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목적
최근 한국 근세사 연구는 질적 양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발전에는 연구자들의 증가와 새로운 방법론의 개발이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무엇보다 자료의 발굴이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료발굴은 특정 가문의 호적대장, 토 ...
연구의 목적
최근 한국 근세사 연구는 질적 양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발전에는 연구자들의 증가와 새로운 방법론의 개발이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무엇보다 자료의 발굴이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료발굴은 특정 가문의 호적대장, 토지경영 관련 자료들이 많아 주로 사회사 연구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상대적으로 한일관계사 연구는 자료의 발굴에서 소외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종전의 한일관계사연구 특히 임진왜란과 조선후기 통신사, 무역, 문화교류, 표류민 등을 위한 연구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 등 연대기 자료가 주로 활용되었다. 최근 들어 임진왜란 연구에 한정해 지역 전투를 해명하기에 적당한 의병들의 문집류가 발굴․간행되면서 연구의 양적 진전이 이루어졌다. 조선측의 자료가 지니는 장점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양국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 분석한다는 것은 한일관계사 연구를 더 정확하게 분석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일본측의 자료 이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일본 자료 발굴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일본측의 자료는 아주 많은 양이고, 아직 정리도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하다. 본 세부과제가 한일관계사 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조사해 문헌해제를 정리하고 중요한 자료를 입력해 둔다는 것은 이후 이 분야 연구의 진전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세부과제는 이 시기 모든 일본측 자료를 수집하기에는 시간과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요 주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크게 임진왜란과 일본 에도시대의 주요 한일관계사 내용으로 나누었다. 이 구분에 따른 구체적인 사업의 목적을 파악하면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은 명과 일본에게는 정치적 변화, 조선에게는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에서의 임진왜란 연구는 소수 전쟁 영웅들에 대한 연구와 승리한 전쟁으로 평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의병전쟁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이러한 이유는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되기도 했지만 보다 중요한 요인은 자료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측 연구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임진왜란 관련 자료는 『선조실록』이나 『수정선조실록』 등 정부측이 발행한 자료에 머물러 있다. 이들 자료는 전쟁의 경과에 집중해 있을 뿐 당시 전쟁기 중요했던 조선 사람들의 생활과 일본군의 지배 방법에 대한 연구를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임진왜란의 종합적인 연구를 위해 무엇보다 풍부한 자료가 필요하고, 현재로서는 이들 자료를 당시 임진왜란에 참전해, 조선 지배의 일선에 섰던 일본인 장수들이 남겨 놓은 자료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들 장수들 집안 문서와 일본측 임진왜란 자료의 검토가 필요하고, 이 자료의 조사와 정리가 본 세부과제의 목적이다.
한편 에도(江戶)시대 한일관계에서 중요한 범주는 통신사, 도공 및 연행인, 출판물 교류, 표류민, 무역 등이다. 이들을 크게 분류하면 일본으로 문화전파와 무역이라 할 수 있다. 통신사는 한일관계의 외교관계를 보여주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에 학술, 의학, 예술 등 문화교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임진왜란기 연행되었던 조선인들, 특히 도공을 비롯한 문화인들은 조선 문화를 일본에서 새롭게 창조하는 장본인들이었다. 조선문화의 전파는 에도시대 일본의 문학, 유학, 불교, 예술 등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표류민은 당시 새롭고 다양한 문화와의 접촉과 교역의 새로운 형태였다는 관점에서 근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시기 양국 무역은 조선, 중국, 일본이라는 3개국 무역의 국제성을 띠고 있었다. 무역의 내용 또한 이전과 다른 커다란 특징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들 주제와 관련된 한국 측 연구는 주로 연대기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연행된 조선인들의 일본에서 생활, 조선 문화의 구체적인 보급과정, 양국간 물자교류가 일본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구체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일본측 자료의 수집과 정리, 이를 이용한 연구성과의 창출이야말로 현 단계 연구성과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세부과제는 임진왜란에서 개항전까지 한일관계사에서 중요한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 해제, 정리함으로써 이 시기 연구가 진일보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