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성인교육 연구의 대부분은 성인의 학습 활동을 개인적 수준에서 다뤄왔다. 이는 심리학이 성인교육 연구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상대적으로 사회학적 분석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의 학습 활동은 개인적 수준만이 아니라 집단적 수준에서도 ...
이제까지 성인교육 연구의 대부분은 성인의 학습 활동을 개인적 수준에서 다뤄왔다. 이는 심리학이 성인교육 연구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상대적으로 사회학적 분석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의 학습 활동은 개인적 수준만이 아니라 집단적 수준에서도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은 고유한 개성과 자유를 지닌 독자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집단정체성을 갖고 구성원들과 상호의존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인학습은 개인적 수준만이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인간' 차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외국의 성인교육학계에서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개념으로 인간의 집단성과 연대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Putnam,1995; Ewert & Grace,2000; Smith,2001).
집단으로서의 인간은 다른 집단과 상호의존적 관계에 놓여 있는 반면에 대립, 갈등 및 투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을 집단적 수준에서 다룬 성인교육 연구의 대부분은 '구조기능주의' 시각에서 사회에 부적응하고 있는 성인을 돕거나 사회발전을 위해 성인 교육의 필요성과 전략을 구안하는 데 할애되었다. 인간 상호간 대립, 갈등 및 투쟁이 적나나하게 드러나는 상황에서 보다 '능동적'인 성인이 사회질서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운동 속에서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다룬 연구는 드물었다(Lovett,et al.,1983).
그나마 성인의 학습 활동을 사회운동과 연관시켜 연구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성인의 학습을 사회운동의 '수단'으로 간주했다. 성인의 총체적 삶의 변화에 주목하기보다는 특정 부분의 의식의 변화 내지 지식의 전달에 초점을 맞추었다(Paulston & ReLoy,1975; Reed,1981; 김금수,1988; 유팔무·김동춘,1991 등). 간혹 성인학습의 의미를 지식이 아닌 삶의 차원에서 해석하면서 성인 학습을 사회운동의 '필요충분조건의 관계'로 보려는 연구가 있었다(Hoare & Smith,1971; Hart,1990; 허병섭,1983). 이들은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1979:132)가 주장하듯 "교육으로 해방되지 않는 혁명은 혁명이 아니"라고 보면서 성인학습 없는 사회운동을 부정한다.
본 연구는 성인학습을 단지 사회운동의 수단이 아니라 필요충분 조건으로 상정하고, 사회운동 중 지역사회 운동(community action) 특히 도시의 아파트 주민운동 속의 성인학습을 조망하고자 한다.
연구자가 아파트 주민운동에 관심을 두는 까닭은 무엇보다 오늘날 도시의 아파트가 우리들의 주요한 삶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근대화 과정 속에서 인간의 필요 충족과 자아실현을 위한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으나, 그 가운데서도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새로운 도시공동체로 만들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최병두,2000). 둘째, 아파트 주민운동은 여러 사회운동 중에서도 지역주민들이 성, 연령, 계층 및 출신 지역 등에 관계 없이 오직 '성인'으로서 더불어 학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동체 운동이기 때문이다. 셋째, 아파트 주민운동은 여성운동, 도시빈민운동, 교육운동, 환경운동 등과 연계, 확대·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기에, 지역주민의 학습이 특정 사회운동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운동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특별히 제주시 지역의 아파트 운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연구자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주시 지역 아파트 운동이 '임차인대표자회의'의 법제화라는 임대주택법 개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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