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대는 젠더와 권리, 법률 문제 대한 논란에 특히 비옥한 토양을 제공했다. 빅토리아 시대 이전과 빅토리아 시대 초기 영국의 사회상을 변모시킨 산업혁명의 영향은 여성의 노동과 보다 확대된 성적 자유, 계급간의 격차와 같은 문제점의 토대가 되었다. 한편, ...
빅토리아 시대는 젠더와 권리, 법률 문제 대한 논란에 특히 비옥한 토양을 제공했다. 빅토리아 시대 이전과 빅토리아 시대 초기 영국의 사회상을 변모시킨 산업혁명의 영향은 여성의 노동과 보다 확대된 성적 자유, 계급간의 격차와 같은 문제점의 토대가 되었다. 한편, 당시 사회에 팽배했던 별개 영역의 이데올로기는 남성이 공적, 경제적, 상업적, 정치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당연시하면서도, 여성은 “집안의 천사”이자 도덕적인 미덕의 상징으로 가정에 얽매이도록 차별했다. 이 시기에 통과된 다양한 법률안을 살펴보면 19세기 동안 여성의 권리가 점진적으로 인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1839년과 1873년, 1886년에 제정된 유아 양육법안(Infant Custody Act)은 부모의 별거 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어머니도 양육권을 갖도록 명시했다. 1857년에 통과된 이혼 및 결혼 소송법안(Divorce and Matrimonial Causes Act)은 성적으로 이중적인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이혼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전폭적으로 확대시킨 분수령이 되었다.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다양한 법적, 공적 정책들 가운데서도 가장 문제시 되었던 것은 기혼여성의 재산권에 관한 부분이었다. 1870년, 기혼 여성에게 일부 재산에 대한 법적 행사권을 인정한 최초의 기혼 여성 재산권 법안이 통과되었고, 그 권한은 1882년 법안에 의해 확대 되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서로의 친구』는 한 개인이 품은 변덕스러운 욕망(하먼 1세의 “의지”[will])이 유언장(will)이라는 합법적인 서류 절차를 통해 실현되는 과정에 관한 소설이다. 무덤에서조차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 가부장적인 아집으로 인해 고인의 아들인 존 하먼과 그의 아내로 지목된 벨라 윌퍼는 모두 희생자가 된다. 이 작품에서 디킨스는 재산과 결혼 간의 연관성을 구체화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소설의 서사가 갖는 과제는 이 연관성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중심 서사의 흐름이 하먼과 벨라, 유진 레이번(Eugene Wrayburn)과 리지 헥섬(Lizzie Hexam) 커플의 행복한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가운데, 작품은 여성의 글쓰기가 갖는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특히 미혼 여성이 계약서나 기타 법률 서류 서명에 관여하는 모습을 강조한다. 벨라와 플레전트 라이더후드(Pleasant Riderhood)를 포함한 미혼 여성들은 결혼 후에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듯, 여러 장면에서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법률 서류를 작성하거나 법적인 행위에 관여한다. 기혼 여성이 계약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일부 재산권의 행사를 허락한 입법안이 통과되기 직전에 발표된 『우리 서로의 친구』는 여러 면에서 여성이 법적인 영역과 계약에 참여하고 자신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인습적인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작품의 결말로 인해 가로막히고 만다.
본 연구는 역사와 법률, 문학 간의 관련성에 대해 실질적 및 이론적인 접근을 모두 시도한다. 실질적인 접근을 위해 본고는 풍부한 1차 자료를 토대로 정부 법안과 사회적 관례의 변화를 야기한 담론과 수사적 기교를 탐구할 것이다. 이를 위해 1870년과 1882년에 제정된 기혼 여성 재산법 전문을 비롯해, 19세기 전반에 걸쳐 결혼과 가족, 젠더 문제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킨 기타 법률안들을 입수할 계획이다. 법률에 관한 역사는 법정 바깥에서도 언론과 평론 등 여론을 주도한 기타 주요 수단을 통해 이루어졌으므로, 본 연구는 법조계와 문학계, 행정 영역 전반에 걸쳐 유력한 자료들을 검토할 것이다. 또한 여성의 권리 확대를 위한 여성운동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조명하여, 여론의 재판장뿐만 아니라 곧 변화를 겪게 될 법률 및 입법안의 실질적인 법정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를 다시 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의 작품 읽기를 시도한다. 본 고에서는 법률 제정의 배경이 문학을 폭넓게 이해하는 효과적인 관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문학 작품의 세밀한 연구를 통해 여성 권익 운동의 법률적인 역사를 조명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이해할 수 있는 대단히 효과적인 원천으로서 문학과 법률의 “텍스트”를 접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