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과 내용 및 방법을 요약하면, 비교문학적 방법론을 통해, 현대시가 시각예술과 상호적으로 관련되는 매체의 특질을 究明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며, 연구의 범위는 정지용, 이상, 김춘수의 시와 산문이다. 본 연구에서 시와 시각예술을 비교하는 목적은 현 ...
본 연구의 목적과 내용 및 방법을 요약하면, 비교문학적 방법론을 통해, 현대시가 시각예술과 상호적으로 관련되는 매체의 특질을 究明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며, 연구의 범위는 정지용, 이상, 김춘수의 시와 산문이다. 본 연구에서 시와 시각예술을 비교하는 목적은 현대시의 전체적인 이해에 있으며, 그 비교의 준거는 매체이다. 매체(medium)는 예술형식 속에서 소통을 확장시키는 다양성과 그 변형된 방법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말하기, 글쓰기, 책, 몸의 언어뿐 아니라 의미구성, 이미지 및 문화기호의 생산과 수용 등 광범위한 소통 영역을 포함한다. 이러한 매체에 의한 텍스트 생산이 다른 매체에 의한 생산물의 요소들과 결합되어 있을 때, 이를 상호매체성(intermediality)이라고 한다. 상호매체성 연구의 범주는 세 가지로 나뉘는데, 본 연구에서는 단일매체에서 여러 감각적 현상들과 미시적 기호 매체가 공존하는 현상과, 동일 매체 수준에서 해당 매체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상이한 양식들을 병치하거나 융합하는 현상을 중심으로 연구할 것이다. 그리고 정지용, 이상, 김춘수 이외에도 시의 시각성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한 시인들이 있지만, 언어매체의 탐구 면에서 위 시인들의 문학사적, 문화사적 성과가 두드러지므로, 본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정지용, 이상, 김춘수를 별도의 장으로 나누어 고찰하게 된다. 정지용을 논의하는 장인 <회화주의의 성립과 그 지양>에서는 현대시의 시각적 표현에 대한 인식, 그리고 시각적 이미지가 회화성의 범주로 확립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다룰 것이고, 이상을 논의하는 <문자숫자적 기호의 시각적 유희>에서는 이중재능의 소유자로서 이상을 조명하는 한편, 시각예술과 시가 매체적으로 융합되는 타이포그래피의 양상을 고찰하고, 이러한 사유가 개념적 은유와 심리적 이미지로 詩化되는 모습을 다루고자 한다. 김춘수를 논의하는 <그리기-뿌리기-찢어내기의 방법론>에서는 미메시스를 목적으로 했던 이미지가 현실 모사의 방법론을 버리고 새로운 시법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시의 전개 과정을 통해 다룰 것이다.
위 내용들을 고찰한 결과, 현재로서는 다음과 같은 예측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1920년대~1930년대에는 ⑴ 현실의 경험과 정서, 느낌의 원천을 언어기호를 통해서 심리적 회화로 환기하는 방법과 ⑵ 현실 모사를 떠난 형태의 상상과 ⑶ 현실을 넘어 심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방법의 갈래로 전개된다. 이러한 흐름은 해방 후 개념적 언어를 떠난, 심리적 이미지를 추구하던 새로운 시법의 탐색으로 전개되는데, 이러한 시도는 해방 전의 시각적 이미지를 脫관념의 현실 모사 이미지로 재해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 결과, ⑷ 시각예술매체 방법론의 轉化를 통해 현실을 그려내는 미메시스의 이미지가 현실과의 관련을 벗어나고, 언어기호를 인쇄공간 위에 뿌리는 자동기술적 脫이미지로 전개되며, 언어기호의 통사체계를 해체하고 자모음을 분절적으로 찢어내는 脫통사의 시와 파편화된 이미지에 이르게 된다.
이 내용들은 문학과 시각예술간의 학제적 연구를 촉진시키고, 타 매체와 상호적으로 융합되는 문학 개념을 확대시키고, 한국 시사에서 정지용-이상-김춘수로 이어지는 시각적 이미지 시의 계보를 실체화하고, 위 시인들의 문학 세계를 전체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체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