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화는 한편으론 교통, 통신 등의 수평적인 확산을 통한 긍정적인 점이 부각되면서도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시장자본주의와 발전주의적인 모델이 지구적, 지구지역(glocal)적 차원에 적용되어 불평등과 불균형을 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 ...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화는 한편으론 교통, 통신 등의 수평적인 확산을 통한 긍정적인 점이 부각되면서도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시장자본주의와 발전주의적인 모델이 지구적, 지구지역(glocal)적 차원에 적용되어 불평등과 불균형을 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 세계적으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입으로 상정되는, 하루 소득 4달러 미만, 연소득 1500달러 미만 인구가 40억 명에 이르고 이 중 2/3는 아시아에 살고 있다. 아시아 사람 5명 가운데 1명은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절대 빈곤 속에 살고 있으며 ‘가난한 아시아인 중 더 가난한 아시아인’은 여성으로서 아시아 빈곤 인구의 70%를 차지한다. 경제적 차원을 넘어선 다양한 영역의 삶의 질을 보아도 비슷한 양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EIU에 따르면 2005년 전 세계 111개국을 대상으로 한 삶의 질 조사에서 30위 안에 든 아시아의 나라는 네 나라와 홍콩을 포함해 다섯 곳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빈곤의 아시아화’라는 현상과 아시아 내 전반적인 삶의 질이 낮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수치이다.
아시아와 아시아 여성의 빈곤 및 삶의 질 저하는 지구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더 이상 일국적 차원의 원인 분석과 해법을 벗어난 초국적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지구화가 미치는 아시아 여성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아시아 여성정책 및 사회적 대안이 마련되어 단기적으로는 현실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여성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향상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현재 주류 정치, 경제, 사회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대안 사회를 모색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지구화로 표현되는 막강한 세계적 흐름이 지구지역화의 성격을 띠고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불평등, 불균형, 잠재성의 감소 및 상실을 낳고 있지만 지구지역화의 시대에 특정 국가의 구체적인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심도 있게 지역여성의 삶의 질을 다룬 연구는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아시아 여성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경제, 정치적 안정성, 가족생활, 공동체생활, 고용안정성, 건강 등 사회의 다차원적인 측면이 포함된 연구의 부족은 아시아 여성의 대안적 삶의 형태 및 대안사회의 비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구화의 역학 속에서 아시아 여성의 삶의 질을 구체적으로 질문하면서 공정한 지구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어떠한 실천들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아시아 구성원들의 소통방식은 어때야 하는지를 살핀다. 이러한 목적의식 하에 보살핌의 경제와 지속가능한 공동체, 여성노동자의 건강, 여성의 탈빈곤 전략, 사회정책 등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구성하는 구체적 영역을 탐색하는 한편, 아시아에서 이동을 경험하는 여성들의 행위성을 민족지적 픽션 형태로 기술함으로써 주체와 대상 간의 상호주관적 교감을 꾀하고 더 나아가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대중적 소통을 시도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즉 본 연구는 주류체계가 안고 있는 내적 모순을 치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그것의 전격적인 수정과 보완을 지향하는 것이며 지구화의 흐름 내부에서 부정의(injustice)를 해소하고 평등한 참여에 의한 상호인정이 가능한 여러 통로들을 만들고자 한다. “다수의 아시아여성경험”이라는 틀에서 역사적, 지역적 특성을 내포하면서도 지역적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여성들 간의 복잡한 이질성을 직시하는 한편, 구체적 아시아적 맥락이 부각되어 지식공동체와 대안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연구의 결과가 ‘아시아여성학’의 구성과 발전에 기여하여 ‘아사아여성학’을 구축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