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업은 전근대부터 현대까지의 한국문화를 문화동역학(cultural dynamics)이라는 방법론적 시야에서 새로이 구명하는 것을 연구지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국제적 수준의 연구역량을 지닌 연구 인력과 이를 지원하는 연구시스템 및 인프라를 구축하여 인문학 분야의 ...

본 사업은 전근대부터 현대까지의 한국문화를 문화동역학(cultural dynamics)이라는 방법론적 시야에서 새로이 구명하는 것을 연구지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국제적 수준의 연구역량을 지닌 연구 인력과 이를 지원하는 연구시스템 및 인프라를 구축하여 인문학 분야의 선도적 학문공동체를 구현하는 데 목적을 둔다.

우리의 주제는 근대학문으로서의 한국 인문학이 20세기에 이룩한 한국문화 연구의 발전적 계승과 함께 그 혁신을 중추적 관심사로 삼는다. 한국문화를 어떤 불변적 실체 내지 원초적 자질/요소로써 설명하려는 본질주의, 환원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서, 민족사의 시공간적 지속과 확장 속에서 이루어진 삶과 그 방식, 표현의 다면적 총체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설계를 관류하는 대전제이다.

물론, 국가라는 실체가 소멸된 20세기 전반기의 상황에서 ‘조선심’ 또는 ‘조선적인 것’ 등의 항구적 실체를 해명하고 이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의 근거를 확보하려 한 국학자들의 모색은 필요하고도 값진 것이었다. 1960-8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박두한 문화적 자아 상실의 위기에 대응하여 한국문화의 기층과 시원을 새로이 조명하고자 한 노력 또한 적지 않은 성과를 산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20세기의 추이 속에 내재한 방어적 민족주의와 환원적 본질론의 한계를 초극하지 못한다면 오늘의 시대 상황에 부응하는 한국문화 연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출발점이다.

한국문화는 세계자본주의 체제로 편입된 개항기 이래 서구문화의 충격, 일제강점기 식민지 문화정책과 전통문화의 왜곡, 분단체제기의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문화의 이질화, 근대 산업사회 및 현대 소비사회 전환기의 문화적 다양화 등을 거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최근에는 디지털 매체와 정보소통 수단의 혁신 및 문화산업의 발달로 인해 문화지형의 변화 주기 또한 단축되고 있다.

아울러 국제화․정보화의 진전은 개별문화의 지역적, 민족적 경계를 급속하게 무너뜨리고 있다. 이제 한국문화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총제적인 생활양식이나 상징체계라고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성화가 촉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분단체제의 고착으로 인한 남북한의 문화적 이질화, 서구 대중문화․일상문화의 유입, 한국내 외국이주민의 증가, 재외한인의 확산 등은 한국사회의 다국적 문화 현상과 한국문화의 탈지역화 경향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추이는 한국문화를 순수·고유한 단일 민족문화로 보는 재래적 관점과 이에 입각한 본질주의적, 정태적 패러다임의 근본적 재검토를 요청하고 있다. 한국문화의 복합성과 역동성을 분석하고, 그 미래적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과 이론적 지형의 모색이 오늘날 한국 인문학의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본 사업은 이와 같은 소명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문화 연구의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을 모색하고, 이를 위한 연구의 중추적 역량이 될 우수 연구인력의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국내외에 공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목표를 설정했다.

► 문화 현상과 요소의 다면적 얽힘을 초분과적으로 성찰하고 시간의 추이 속에서 동태적으로 파악하는 문화동역학적 관점에서 한국문화 연구 및 문화담론 생산

► 연구역량이 탁월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한국학 인력을 결집하여, 전공영역과 분과통섭적 문화연구의 영역에서 국제적 성과를 산출할 수 있는 전문연구자 양성

► 효율적인 연구시스템과 인적․물적 기반을 확보하고, 국제 한국문화 네트워크에서 학술적 담론과 자료 소통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세계적 대학연구소 육성

이 연구는 전근대 시대부터 현대까지, 남북한과 재외한인의 문화를 포괄하는 한국문화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문화동역학을 방법론으로 삼는다. 문화동역학적 방법론은 문화에 대한 구조적 접근과 동태적 접근의 결합을 핵심으로 한다.

1. 방법론적 전제
구조적 접근 ...

