계 문제이다. 가사의 한 끝에‘록(錄)’이나 ‘기(記)’로 끝나는 장편가사가 놓인다면 그 대척점에 가창문화권에 놓인 가창가사와 가사계 잡가와 타령, 단가가 놓일 수 있다. 전자는 한글 수필과 소설과 인접 관계에 놓이며, 후자는 잡가와 민요와의 경계가 제기된다. 이 밖에도 가사체로 지어진 제문, 가문의 내력을 밝힌 세덕가, 근대 계몽기 인쇄매체에 실린 가사체 논설이나 기사 등도 가사의 범주와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2) 가사의 분류와 계통 문제
가사 자료의 분류는 기존 연구에서도 부분적으로 시도되었다. 분류는 대개 시기별, 작가별, 주제별로 진행되어 왔다. 이 연구에서는 서지 사항 및 간행 형태, 지역, 존재 방식 및 전승 형태 등도 고려하여 가사 자료의 계통을 연구하려 한다. 이는 가사가 상이한 문화권에 걸쳐 존재해왔으며, 그 존재 방식 또한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분류된 개별 유형이 전체 가사 자료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밝히고, 사적 위상을 밝히려 한다.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가사 작품 전체의 정밀한 목록과 서지 사항 정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사 자료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작품 총목록, 서지사항을 작성하여 제출한 바 있다. 이는 가사의 문학성과 장르적 정체, 역사적 위상 해명을 위한 자료적 기초로 활용될 수 있다.
이상의 작업을 통해 밝혀진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지금까지 간행 형태를 막론하고 보고된 가사 작품의 총량은 6200종에 달한다.
2) 가사 작품은 총량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가사를 조선 시대의 문학으로 한정하는 기존의 논의는 재고될 필요가 있다.
3) 가사의 작명은 간행 형태, 구성, 내용에 따라 가(歌), 곡(曲), 별곡(別曲), 사(詞), 전(傳), 기(記), 록(錄)으로 달라진다.
4) 조선 후기 가사에 새로이 생긴 작명으로는 전(傳), 기(記), 록(錄)을 들 수 있다. 이는 가사 문학의 다양화, 장형화와 관련이 있다.
5) 가사 문학의 장형화와 다양화는 인정, 세태, 정보, 생애, 이국 체험 등 경험의 확장과 관련이 있다.
6) 가사는 조선 조의 대표적 시가 장르에서 출발하여, 삶의 모든 국면과 정보를 기록하는 대표적 말하기와 글쓰기 방식으로 정착하여 왔다.
7) 가사는 20세기 이후에도 정보와 표현의 방식으로 존재한 만큼 가사의 역사적 존속 시기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부터 진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