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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프랑스 문학 텍스트에 나타나는 웃음의 양상과 그 의미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박사후연수과정지원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03-037-A00258
선정년도 2003 년
연구기간 1 년 (2003년 12월 01일 ~ 2004년 11월 30일)
연구책임자 김익진
연구수행기관 고려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유럽에서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연극이 융성하였고 또 그에 관한 미학적 논의도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비극과 서사시에 그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나 호라티우스의 『시학』들에서는 희극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다. 고대 그리스에서 희극은 대중성이나 그 미학적 가치에 있어서 비극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희극에 관한 논의가 드물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주목을 받을만하다. 움베르토 에코가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허구를 통해 추측하고 있듯이 중세 로마카톨릭의 전체주의적인 지배논리가 사회에 부과했던 엄숙함 때문에 웃음이라는 것이 경계 대상이 되었고 따라서 웃음의 원천인 희극은 비속한 장르로 자리매김되어 길고 어두운 중세를 살면서 그 논의의 흔적조차 사라져 버렸을 수 도 있다. 어쨌든 유럽의 르네상스와 더불어 희극이라는 장르는 재 탄생되었지만 17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셰익스피어나 코르네이유에게서도 희극은 작가에게나 관객에게 여전히 비극에 비해 열등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17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몰리에르라고 하는 희극전문작가가 출현함으로써 변화를 겪는다. 희극이라면 곧 笑劇을 떠올리고 광대의 놀음과 저속한 음담패설을 상상하던 이 시대의 관객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희극이 그 형식면에서나 미학적인 면에서 비극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장르가 될 수 있음을 목격한다. 비극이 인간의 정념과 그가 처한 운명간의 충돌을 통해 일어나는 상황에서 그 극중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통해 상류계급 관객들의 심리적 갈증을 채워주고 있는 동안에 희극은 비극의 유희적 카타르시스를 뒤로하고 실제적인 삶 속에 뛰어든다. 그 실체가 모호한 운명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는 비극과는 달리 희극에서는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결혼을 방해받고 있는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또 집안의 명예를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비현실적 영웅주의보다는 돈 때문에 서로 싸우는 인간들의 참 모습이 무대에서 극화되면서 이제 희극은 비극과는 달리 진정한 의미의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 리얼리즘의 희극은 중산층관객의 의식을 일깨우며 18세기 보마르셰를 거쳐 프랑스 대혁명 주체들의 사상적 유대감을 형성시켜주는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유럽 근대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희극은 말초적인 웃음을 제공하는 단순한 볼거리로서가 아니라 그 사회의 삶을 무대에 투영하며 사회구성원들의 새로운 의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희극의 힘은 그것이 유발시키는 웃음이라는 생리적 현상에 기인한다. 르네상스이후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허구가 드러나면서 그 필연으로 생겨나는 인식론적 회의는 지성을 지닌 유럽의 사회구성원들에게 공통적인 의식이었다. 단지 연극인들, 특히 몰리에르같은 희극인들은 이 제반 문제들에 대해 논전을 펼치는 대신 패러디나 뷔를레스크 등을 통해 이 문제들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관객과 함께 자문해 보는 연극적 모험을 시도한다. 요컨대 불합리나 거짓과 대항하기 위해 희극이 사용하는 무기는 논리에 대한 또 다른 논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웃음이라는 자연적이고 생리적인 현상이었다. 웃음에는 소위 논리라고 하는 것으로 무장한 이러저러한 주장들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근대 희극은 이 웃음의 힘을 이용하여 사상적 논쟁이 불러 올 수 있는 위험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그 시대의 엄격한 기독교적 도덕률의 허상과 사회에 팽배한 매너리즘, 지배층의 가치 날조와 신화 만들기 등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연구는 17세기 프랑스 문학텍스트에 나타나는 여러 유형의 웃음을 조사 분류하여 그 다양한 웃음들이 지니는 의미를 파악하고 문학텍스트가 만들어 내는 웃음에 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다..
