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들에게 강조되어온 덕목중의 하나인 모성성과 정숙한 아내라는 가치관이 여성들의 독립된 주체성을 지우고 그 자리를 “누군가의 어머니”나 “누군가의 아내”와라는 역할로 대체시켜 온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나이지리아를 ...
본 연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들에게 강조되어온 덕목중의 하나인 모성성과 정숙한 아내라는 가치관이 여성들의 독립된 주체성을 지우고 그 자리를 “누군가의 어머니”나 “누군가의 아내”와라는 역할로 대체시켜 온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나이지리아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중의 한 사람인 부치 이메체타(Buchi Emecheta)가 1979년에 발표한『모성의 기쁨』은, “모성의 기쁨”이라는 허울 속에서 살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누 이고(Nnu Ego)의 비극적 생애를 통해, 가부장제 남성이데올로기가 여성에게 교묘하게 덧씌워 왔으며, 여성 스스로도 자기 최면에 빠져버린, “숭고한 모성”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모성을 생물학적인 여성의 운명으로 간주하는 어리석음”(Polatnick 693)에 대해 근본적으로 제고할 것을 요구한다. 아프리카 사회 속에서 여성은, 독립적인 개인으로서의 자아를 정립하는 대신에, 남성의 아내이자, 그 남성의 자식의 어머니로서 고정된다. 이는 이메체타의 다른 텍스트의 제목인 “신부 지참금”(Bride Price)이 함축하듯이, 여성을 남성이 돈을 주고 사는 “미미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데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누 이고는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남편의 아이, 그것도 남자아이를 낳아주는 역할로 축소시킴으로써 가부장적 가치관을 자신의 의식 속에 내재화시켜버린다. 그녀의 허무하고 비참한 죽음을 통해서 텍스트의 제목인『모성의 기쁨』은, 역설적으로 “모성의 고통”을 드러내면서, “모성”에 갇혀서 자아를 상실한 채, 오직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누 이고와는 다른 삶을 선택하는 아다쿠(Adaku)나, 누 이고의 엄마인 오나(Ona), 그리고 누 이고와는 다른 세대에 속하는 그녀의 딸 케힌드(Kehinde)의 모습을 통해서 모성성에 함몰되었던 누 이고의 삶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역시 1922년에 발표한『율리시스』에서 호머이래로 “정숙한 여성상”의 원형으로서 제시되는『오디세이아』의 ‘페넬로페’(Penelope)를 끌고 들어와, 여성을 독립된 개인 주체로 보기보다는, “남편의 아내”와 “남편의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규정하고자 했던 서구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가치관을 드러낸다. 동시에 “페넬로페”라는 이 전형적 여성상을, 몰리 블룸(Molly Bloom)이라는 “반-페넬로페적”(Anti-Penelope) 여성 인물로 대체한다. 몰리는 “자신의 몸에 대한” 여성적 말하기를 통해 자신을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욕망의 주체로서 세움으로써 서구의 문학의 태동기부터 이미 뿌리내려 온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페넬로페와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몰리 블룸의 강력한 내적 독백은, 남성들에 의한 “여성성에 대한 문화적 이미지들”을 드러내고, 이러한 이미지들에 대한 “반복과 패러디, 전유, 그리고 비웃음을 통해 여성의 본성에 대한 사회적 구조화에 대한 가면 벗기기”(Pearce 7)를 극대화시킨다.
『율리시스』와『모성의 기쁨』은, 이처럼 가부장제하의 남성 중심적인 보수적인 이데올로기 속에서 여성들에게 외부로부터 강요되어온 “모성”과 왜곡된 “여성상”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두 작가의 성별(gender)상의 차이와 상이한 서술 기법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식민지지배를 받고 있는 아일랜드의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조이스가 경험한 정치적 소외와 억압은 그로 하여금 “서구 사회 속에서 항상 소외된 존재로서의 삶을 강요받아왔던 여성들의 상황”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으며, 이러한 점은 이메체타의 텍스트와 조이스 텍스트를 연결시키는 지점을 형성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본 연구에서는 두 작가가 공통적으로 천착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의식들, 즉 역사적으로 공고화된 가부장제하에서 강요되어온 “여성상”의 왜곡과 “모성성”의 허상의 측면을 중심으로 두 텍스트를 비교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전통적인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내포하는 부정적인 측면과 아울러, 제국주의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피식민지적 상황에서 여성에게 전가된 이중적 질곡의 문제를 분석할 것이다. 더 나아가 각각의 텍스트에서 시도하고 있는 기존의 왜곡된 “여성상”에 대한 해체와 “새로운 여성상”의 제시가 갖는 의미와 그 한계점을 비교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