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팀의 연구 내용은 다음 세 가지의 자료를 집성하는 것이다. 그것은 각각 검열자 자료, 피검열자 자료, 붓질 복자의 과학적 복원을 통한 원전 확정의 케이스 스터디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은 우선 검열관이 남긴 기록의 조사 ...
본 연구팀의 연구 내용은 다음 세 가지의 자료를 집성하는 것이다. 그것은 각각 검열자 자료, 피검열자 자료, 붓질 복자의 과학적 복원을 통한 원전 확정의 케이스 스터디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은 우선 검열관이 남긴 기록의 조사・분류・분석・해제 작업이다. 검열법의 실제 적용자인 총독부 경무국의 도서과 직원, 사무관, 통역관, 지방 경찰부 직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활동영역은 식민지 국가기구일 뿐만 아니라, 식민지 권력의 통제와 작가의 대응, 그리고 출판자본의 이해가 구체적으로 만나는 정치적 공간이었다. 가령, 경무국 도서과는 조선 내에서의 모든 출판물과 영화, 음반 및 도화의 출판과 발행, 그리고 발매와 반포를 총괄 관장했다. 따라서, 여기에서 활동한 검열관의 구성과 이력, 특히 일본인 통역의 역할이나 조선인 검열종사자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검열 제도는 물론 한국의 문자, 영상, 음반 등의 근대적 매체 문화의 형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그 외에 검열관의 당대 좌담 등의 구술 자료와 회고나 인터뷰 자료를 수집할 것이다.
피검열자, 즉 작가, 출판업자, 편집 실무자, 잡지 기자 등의 검열에 대한 인식틀을 검토하기 위해서 그들이 남긴 문장과 진술들, 검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여 자료화한다. 당대 출판 잡지에 기고된 글들을 논의 내용에 따라 주요 항목별로 분류하여 제시한다. ① 검열법(사상통제)의 검열망과 문단, 문학인, ② 검열법에 대한 출판업자의 대응, ③ 출판업자에 대한 구독자의 요구, ④ ‘내지’ 검열과 제국 밖의 검열, ⑤ 「편집후기」(「권두언」)에 나타난 검열의 실태, ⑥ 인터뷰와 회고록에 나타난 피검열의 경험. 이로써, 작가, 독자, 출판업자, 편집 실무자, 잡지 기자 등 여러 하위 주체들의 관점에서 폭넓게 피검열의 문제를 검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열된 자료 항목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기록과 구술을 망라한 자료로 구성될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각별하게 강조해야 할 사항은 과 를 개별적으로 자료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 연구팀이 연구목적으로 삼고 있는 자료집 안에서 검열의 장(場)을 통합적으로 보여주고, 검열을 둘러싼 검열자-피검열자 사이의 상호작용의 양상을 드러내도록 하겠다. 과 의 검열자와 피검열자가 검열에 대해 언급한 자료들을 한데 모아 살핌으로써, 구체적인 ‘검열장(檢閱場)’의 복원을 시도할 수 있다. 당시 검열법령은 매우 모호하고 포괄적이었으므로 그 구체적 해석과 집행이 검열관의 재량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검열관의 진술을 통해 검열의 실제 작동양상을 파악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검열자와 피검열자의 언급을 한데 모아 비교하는 일 또한 필수적이다. 검열자와 피검열자의 진술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다른 경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은 복수적으로 존재하는 텍스트의 복원이다. 검열하의 식민지 시기에는 한 작품의 경우에도 육필원고, 검열본 원고, 교정쇄 검열본, 납본 검열본, 미검열 인쇄본 등 다양한 텍스트가 남아 있다. 텍스트에 대한 연구는 별도로 추진해야 할 방대하고도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이번 자료집에서는 우선 식민시대 여러 자료들에 나타나는 복자(覆字) 중에서 과학적으로 복원 가능한 것들을 복원 게재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붓질 복자(인쇄이후 삭제지시를 받은 경우 붓으로 먹칠해서 지운 복자)를 들 수 있다. 본 연구팀은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감식실 양후열 실장팀)에 의뢰하여 붓질 이전의 글자를 복원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한다면, 오랫동안 ‘판독 불가’로만 인식되어 왔던 강경애의 「소금」 마지막 부분 등을 복원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문학연구의 출발이 원본 확정에 있다면, 이 작업은 비록 사례연구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의미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검열이 기본적으로 ‘하고자 했던 말’과 ‘실제로 했던 말’ 사이의 괴리를 불러오는 것이라면, 이 같은 과학적 방식을 통한 복자의 복원은 ‘삭제된, 하고자 했던 말’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