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내용은 미국 독립혁명(American Revolution) 전후 10여년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 세즈윅(Catharine Maria Sedgwick, 1789-1867)의 『린우드가; 혹은 미국, "그 후 60년"』(The Linwoods; or, "Sixty Years Since" in America, 1835)의 분석을 통하여, 픽션으로 구 ...
본 연구의 내용은 미국 독립혁명(American Revolution) 전후 10여년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 세즈윅(Catharine Maria Sedgwick, 1789-1867)의 『린우드가; 혹은 미국, "그 후 60년"』(The Linwoods; or, "Sixty Years Since" in America, 1835)의 분석을 통하여, 픽션으로 구성된 소설이 공식적으로 기록된 역사를 어떻게 재구성하여 건국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재현하는지 그 양상을 고찰하는 것이었다. 저술을 통해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고 자부하던 초기 미국의 작가들은 미국만의 문화 정체성을 환기하는 국민문학의 확립이야말로 자신들의 임무라고 간주하였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출발을 공식화하는 독립혁명은 미국적인 것을 대표하는 것으로 각광받는 소재였으며, 1850년까지 독립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100편 이상 출판되었다(Kammen 54). 이들 작품이 대부분 영국과의 정치적 단절을 옹호하는 애국적 경향을 띠고 있었다는 것은 문화적 독립에 대한 초기 미국의 강렬한 열망을 보여준다. 『린우드가』는 ‘미국’이라는 국가 탄생에 대한 세즈윅의 독특한 시각의 제시이며, 세즈윅이 제시한 ‘미국’에 대한 전망을 살피는 것이 본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국가 건국이 이 시대의 많은 작가들을 자극한 관심사임에는 틀림없지만, 각 작가가 ‘미국’이라는 국가의 형성에 대해 제시한 시각은 다양성을 보여준다. 전쟁이라는 형태로 극적으로 표면화되기까지 그 과정에 진행된 이질적인 담론들의 상충과 갈등, 그리고 타협과 화해의 복합적인 과정은 작가가 어떠한 시각으로 독립혁명의 의미를 읽어내는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린우드가』는 ‘미국’이라는 국가 탄생에 대한 세즈윅의 독특한 시각의 제시인 것이다. 『린우드가』는 독립혁명의 역사적 사실과 픽션으로 꾸며진 린우드 일가를 중심으로 한 가족 연대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역사 속의 실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하지만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은 이야기 전개에 중심적이라기보다는 부수적이다. 즉 세즈윅은 공식적인 역사가 기록한 큰 사건보다는 기록되지 않은 공식적인 역사의 배후에서 작동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던 것이다. 푸코(Michel Foucault)가 "계보학"(genealogy)의 시각으로 역사를 탐색하면 당위로서의 현재를 수정하고 역사를 재인식하게 되며, 또한 공적인 역사 속에서 소홀하게 취급되거나 삭제된 사건들에 주목하게 된다(87-88)고 제시한 바와 같이, 세즈윅은 ‘계보학자’의 입장에서 역사를 재탐색한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지식의 허구성을 전제하는 계보학적 시각으로 역사를 고찰하게 되면, 현재와 과거 모두에 일정한 비판을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세즈윅의 역사적 관심은 국가 정체성의 확립을 확인하기 위해 과거를 옹호하려는 요구에 부응한 산물이기도 하지만,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주창하며 팽창주의를 구가하던 잭슨 시대(the Jacksonian Period)를 살고 있던 작가의 현재와 무관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다. 작품의 부제가 명시하듯이, 독립이 이루어진 후 60년의 시간이 흐른 현 단계에서의 과거 점검이 세즈윅의 관심사인 것이다. 특히 독립 이후의 불안정한 국가 정체성의 반향으로 일반 대중들도 역사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보였던 시대 상황을 고려한다면, 단지 기억 속에 사장된 과거가 아니라 역사의 현재적 의미를 탐구하려는 세즈윅의 작업은 당대 지배 담론과의 적극적인 대화의 시도로 보았다.
본 연구의 장점은 미국소설, 특히 초기 미국소설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과 이해를 위해 반드시 연구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진하여 앞으로 후속 연구가 계속 파생될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분석한다는 점이다. 당대의 높은 비평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완전히 사장되어 있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온당한 평가는 미국 소설에 대한 우리의 보다 균형 잡힌 이해를 진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그 결과는 후속 연구와 교육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후속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본 연구는 초기 미국소설의 중요한 갈래인 역사소설 작가로서 세즈윅의 위상을 점검할 것이므로, 역사적 관심을 투영한 다른 작가의 작품과의 비교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19세기 여성소설의 통시적 흐름을 점검하는데도 유용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기존 세즈윅 연구의 맥락에서도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진한 작품을 고찰함으로써, 위에 제시한 통시적·공시적 연구 속에 작가를 보다 통합적인 시각에서 온당하게 위치시키기 위해 필요한 개별 연구의 성과로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