  • 기대효과
  • 우리 전통극에는 아주 오래 지속되어온 해학과 풍자의 깊이가 있다. 유럽에서 그것이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어져 사회 전면에서 거의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던 시절에도 우리는 마당놀이에서 그리고 탈춤에서 이 고급의 웃음을 즐겨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은 안타깝게도, 우리 전통 극문화 전반이 그러했듯이 체계적으로 기록되어 전달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전통극들이 ‘놀이’, ‘짓거리’ 등으로 불리며 그 담당계층이 천민이었던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놀이의 이면에는 파계승이나 양반에 대한 풍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저항성이 내재되어 있었고 그것은 서민들의 사회의식이었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서 해방이후 이루어졌던 우리 전통극과 풍자문학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증명해내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희극적 전통에서 희극성, 혹은 더 구체적으로 웃음이라는 실제적인 생리현상을 주축으로 다른 세계의 희극과의 변별성을 찾아내는 작업은 아직 많은 연구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해학과 풍자에 관한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웃음에 관한 학문적 접근은 거의 이루어져 있지 않은 상태다. 웃음을 주제어로 검색하여 찾아낼 수 있는 문헌의 대부분이 농담집이거나 작품이다. 이론서는 전무한 상태다. 이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이 연수에서 계획하고 있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웃음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담은 이 연구가 같은 주제의 다른 연구들과 이어질 때 웃음이라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생리현상과 그 사회적 의미에 관한 학문적 정리가 가능할 것이다. 특히 프랑스에서 근대의 여명기였던 17세기 전제군주제와 반종교개혁적 세력의 위협하에서도 문학텍스트 곳곳에 배어든 웃음에 대한 연구는 우리에게 많은 사고의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웃음에 대한 이러한 이론적 토대는 연극무대에서 희극을 연기하거나 연출하는 연극인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희극들 즉 현재 텔레비젼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많은 코메디 프로그램들의 희극성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까지도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가능케 할 것이라 기대한다.
  • 연구요약
  • 이 연구에서는 몰리에르를 비롯한 17세기 프랑스의 희극작가들의 작품과 시라노드 베르제락이나 스카롱같은 소설가들의 소설들이 독자나 관객에게 불러일으키는 웃음의 양태를 분석한다.
  • 한글키워드
  • 웃음,라신,스카롱,패러디 소설,코르테이유,풍자,몰리에르,연극,고전주의,17세기 프랑스문학,해학.,희극,시라노 드 베르제락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웃음은 개인 감정표현의 한 방식이자 생리현상이지만 때로는 이런 개인적 의미를 뛰어넘어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표현방식으로서 역사적 의미를 지닐 수 있다. 2000년 동안 벼리어졌던 서구의 ‘논리’와 ‘수사’가 가장 두려워한 것이 웃음이었으며 실제로 그 웃음은 ‘논리’와 ‘수사’가 토대가 되었던 서구의 전체주의(totalitarisme) 역사가 위대한 개인주의(individualisme)의 역사로 재탄생 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웃음은 ‘논리’와 ‘수사’로 쌓여있던 유럽 중세의 성을 단박에 허물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승화할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그 인간이 누려야하는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웃음의 힘이 구체적으로 작동되는 예를 17세기 프랑스 문학 속에서 찾고 있다. 희극과 패러디 소설이 자아내는 웃음은 소극(笑劇)적 웃음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근대 희극은 르네상스와 더불어 재탄생되었고 곧 이어 형식면에서나 미학적인 면에서 비극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장르로 성장한다. 비극이 인간의 정념과 그가 처한 운명간의 충돌을 통해 일어나는 상황에서 그 극중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통해 상류계급 관객들의 심리적 갈증을 채워주고 있는 동안에 희극은 비극의 유희적 카타르시스를 뒤로하고 실제적인 삶 속에 뛰어든다. 그 실체가 모호한 운명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는 비극과는 달리 희극에서는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결혼을 방해받고 있는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또 집안의 명예를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비현실적 영웅주의보다는 돈 때문에 서로 싸우는 인간들의 참 모습이 무대에서 극화된다. 이제 희극은 비극과는 달리 진정한 의미의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리얼리즘의 희극은 중산층관객의 의식을 일깨우며 18세기 보마르셰를 거쳐 프랑스 대혁명 주체들의 사상적 유대감을 형성시켜주는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유럽 근대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희극은 말초적인 웃음을 제공하는 단순한 볼거리로서가 아니라 그 사회의 삶을 무대에 투영하며 사회구성원들의 새로운 의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이러한 웃음의 힘은 희극이외에도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더욱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사실 17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문학 장르였던 희곡에서는 사상적 표현의 자유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항상 공연을 전제로 쓰이는 희곡은 작가의 익명성이 보장될 수 없었기 때문에 전체주의적 체제하에서 검열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소설은 작가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였다. 17세기에 쓰인 소설들 중 다수가 익명의 작가라는 사실은 소설이 당시 작가들의 감추어져 있던 내면의 사상이나 혹은 욕구를 표출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스퀴데리양이 쓴 목가적 분위기의 연애소설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수의 소설들이 당시의 사회상에 대한 신랄한 패러디였다. 소설이 포르노그라피적 성격을 띨 때조차도 그 안에는 사회를 어색하게 짓누르고 있는 정치적 목적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정신이 깃들어 있을 때가 많았다.
