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발표된 브라질의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브라질은 인구 분포상, 백인이 54.4%, 물라토가 39.9%, 흑인이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앞서 언급하였지만 이와 같은 혼혈현상의 저변에는 흑인과 포르투갈 출신의 백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브라질 ...
2000년에 발표된 브라질의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브라질은 인구 분포상, 백인이 54.4%, 물라토가 39.9%, 흑인이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앞서 언급하였지만 이와 같은 혼혈현상의 저변에는 흑인과 포르투갈 출신의 백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브라질 문화의 다양성과 융화력을 언급하면서도 그 흑인들과 백인들에 대한 깊은 고찰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브라질 혼혈의 핵심을 이루는 아프리카 흑인들의 상당수는 과거 이슬람교를 믿던 수단 지역의 태생이었다(Arthur Ramos, 1961. Gilberto Freyre, 200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국내의 학술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즉, 오늘날 혼혈 문화의 대명사로써 역동적인 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브라질 문화 속에 아랍 문화가 깊게 스며있다는 사실이 혼혈의 배경(예, 이슬람의 일부다처제) 정도로만 언급되면서 그 이상의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콜럼버스가 중남미에 도착하여 이베리아 반도인들의 식민지배가 시작된 1492년은, 공교롭게도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가 약 8세기에 걸친 이슬람 인들의 지배(711-1492년)에서 완전히 벗어난 해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콜럼버스 이후 중남미(브라질)에 유입된 포르투갈, 스페인 인의 절대 다수가 700년 이상 아랍(혹은 종교적으로 이슬람교) 문화의 영향 하에 있었던 사람들(모사라비 Moçarabe)이었다는 것(강석영, 최영수 공저, 2000)으로써, 300여 년 이상 브라질을 지배하면서 동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주도해온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이에 본 연구는 다양한 문화적 기호 체계들의 집산지와도 같은 브라질의 문화를 기호학적으로 심층 분석함으로써 혼혈문화의 뿌리를 폭넓게 이해하고, 나아가 향후 다양한 이질적 문화요소들과 필연적으로 접변하게 될 우리 사회에 하나의 선도적인 예로써 활용코자 한다. 또한 본 연구는 혼혈문화의 제반요소들에 대한 나열식 소개 차원을 떠나, 아랍권의 문화적 영향을 중심으로 각자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지닌 민족과 인종들이, 서로 다른 코드를 지닌 문화적 기호체계로서, 브라질이라는 공간 속에서 어떻게 공존하고 융합하며, 또 잠재적으로만 인식되던 타문화에 대한 강한 융화력과 친화력을 지닌 브라질의 문화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표출양상은 어떠한지를 기호학 관점에서 분석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체적인 연구내용을 밝히자면, 첫째, 아랍(이슬람)의 문화를 중심으로 브라질 사회에서 현재와 같은 다문화적·다인종적 혼합문화를 탄생시키고 확산시킨 또 다른 기호체계들은 무엇이며 이들의 현주소는 어떠한 지를 연구할 것이다. 둘째, 다양한 체계를 지닌 기호들(다양한 언어, 인종, 역사, 문화 등)의 집합체이기도한 브라질이라는 국가에서, 아랍의 문화적 상징기호(음식, 음악, 춤, 예술, 건축 등)들이 어떤 방식과 메커니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융화하는지를 기호학적 관점(특히 롤랑 바르크가 말한 '기호의 의미작용'이라는 관점, 『현대의 신화』, 1997)에서 살펴볼 것이며 끝으로 그러한 상징 기호들 속에 녹아있는 브라질의 문화적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분석할 것이다.
즉, 앞서 언급하였듯이, 브라질 문화는 다양한 기호들의 단순한 통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 다양성을 보존하고 그 다양성이 지니는 폭발적 역동성과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또 다른 기호들의 창출을 극대화하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그 요소들 가운데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랍 문화를 기호학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들어 다양한 이질적 문화요소들과 빠르게 접촉하며 변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하나의 대안적 지표를 모색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