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 년간 남녀의 언어사용에 있어서 차별 또는 구별은 최근 젠더 Gender연구와 함께 언어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하나의 연구주제가 되어 왔다. 젠더연구는 생물학적으로 정의된 성 이외에 또 다른 방식으로 성을 구분하는 것,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성에 ...
지난 30여 년간 남녀의 언어사용에 있어서 차별 또는 구별은 최근 젠더 Gender연구와 함께 언어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하나의 연구주제가 되어 왔다. 젠더연구는 생물학적으로 정의된 성 이외에 또 다른 방식으로 성을 구분하는 것,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성에 대한 연구이다. 본 논문에서 ‘젠더’는 생물학적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정의되는 성에 대한 포괄적 개념으로 사용하며, ‘성’은 일차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정의되는 남여의 구분에 기초하여 사용한다.
인간의 언어사용에 있어서 관찰되는 남여의 성에 따른 그 어떤 차이가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는 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정의된 성에 의한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어떠한 영향아래 남녀에 따른 언어의 차이가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사회화 과정과 함께 나타나게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남녀의 성에 따른 그 어떤 차이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생득적이며 내재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또는 외부적이며 환경적 요소에 의해 형성되는 것인가를 알아보는 한편, 언어습득에서 언어외적인 요소로서 작용하는 젠더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어화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우선 유관한 선행연구에 대해 살펴보고, 특히 발달 심리학적 측면에서 말하는 본질주의의 믿음과 환경주의 및 구성주의적 설명과 더불어, 특히 아동기에 많이 읽혀지는 독일 동화의 예와 한국어 자연발화자료를 통해 본질주의적 믿음을 바탕으로 한 구성주의의 설명력에 대하여 환경주의적 요인들이 어떻게 언어 속에 입력되어 나타나게 되는지 확인하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
우선 아동의 발달은 언어습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아를 지칭하는 “infant”라는 어휘는 라틴어의 어원 “infant”에서 비롯된 ‘말을 하지 못하는 아동’이라는 뜻을 가지며, 또한 영어의 “baby”는 중세영어 “babble”에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심리학에서 발달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영아, 유아, 아동으로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언어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이들은 생후 6개월 정도에 옹알이를 시작으로 생후 12개월 즈음이면 언어발달의 제 1단계인 한 단어 시기가 되며, 18개월 정도에 두 단어시기를 거쳐 3년6개월에서 4세 정도사이에 아동 언어습득이 일차적으로 완성된다. 영아의 단계로부터 아동의 시기에 이르는 동안 어떻게 언어를 습득해 나가는지에 대한 완전한 해답을 구한 것은 아니지만, 언어습득을 위해 인간에 내재된 보편적 언어습득 기제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가정하건, 그렇지 않건 언어습득의 과정은 규칙체계로서의 언어뿐만 아니라 언어습득과 함께 사회의 일원이 되는 사회적 규범 또한 습득해 가는 것이다.
언어학자들이 언어를 흥미로운 연구대상으로 접하게 되는 계기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은 관찰을 통해서이다. 아이들은 어느 지방 어떤 언어 환경에서 태어나도 일단 부모의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모습으로 태어나는 반면, 그 아이들이 습득하게 되는 언어는 부모의 유전적 인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언어가 말해지는 환경에서 태어났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때문에 부모의 유전인자와 아이들이 일차적으로 접하게 되는 제1언어(모국어) 습득에는 우선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또한 언어는 한 언어의 소리, 형태, 의미 구조의 체계로서만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말해지는 환경- 어떤 사람이 이 언어를 사용하는가, 어떤 사회 문화적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가 등- 과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모든 요소들이 반영된 형태로 습득된다.
인간의 언어(습득)에 대한 연구는 따라서 언어능력과 언어사용에 대한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진다. 그 하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언어능력과 언어 자체가 그 대상이 되는 언어 내적인 연구이며, 다른 하나는 ‘언어는 언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용함으로써 비로소 언어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언어를 모든 사회문화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살피게 되는 언어외적 연구이다. 이때 가장 두드러지고 중요한 사회적 범주 가운데 하나가 ‘젠더’이며, ‘언어가 강력한 사회화의 영향으로써 인식된다’ (Ochs & Schieffelin, 1984)는 사실은 언어습득과 사회화의 관점에서 언어와 젠더의 관계를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본 논문에서는 언어습득에서 젠더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들과, 이러한 역할 수행의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 언어공동체 안에서 구현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