    체제와 종교에 대한 도가 지나친 비판에 대한 대가는 작가 자신의 죽음이 될 수도 있었던 17세기 프랑스에서 이런 작가들의 태도는 특별한 용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스카롱과 시라노 드 베르제락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의 소설은 그 당시 사회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었던 민감한 논쟁의 소재들을 망라하여 다루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거짓이지만 거짓이 아니라고 인식하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가슴속 응어리를 웃음을 통해 풀어주고 있다.
    이 웃음들은 르네상스이후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허구가 드러나면서 그 필연으로 생겨나는 인식론적 회의가 바탕 된 근대 의식의 표출방법 중 하나였다. 17세기 프랑스의 "웃기는 문학littérature comique"작가들은 르네상스 혁명에 대한 봉건적 반동세력의 행태를 웃는다. 다시 말해 불합리나 거짓과 대항하기 위해 그들은 논리에 대한 또 다른 논리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웃음이라는 생리 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웃음에는 소위 논리라고 하는 것으로 무장한 주장들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근대 희극은 이 웃음의 힘을 이용하여 사상적 논쟁이 불러 올 수 있는 위험을 교묘히 피해 그 시대의 엄격한 기독교적 도덕률의 허상과 사회에 팽배한 매너리즘, 지배층의 가치 날조와 신화 만들기 등을 고발하고 있다.
  • 영문
  • Laughter is a way of expressing one's emotion and also a physiological phenomenon, but sometimes it is more than just this kind of individual definition and carries historical significance as a collective and social expression. Laughter was most feared by western logic and rhetoric which have been abandoned for two thousands years and in fact, laughter played an essential role in logic and rhetoric-based western totalitarian history being reborn into individualistic history. Laughter suppressed in totalitarian era had spread out into whole society with liberal way of thinking brought by the Renaissance. The sense of absolute values that had suppressed the society for more than one thousand years was collapsed when people started laughing at it. Laughter easily demolished the western medieval fortress built with logic and rhetoric, and it served to enlighten people on the dignity of mankind and the value of their freedom. In this study, we are searching for examples of how the power of laughter functions specifically in French literature in the seventeenth century. Laughter created by comedy and parody novel greatly differs from farcical laughter. Modern comedy was reborn along with the Renaissance and then grew up into a genre that is comparably as good as tragedy in terms of form and aesthetics. It carried out a social duty of forming conceptual bonds in the main body for the French revolution as it passed through the eighteenth century Baumarche. In another words, in the process of forming a modernized society in Europe, a comedy not only offered trivial laughter but it played a crucial role in reflecting life of that society on stage and forming new consciousness of members of that society.
    In addition to a comedy, this power of laughter can be felt more directly through a genre, known as a novel. In fact, freedom of ideological expression was restricted in a comedy, which was the most popular literary genre in the seventeenth century. Because the anonymity of an author, who wrote a comedy for public performance, was not guaranteed, censorship could not be overlooked in totalitarian structure. On the other hand, a novel was a genre in which authors could express their thoughts without restraint. The fact that a large number of novels were written by anonymous authors in the seventeenth century, indicates that novels were used for expressing inner thoughts or desires of the authors.
