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는 다른 슬라브어처럼 유형적으로 종합어이자 굴절어이며, 교착어적인 속성도 일부 갖는다. 동시에 역사적으로 러시아어 문법 구조에서는 어미의 소실과 어미가 표현하는 의미량의 축소가 일어났다. 본 연구는 러시아어의 유형적 변화를 고립어의 속성, 곧 분석주 ...
러시아어는 다른 슬라브어처럼 유형적으로 종합어이자 굴절어이며, 교착어적인 속성도 일부 갖는다. 동시에 역사적으로 러시아어 문법 구조에서는 어미의 소실과 어미가 표현하는 의미량의 축소가 일어났다. 본 연구는 러시아어의 유형적 변화를 고립어의 속성, 곧 분석주의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본 논문에서는 다음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 첫째, 유형적 변화는 매우 오랜 시기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언어의 유형적 변화는 공시적, 통시적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 현대 러시아어에서 발견되는 다층적인 분석적 현상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하여 본 논문은 러시아어의 분석적 경향을 공시적, 통시적 관점에서 살펴보며, 또 형태와 통사의 각 층위에서 분석적 현상과 이들 간의 상관관계를 고찰하였다.
본 논문의 2장에서는 러시아어의 유형적 특성을 살펴보고, 기존 연구를 통해 통시적으로 러시아어 문법에 존재하던 분석적 속성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현상으로는 형태소 접합 부분에서 음소교체의 약화, 형용사 및 동사 복수형 어미의 성의 표지 상실, 초품사적 어휘(надчастеречные слова)의 존재를 들었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어미의 소실과 어미가 표현하는 의미량의 축소를 가리킨다.
3장에서는 현대 러시아어 형태 층위에서 강화되는 분석적 경향을 명사, 형용사, 동사, 전치사 등 몇몇 주요 품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현대 러시아어에서도 어휘의 특정 문법 부류에 대한 소속을 가리키는 형태적 지표로서 어미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많은 유의어 품사에서 불변화 어휘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어형의 문법적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단어의 경계 밖에 있는 보조어나 기타 문맥에 대한 지지가 활성화된다.
4장에서는 현대 러시아어 통사 층위에서 나타나는 분석적 경향을 분석했으며, 특히 이 현상이 3장에서 논의한 형태적 분석주의 현상과 갖는 관련성을 고찰했다. 통사 층위에서 어미의 역할 감소는 어결합과 문장 성분들 간의 통사적 관계의 약화, 통사구조의 축약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으로는 종속적 위치에서 주격의 사용, 성분들 간의 비일치, 종속적 어결합에서 피지배 어휘의 분리, 부가와 병렬의 확산, 암시적으로 통사적 관계를 제시하는 구문들의 증가, 압축되고 축약된 통사구조의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문맥의 역할 강화 등을 통사 층위의 분석적 경향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전치사구의 확산은 어결합과 문장에서 부가와 약지배의 확산, 자유 어형의 사용 확대를 이끌었다. 이처럼 형태 층위와 통사 층위의 분석적 현상들 간에는 밀접한 관련성이 존재한다.
위에서 살펴본 어휘의 특정 문법 부류에 대한 소속과 그 통사적 관계를 가리키는 형태적 지표로서 어미의 역할 감소, 이를 위한 보조어와 문맥의 역할 증대는 궁극적으로 러시아어 속에 고립어의 특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비교적 주변적인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들은 꾸준히 러시아어의 문법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분석적 현상이 대부분 문학어의 정전(正典)화된 규범으로부터의 이탈과 관련되므로, 우리는 분석적 현상의 출현과 러시아어의 기능-문체적 영역들 간의 관계, 이 현상의 확산 과정에도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