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독창성은 첫째로,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상호관계를 되도록 “가치 중립적” 입장에서 양자간의 동학(dynamics)을 고찰하는 공학적(engineering) 접근을 시도한다는데 있다. 굳이 막스 베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엄격한 의미에서 가치중립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 ...
본 연구의 독창성은 첫째로,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상호관계를 되도록 “가치 중립적” 입장에서 양자간의 동학(dynamics)을 고찰하는 공학적(engineering) 접근을 시도한다는데 있다. 굳이 막스 베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엄격한 의미에서 가치중립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 사회과학 연구에 있어서 어리석은 시도로 들릴 수 있으나, 본 연구가 지향하는 헌정공학(constitutional engineering)이란,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에 일방적인 가치 선호적 선입견을 갖고 있는 일방적 민주주의자들이나 목적론적 헌정주의자들과는 구분되는 태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본 연구는 민주주의와 헌정주의 중 어느 한 쪽에 대한 가치 선호를 전제로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이것의 가능성에 대해 문제 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양자의 상호관계의 동학을 공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또한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상호관계에 대한 문화적, 역사적 환원주의 (reductionism)를 가능한 한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연구의 독창성을 찾을 수 있다. 기왕이 연구는 대부분, 민주주의나 헌정주의의 성패를 헌정체제가 수립된 역사적 기원이나, 국민들의 문화적 성향에서 찾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왜 어떤 나라는 성공하고(즉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관계가 보다 조화롭고), 어떤 나라는 실패하고 있느냐(즉 양자의 관계가 보다 갈등적이냐)를 묻는 비교 연구의 경우, 그 원인을 만약, 그 헌법이 탄생한 독특한 역사적 기원에서 찾거나, 그 나라의 문화적 성향으로 성패의 원인을 환원시킨다면, 궁극적으로 우리의 헌정주의와 민주주의의 상호관계 설정에 관한 조언을 얻고자 하는 비교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문화적 성향이나 역사적 기원은 일회적이고 특수한 것이어서, 모방이나 동화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가치 중립적” 관점에서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동학을 살펴보고자 하는 본 연구는 역사적 문화적 환원주의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상호관계에 대한 독창적 규명을 위해 공학적 접근법을 시도할 것이다.
본 연구는 궁극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선순환적 관계의 모색을 위해 한국, 일본, 미국, 브라질 4개국의 헌정주의와 민주주의의 상호 역학관계를 질적으로 비교하는 방법론(qualitative comparison)을 취한다.
1) 연구의 기본틀
한국의 헌정주의와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관계의 모색을 위해 한국과 함께 일본, 미국, 브라질 4개국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헌정주의와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기준으로 나라들을 분류할 수 있는데, 미국과 일본은 선진의 예로, 한국과 브라질은 후진의 예로 분류한다.
헌정주의와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는 표면적으로 말하자면, 헌법개정 논의가 정치 권력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되물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과 브라질의 개헌 논의는 권력구조 개편이나 큰 이상으로서의 민주주의 실현과 같은 이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소수자의 인권보호 (gender, ethinic minority, sexual orientation, guest worker) 나 환경문제, 국제적 위상변화 등과 같이 국내 권력구조 문제에 벗어나 소위 탈근대적 이슈를 대상으로 개헌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상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를 후진으로, 탈근대적 이슈를 대상으로 한 논의를 선진으로 분류한 이유는 후자의 경우가 헌정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적 갈등이 완화되고 실천적 조화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탈근대적 이슈를 대상으로 하는 개헌 논의도 개별적 민주주의 (예컨대 소수민족 민주주의, 다문화 민주주의, 페미니즘 민주주의, 환경 민주주의 등) 의 지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주의(demokratia=rule by people)라는 대의명분으로 헌정주의(constitutionalism=rule of law)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을 시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비교국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다소 피상적이다. 헌정질서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를 동서양의 법문화의 차이로 구분한다. 대체로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과 일본을 동양의 법문화권으로, 기독교적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과 브라질을 서양의 법문화권으로 분류한다.
같은 서양적 법문화의 영향권 아래 있는 미국과 브라질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관계에서 다른 동학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또한 다른 동학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동서양의 상이한 법문화의 영향권 아래에서도 일본과 미국, 한국과 브라질은 비슷한 동학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러한가? 본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해 역사적, 문화적 환원주의를 배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각국의 헌정의 역사에서 그 답을 찾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