    These laughters were one of the ways of expressing modern consciousness which was based on epistemological skepticism that occurred inevitably when fabrication of christian view of the world has emerged after the Renaissance. In the seventeenth century, the authors of litterature comique laughed at the formation of feudalistic reactionary power against the Renaissance revolution. In another words, they did not use one logic for another to confront irrationality and falsehood. Instead, they made use of laughter, which is a physiological phenomenon. Laughter has a power to destroy at once the opinions armed with so called logic. After the Renaissance, with the power of laughter to skillfully avoid danger that could create ideological dispute, European modern comedy has denounced virtual image of strict Christian moral code, overflowing mannerism in society, values that are fabricated, and myth making by ruling class.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웃음의 힘이 구체적으로 작동되는 예를 17세기 프랑스 문학 속에서 찾고 있다. 희극과 패러디 소설이 자아내는 웃음은 소극(笑劇)적 웃음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근대 희극은 르네상스와 더불어 재탄생되었고 곧 이어 형식면에서나 미학적인 면에서 비극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장르로 성장한다. 비극이 인간의 정념과 그가 처한 운명간의 충돌을 통해 일어나는 상황에서 그 극중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통해 상류계급 관객들의 심리적 갈증을 채워주고 있는 동안에 희극은 비극의 유희적 카타르시스를 뒤로하고 실제적인 삶 속에 뛰어든다. 그 실체가 모호한 운명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는 비극과는 달리 희극에서는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결혼을 방해받고 있는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또 집안의 명예를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비현실적 영웅주의보다는 돈 때문에 서로 싸우는 인간들의 참 모습이 무대에서 극화된다. 이제 희극은 비극과는 달리 진정한 의미의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리얼리즘의 희극은 중산층관객의 의식을 일깨우며 18세기 보마르셰를 거쳐 프랑스 대혁명 주체들의 사상적 유대감을 형성시켜주는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유럽 근대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희극은 말초적인 웃음을 제공하는 단순한 볼거리로서가 아니라 그 사회의 삶을 무대에 투영하며 사회구성원들의 새로운 의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이러한 웃음의 힘은 희극이외에도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더욱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사실 17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문학 장르였던 희곡에서는 사상적 표현의 자유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항상 공연을 전제로 쓰이는 희곡은 작가의 익명성이 보장될 수 없었기 때문에 전체주의적 체제하에서 검열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소설은 작가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였다. 17세기에 쓰인 소설들 중 다수가 익명의 작가라는 사실은 소설이 당시 작가들의 감추어져 있던 내면의 사상이나 혹은 욕구를 표출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스퀴데리양이 쓴 목가적 분위기의 연애소설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수의 소설들이 당시의 사회상에 대한 신랄한 패러디였다. 소설이 포르노그라피적 성격을 띨 때조차도 그 안에는 사회를 어색하게 짓누르고 있는 정치적 목적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정신이 깃들어 있을 때가 많았다.
    체제와 종교에 대한 도가 지나친 비판에 대한 대가는 작가 자신의 죽음이 될 수도 있었던 17세기 프랑스에서 이런 작가들의 태도는 특별한 용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스카롱과 시라노 드 베르제락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의 소설은 그 당시 사회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었던 민감한 논쟁의 소재들을 망라하여 다루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거짓이지만 거짓이 아니라고 인식하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가슴속 응어리를 웃음을 통해 풀어주고 있다.
