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중국어에서기본 감정표현의 개념화 양상을 분석해보고, 우리말 표현과의 비교를 통해 중국어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문화적 맥락에서 탐구해보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기본감정은 ‘사랑’, ‘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 ‘미움’의 여섯 가지로 국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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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중국어에서기본 감정표현의 개념화 양상을 분석해보고, 우리말 표현과의 비교를 통해 중국어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문화적 맥락에서 탐구해보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기본감정은 ‘사랑’, ‘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 ‘미움’의 여섯 가지로 국한하였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밝힌 인간의 기본감정 표현이 ‘신체화’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언어자율성을 강조한 구조주의 언어학이나 변형생성주의 언어관에서는 인간의 감정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인지언어학은 언어의 문제를 통해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그간 큰 관심을 받지 않았던 우리의 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은 가장 익숙한 신체로부터 세상을 이해하고 개념화한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감정도 기본적으로 신체를 통해 이해된다. 즉 감정은 ‘신체화’되어 있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에 의해 보고되고 있다. 감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신체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은유 또는 환유적 방법으로 이해한다. 감정이 인간의 보편적인 특징이므로 감정의 은유화와 환유화의 예는 상당부분 언어보편성을 띠고 있다. 본고에서는 감정의 은유화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쁨'과 '슬픔'을 예로 들어보자. ‘기쁨은 위’는 한국어(기뻐서 날아갈 것 같다)와 중국어(兴高采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은유이다. 중국어에서 ‘기쁨은 위’는 ‘기쁘다’를 뜻하는 ‘高兴’자체가 ‘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兴高采烈’, ‘兴致盎然’, ‘情绪高涨’등도 이에 해당된다. 또한 ‘기쁨은 용기속의 액체’라는 은유를 사용하여 ‘기쁨’을 표현한 예도 상당수 눈에 띄는데, ‘满怀喜悦’, ‘热情洋溢’, ‘喜气盎然’등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어에서도 ‘기쁨이 차오르다, 기쁨이 고이다, 기쁨이 서리다, 기쁨이 돌다’등등 많은 표현이 이 은유를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한중 두 언어에서 ‘기쁨’의 은유적 양상을 대조해 본 결과, 중국어는 ‘위, 액체, 빛(열), 사물, 음식(술, 달콤한 물질), 동식물(새, 꽃), 실, 붉은색, 글씨, 기후(날씨)’의 열 가지 근원영역으로 구조화됨을 발견하였다. 한국어는 ‘풍선, 그릇속의 액체(강물, 바닷물), 불, 물건, 음식물(술), 식물(꽃), 실, 폭풍우, 적’의 아홉 가지 근원영역으로, 은유적 양상에서도 두 언어는 아주 유사한 양상을 보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국어에서 ‘음식물’ 근원영역 중에서도 ‘달콤한 물질’로 개념화되는 예가 많은 것은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어에서 ‘붉은색, 글씨’등의 근원영역은 한국어에서는 찾기 어렵고, 또 한국어의 ‘폭풍우, 적’의 근원영역은 중국어에서 상응하는 예를 찾기 어렵다. 중국어에는 ‘폭풍우’대신 ‘맑은 날씨’로 ‘기쁨’을 개념화하고 있다. 이는 ‘붉은색’이 ‘기쁨’을 상징하는 중국문화의 일면이 언어에도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감정이 ‘글씨’로 개념화되는 것 또한 중국어의 특징이다.
'슬픔'의 경우, 중국어와 한국어에는 모두 '슬픔은 액체'라는 개념은유가 존재한다. 중국어에서 '슬픔'은 흔히 '액체'를 표현하는 ‘涌出’,‘涌上’ ,‘沉浸’, ‘充满’, ‘沉溺’, ‘沉淀’, ‘沉淀’, ‘越积越浓’, ‘涌起’등의 서술어와 함께 사용된다. 이는 한국어에서 '슬픔'이 ‘고이다, 부어놓다, 적셔 올라오다’, ‘차오르다’, ‘차다’, ‘괴다’, ‘서리다’, ‘돌다’, ‘잠기다’와 같은 서술어와 함께 나타나는 것과 아주 유사하다.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한중 두 언어에서 ‘슬픔’은 ‘그릇 속의 액체, 적, 물건, 식물, 음식물, 강물·바닷물, 기후, 실, 질병’의 9가지의 근원영역을 통해 구조화된다.
‘기쁨’과 ‘슬픔’에 대한 언어표현이 한국어와 중국어에서 매우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난 것은 기본감정 표현이 언어에 따라 자의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우리 몸의 체험과 긴밀히 동기화되어 있기 때문임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나머지 감정들에 대한 개념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북경대 언어코퍼스를 대상으로 관련 예들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이미 살펴본 '기쁨, 슬픔, 두려움'에 대한 조사를 통해 한중 두 언어는 감정은유에서 상당부분 유사한 양상을 띠지만, 개별적, 문화특징적인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머지 감정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면 감정은유의 전체적인 양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그동안 알려지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