이 연구는 전근대 시대부터 현대까지, 남북한과 재외한인의 문화를 포괄하는 한국문화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문화동역학을 방법론으로 삼는다. 문화동역학적 방법론은 문화에 대한 구조적 접근과 동태적 접근의 결합을 핵심으로 한다.

1. 방법론적 전제
구조적 접근은 문화 내부에 다층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구성 요소들 사이의 역동적 관계망을 포착함으로써 문화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문화의 층위 개념을 도입하고, 구성 요소들이 층위를 넘나들며 역동적으로 관계하는 양상에 주목한다. 그럼으로써 문화 내부의 역동적인 관계망을 파악하고, 나아가 문화 변동의 구조적 동인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
동태적 접근은 문화 변동의 환경과 맥락을 파악하고, 문화 변동의 추이와 양상을 해명하는 작업이다. 문화는 다양한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이를 통해 구조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문화를 다양한 환경 속에 맥락화하는 작업은 내적 구조 변화의 연원을 추적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문화를 이해하는 객관적인 시야를 확보하고, 그 변동의 추이와 양상을 전체적이고도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문화동역학적 방법론은 전자인문학(e-humanities/digital humanities)을 그 주요 연구기반으로 포함한다. 전자인문학이란 인문학 연구에 정보과학의 이론과 기술을 결합한 복합적 학문방법론이다. 우리는 이 전자인문학을 적극 활용하면서 인문학적 사유와 방법론의 확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인문학의 유서 깊은 정신과 방법론적 유산을 충실히 계승하되, 그 단순한 반복을 넘어서 자료 처리, 분석, 해석, 체계화 및 연구 성과의 축적, 보급, 활용 등 인문학의 다양한 국면에서 새로운 매체 환경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주요 연구 내용
(1) 한국문화 변동의 맥락 분석
문화동역학적 관점에서 한국문화를 탐구하고자 하는 이 연구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한국문화의 변동을 맥락화하는 것이다. 맥락화란 문화를 조건이나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분석하고, 문화의 외적 요소가 내적인 요소로 이동하는 과정을 변증법적인 안목을 통해 포착하는 것이다. 이때 문화의 내적 요소가 역으로 조건이나 환경에 작용하는 측면에 탐구 역시 문화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탐구할 주요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자연/지리적 맥락
- 국제적 맥락
- 사회구조적 맥락
- 매체/기술적 맥락
(2) 한국문화의 갈등과 소통 양상 분석
이 주제는 집단 사이의 문화적 갈등과 그 소통 양상을 추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적 갈등은 여러 수준, 여러 집단 사이의 사회구조적 관계를 반영한다. 그리고 사회구조화된 집단은 대등한 관계이기보다는 중심과 주변, 주류와 비주류, 지배와 종속 등의 비평형적 관계에 있는 것이 대체적인 양상이다. 집단간의 문화적 소통은 집단의 경계를 넘어 문화의 상호 인정과 양해가 이루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양자에 대한 탐구를 통해 문화 변동의 양상과 요인을 함께 구명하는 작업을 수행하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주요 주제로 삼는다.
- 계급간/계층간 갈등과 소통
- 이념간/종교간 갈등과 소통
- 지역간 갈등과 소통
(3) 한국문화의 생산․유통․소비 구조 분석
여기에서는 한국문화의 여러 현상 가운데 특별히 작품 또는 재화의 생산․유통․소비 구조를 다룬다. 이 구조 속에는 생산·향유의 주체, 매체와 기술, 향유 방식 등의 요소가 포함된다. 이 요소들은 그 구조, 나아가 사회구조 전체와 연동한다. 우리는 이에 대한 세밀한 검토를 통해 현대 한국 사회·문화의 특성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주제 항목을 설정한다.
- 생산/향유의 주체
- 매체와 기술
- 향유의 방식
(4) 전자인문학 기반 육성
전자인문학 연구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자료 전산화의 한계를 넘어 인문학 자료 처리의 표준 호환성, 체계성, 확장가능성을 안정적으로 확립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다음과 같은 항목의 과제를 수행하고자 한다.
- 방법론적 표준의 정립과 기반이론·기술 육성
- 한국문화 용어·고유명사 데이터베이스와 한국문화 워드넷 설계 및 구축
- 한국문화 텍스트 아카이브 및 코퍼스 구축
- 한국문화 연구용 비언어 자료 아카이브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