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동일한 슬라브 문명권으로서 "키에프 루시"의 신화와 상징을 공유한 정치적, 경제적, 민족적, 언어문화적, 종교적 운명공동체였다. 그러나 1991년 소연방의 붕괴는 13세기 중엽 몽고 타타르 침입이후 두 번째로 이 슬라브 공동체의 운명 ...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동일한 슬라브 문명권으로서 "키에프 루시"의 신화와 상징을 공유한 정치적, 경제적, 민족적, 언어문화적, 종교적 운명공동체였다. 그러나 1991년 소연방의 붕괴는 13세기 중엽 몽고 타타르 침입이후 두 번째로 이 슬라브 공동체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소연방 해체이후 점증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고양과 탈러 원심력적 경향의 강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한랭전선의 원천을 제공하였다. 우크라이나의 서구지향적 대외정책과 그에 따른 러시아의 반작용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양국간 전방위적 마찰, 즉 정치적(우크라이나의 CIS 통합 및 슬라브연방 창설 거부), 경제적(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부채상환 독촉, 가스분쟁, 설탕분쟁), 안보적(우크라이나의 독자적 핵 통제권 행사, CIS 집단안보조약 불참 및 나토와의 합동훈련), 군사적(흑해함대 분할), 영토적(크림반도 영유권) 대립으로 현화(現化)되었고, 심지어 정교회의 주도권 장악을 둘러싼 종교분쟁으로까지 발전하였는데, 여기서 양국관계 균열의 근저에는 탈냉전의 권력 진공지대 우크라이나를 포섭하여 러시아의 패권적 야망을 제어하려는 서방의 전략적 간섭이 깊게 개입되어 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에게 우크라이나의 포섭은 나토의 세력권 확장과 EU의 공간적 범위 확대를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에너지자원의 보고 카스피해 연안지역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해준다. 역으로 러시아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슬라브 공동체로의 유인은 나토의 동진팽창을 차단하는 '방역선'이자 중·동부 유럽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장의 징검다리이며, 흑해와 CIS지역에 대한 헤게모니 장악의 필수불가결한 선결조건이다. 이렇게 볼 때 러·우크라이나관계는 단지 특정한 두 국가간의 양자관계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슬라브 연방의 창설, CIS의 통합, 중·동부 유럽지역의 세력재편 등과 밀접한 함수관계에 있으며, 나아가 향후 러·미관계, 러시아와 나토, 러·EU간의 관계설정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과제의 목적은 소연방 해체 이후 구 소비에트 세력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갈등과 협력의 길항작용의 현상을 분석적으로 조감하고, 그것이 아직 형성단계에 있는 유라시아 국제정치경제안보 질서에 미치는 성격과 내용을 다층적 수준에서 고찰하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