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어권 문학에서 ‘이주자문학’의 정의와 위상
세계화, 국제화라는 미명아래 진행되고 있는 전 지구의 미국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작금은 국가, 민족, 지역, 종교, 인종, 언어, 이념을 넘어선 대통합의 공존전략이 문명 및 문화갈등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
최근 독일어권 문학에서 ‘이주자문학’의 정의와 위상
세계화, 국제화라는 미명아래 진행되고 있는 전 지구의 미국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작금은 국가, 민족, 지역, 종교, 인종, 언어, 이념을 넘어선 대통합의 공존전략이 문명 및 문화갈등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신자유주의’적 성향의 세계화는 미국과 유럽위주의 다수에 의한 소수문화의 종속화를 불러일으키며, 오히려 ‘민족국가’들로 하여금 서구를 모델로 한 세계화를 추구하게 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민족국가간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전통적인 문화 가치의 보존보다는 서구문화로의 동일화와 획일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본 글에서는 지역적, 인종적, 종교적, 정치․사회적 소수자들인 국외자, 이방인, 타자, 아웃사이더, 소수자, 주변인의 문학을 두루 포괄하는 문학으로서의, 엄밀히 말해서 ‘누가 글을 쓰는가 ’에 초점을 맞추어 이주자문학으로 규정하고자 한다. 물론 용어통일에 있어 다소간의 무리가 엿보이지만, 더 이상 독일어권 문학의 주변부에 머무는 소수자문학이 아니라, 주류문학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하기 위해 그리고 논리의 전개를 위해 하나의 개념으로 이들 문학을 아우름 또한 용인될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70-80년대 문학 외적인 측면에 무게중심을 두거나 내국인과 구별 내지 차별하는 두 용어로 회자되었다면, 80년대 중반이후는 비교적 통일된 개념으로서 ‘이주자문학’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나아가 이 개냠은 90년대 다문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상호문화적인 문학"으로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떤 문학 장르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였는가 처음 이주노동자에 의해 시작된 이주자문학은 장르나 주제에서 매우 제한적이었다. 타국에서 일하면서 그곳의 언어를 습득하고 작품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노동이주를 한 대다수 이주자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텔리계층이 아니었고, 출신사회에서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 따라서 언어적 한계를 짊어진 채 이주자문학 태동에 있어 그 출발 장르가 된 것은 주로 시문학이었다. 이들은 간단하게 산업현장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심경을 토로한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당시 주류를 이루었던 테마는 무엇보다 삶의 터전인 산업현장에서 외국인으로 받게되는 차별과 모멸감이었다. 그리고 생활이 안정되고 독일어가 좀 더 수월해지면서 단편적인 생활수기, 현장 체험기 등 짤막한 산문들을 선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단기간의 체류에도 독일어로 글을 쓸 수 있었던 점은, 적어도 본국에서부터 이미 문학에 대한 적지 않은 관심을 지니며, 나름대로 습작의 형태로 작품활동을 했으며 문학적 소양이 다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점은 90년대 이후 독일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수 이주작가들은 독일로의 연수나 유학을 목적으로 한 부류이거나, 정치적 망명을 택한 반체제 지식인들로서 높은 교육적 혜택을 이미 본국에서 받은 바 있는 인텔리 계층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독일 출판계의 배타성과 경직성 그리고 이주자들이 가진 언어적 한계로 인해 처음에는 단행본보다는 여러 사람이 공동 집필하는 성격을 취하였다. 외국인으로서의 차별과 멸시 뿐만이 아니라 여전히 독일문화와는 다른 사회에서 온 이방인 혹은 타자로 독일인 지배집단과의 거리를 경험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독일 사회에서 이방인이 겪게 되는 천편일률적인 피해의식과 반감이 테마의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긴장의 역학 속에서 떠나온 조국에 대한 애착과 이주해 온 사회에서의 배척 등 이중적 감정이 작품 내에 병존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으로 독일사회에 정착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 그리고 이중언어, 이중문화에 대한 문학적 흔적이 점차 상투적으로 그려지며 테마의 한계를 보였다.
종합해서 글을 정리해 보면, 언어한계 속에서 이들 비독일어권 이주작가들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를 통해 자신들의 특수한 상황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였으며, 독일어로의 습작이 점차 수월해지면서 단편소설로 그리고 최근에는 언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편소설을 통해 꾸준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아가 글쓰기의 의도는 단순히 외국인으로서 겪게 되는 산업현장에서의 차별과 억압의 경험에 대한 폭로적 글쓰기를 넘어선 인간 보편적인 문제를 짚어봄으로써 독일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출신국의 독특한 소재나 주제 그리고 서술기법을 통하여 독일 사회의 내부적인 모순들을 직접적인 체험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재현함으로써 독일문학을 빈곤을 채우며, 독일문학의 다양화 다성화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