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논의는 상호의존의 심화, 초국적 문제 및 비국가 행위자들의 등장, 신자유주의 시장이데올로기의 확산 등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로 인하여 전통적인 국가 중심의 통치방식이 그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 ...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논의는 상호의존의 심화, 초국적 문제 및 비국가 행위자들의 등장, 신자유주의 시장이데올로기의 확산 등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로 인하여 전통적인 국가 중심의 통치방식이 그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협치에 기초한 운영․관리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거버넌스 논의 중‘바람직한,’ ‘건전한,’혹은‘참된’거버넌스라고 번역되고 있는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 개념은 원래 해외원조를 담당하고 있는 국제기구에서 원조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고안된 개념이다. 여기서 굿 거버넌스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 기술관리주의적 행정개혁, 서구 자유민주주의적 정치개혁 등 특정 가치 및 목표를 지향하는 개념으로서 원조수여국에 대한 일종의 공여조건으로 제시되어 왔다. 이런 특정 가치지향적 거버넌스 개념이 널리 유포된 이유는 세계은행을 위시하여 권위 있는 국제기구들이 이 개념을 적용한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굿 거버넌스 개념은 서구중심주의와 효율 만능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시민사회의 참여, 정부의 위계적 권위의 분산, 정부-시민사회의 수평적․협력적 네트워크, 민주적 책임성 등 거버넌스 개념이 원래 내포하고 있는 보다 폭넓은 가치들을 담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효율성뿐 아니라 참여성, 자율성, 민주성 등 제반가치들을 지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정부의 역량과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는 보다 바람직한 거버넌스 모델의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 연구는 굿 거버넌스에 대한 선언적, 수사적 개념을 넘어 9개의 구체적 정책영역(산업정책, 의료정책, 교육정책, 정보화정책, 지역자치, 싱크탱크, 인권, 한미동맹, FTA 정책)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통해 한국적 굿 거버넌스의 현실을 비교분석하고 나아가 한국적 맥락을 반영한 굿 거버넌스 모델 및 지표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첫째, 본 연구의 문제의식은 기존의 굿 거버넌스 개념과 논의가 한국적 현실에 주는 함의가 무엇인가에서 출발한다. 우선 한국적 현실에서도 거버넌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나타나고 있다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산업, 의료, 교육, 정보화, 지역정치, 싱크탱크 등 6개의 대내정책 분야와 인권, 한미동맹, FTA 등 3개의 대외정책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굿 거버넌스 사례를 비교분석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한국적 거버넌스 현실에 대한 기술적(descriptive), 분석적(analytical) 연구의 차원을 넘어 한국적 굿 거버넌스의 모델 및 평가지표의 개발을 시도할 것이다. 각 정책분야 및 이슈에 대한 경험적 연구에 기초하여 자율성, 전문성, 참여성, 네트워크의 성격, 분권화, 효율성, 투명성 등 다양한 굿 거버넌스 지표들을 개발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각 정책영역 및 이슈들을 비교 평가하는 노력을 시도할 것이다. 이는 최소한 한국적 굿 거버넌스 모델 모색을 위한 단초를 제공하며 향후 여러 정책영역 및 이슈에 대한 굿 거버넌스 평가를 위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거버넌스의 정치학적 측면을 강조한다. 우선 기존 논의, 특히 세계 은행 등 국제기구들의 굿 거버넌스 개념은 대부분 탈정치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굿 거버넌스를 시장주의, 기술관료주의, 그리고 법치와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개혁 정도로 파악하면서 거버넌스의 정치적 측면, 특히 승자와 패자 사이의 갈등과 권력의 측면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굿 거버넌스의 민주성을 강조하고 시민사회 행위자들의 참여와 네트워크에 주목하고 있는 경우에도 이들을 공공정책의 수요자 혹은 고객 정도로 파악하면서 거버넌스의 동태적 정치역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 본 연구는 9개 정책분야의 이해당사자들을 정치행위자로 파악하여 이들의 가치와 선호가 상호 갈등과 조율의 과정을 거쳐 구현되는 거버넌스의 정치적 측면에 주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