    이 웃음들은 르네상스이후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허구가 드러나면서 그 필연으로 생겨나는 인식론적 회의가 바탕 된 근대 의식의 표출방법 중 하나였다. 17세기 프랑스의 "웃기는 문학littérature comique"작가들은 르네상스 혁명에 대한 봉건적 반동세력의 행태를 웃는다. 다시 말해 불합리나 거짓과 대항하기 위해 그들은 논리에 대한 또 다른 논리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웃음이라는 생리 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웃음에는 소위 논리라고 하는 것으로 무장한 주장들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근대 희극은 이 웃음의 힘을 이용하여 사상적 논쟁이 불러 올 수 있는 위험을 교묘히 피해 그 시대의 엄격한 기독교적 도덕률의 허상과 사회에 팽배한 매너리즘, 지배층의 가치 날조와 신화 만들기 등을 고발하고 있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1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은 이 연구가 시작될 당시 우리가 상정한 바 있었던 여러 차원에서의 중요성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중요성은 수사학적이나 논리학적인 차원에서 뿐 아니라 역사적 이고 철학적인 차원에서도 논의되어야 함을 절감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큰 성과 중에 하나는 웃음이라는 것이 동서양을 통틀어 그 매커니즘이나 사회의 수용 양태에 있어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강력한 수사학적 힘을 지닌다는 본질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 전통극에는 아주 오래 지속되어온 해학과 풍자의 깊이가 있다. 유럽에서 그것이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어져 사회 전면에서 거의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던 시절에도 우리는 마당놀이에서 그리고 탈춤에서 이 고급의 웃음을 즐겨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은 안타깝게도, 우리 전통 극문화 전반이 그러했듯이 체계적으로 기록되어 전달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전통극들이 ‘놀이’, ‘짓거리’ 등으로 불리며 그 담당계층이 천민이었던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놀이의 이면에는 파계승이나 양반에 대한 풍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저항성이 내재되어 있었고 그것은 서민들의 사회의식이었다는 것은 이미 연극학계에서 해방이후 이루어졌던 전통극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증명해내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자료들을 기초로 한국에서의 웃음이 의미하는 바를 찾기 위해 관련자료를 검색하고 정리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희극적 전통에서 희극성, 혹은 더 구체적으로 웃음이라는 실제적인 생리현상을 주축으로 다른 세계의 희극과의 변별성을 찾아내는 작업은 아직 많은 연구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우선 한문으로 쓰인 많은 우리의 작품들을 직접 읽을 수 없는 연구자의 한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동양문학이나 국문학을 하는 연구자와 연계 연구를 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희극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담은 텍스트들에 대한 연구는 예정대로 진행 되었다. 특히 17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여러 차례에 걸친 연극적 미학에 관한 논쟁은 우리에게 많은 사고의 가능성을 제공했다. 우리는 그 다음 단계로 이러한 이론서들에서 논의 되고 있는 바가 실제 작품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대상작품은 계획서에서 밝힌 작품들이었지만 시라노나, 스카롱의 작품 이외에도 당시의 많은 소설들을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계획서에서 밝힌대로 우리는 대표적인 이론서들과 작품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일차적으로 실시했다. 17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학 비평가 브알로Boileau의 『시학』의 번역을 완수했으며 몰리에르 작품 4편과 스카롱의 작품 일부를 번역했다. 이 고전들의 번역은 화석화된 고전을 액자에 담아 바라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지 않은 프랑스 근대의 희극논쟁에 대한 연구를 위해 필수적인 자료다. 앞으로 이 번역작업은 17세기 당시 출간이 되지 않았거나 출간이 되었더라도 잊혀져 있던 군소작가의 이론서 및 희극작품의 해석과 연구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한국 희극사를 편찬하는 작업을 위해서는 모든 유형의 웃음을 자아내는 연극적 요소들에 대한 수집이 필요해 1960년대부터 기록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많이 축적되어있는 연구 자료들을 정리하였으며 우리의 전통극들이 그 본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그 탄생지나 또 그 전수자들을 찾아 인터뷰와 자료수집을 병행했다.
    이제 이러한 자료들을 중심으로 우리 논의의 주체인 희극성 혹은 웃음이라는 현상을 이론적으로 정의내리기 위해 이미 번역이 되어 있는 앙리 베르그송의 『웃음』이외에도 마르셀 파뇰의 웃음에 대한 에세이를 비롯하여 베르그송이 그 자료로 삼았던 19 세기 이전의 웃음에 관한 시론들을 연구하고 동시에 웃음에 관한 이론의 변천사를 엮어낼 것이다. 웃음에 대한 이러한 이론적 토대는 철학이나 수사학등의 학문적 범주에서 뿐만 아니라 연극무대에서 희극을 연기하거나 연출하는 연극인들, 그리고 넓은 의미의 희극들 즉 현재 텔레비젼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많은 코메디 프로그램들의 희극성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까지도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이끌어내어 사회학적 혹은 심리학적 논의의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 색인어
  • 웃음, 프랑스 문학, 고전주의문학, 프랑스 고전주의, 고전주의 연극, 고전주의 소설, 몰리에르,스카롱, 시라노 드 베르제락, 자유사상, 리베르티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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