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주제는 과학과 철학의 성격을 함께 지닌 17세기 자연 철학에서 근대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를 분석하는 것이다. (1) 이 연구는 근대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를 철학사의 관점에서 미시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 라이프니츠 등의 17세기 ...

이 연구의 주제는 과학과 철학의 성격을 함께 지닌 17세기 자연 철학에서 근대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를 분석하는 것이다. (1) 이 연구는 근대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를 철학사의 관점에서 미시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 라이프니츠 등의 17세기 자연 철학은 20세기 들어 근대 과학 혁명에 대한 과학사 연구를 통해 집중 조명되었으나 철학사의 관점에서 충분히 재검토되지는 못했다. 이 연구는 과학사 연구의 성과를 반영하여 17세기 자연 철학 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과학과 철학의 실타래를 풀고, 근대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인 기계론의 다양한 면모를 밝힐 것이다. (2) 이 연구는 문화사의 최근 연구 성과를 도입하여 17세기 자연 철학의 성격을 거시적으로 해석할 것이다. 문화사의 눈으로 보면 과학도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삶의 양식이라는 뜻에서 문화의 일부이고, 17세기는 과학이 문화로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대다. 문화의 역사에서 17세기 자연 철학은 점성술, 연금술, 민간 의술 등 16세기 자연 마술과 18세기 계몽 사조 사이에 있다. 이 연구는 17세기 자연 철학이 자연 마술을 비롯한 16세기의 여러 신비주의(occultism) 전통과 단절 및 연속의 이중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논증할 것이다. (3) 이 연구는 17세기 자연 철학의 흐름을 동력학의 대체로 일관된 성장으로 보는 과학사 연구자 웨스트폴(R. Westfall)의 견해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데카르트와 홉스는 신비주의 전통과 철저히 단절하고 힘 개념을 배제한 운동학적 기계론을 근대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로 확립한다. 그러나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연금술, 카발라 등 신비주의 전통을 계승하여 힘 개념에 의존하는 동력학적 기계론 위에 근대 과학을 세운다. 이 연구는 17세기 자연 철학이 데카르트와 홉스의 운동학적 기계론에서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동력학적 기계론으로 이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테제를 웨스트폴의 견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할 것이다. (4) 이 연구는 ‘두 문화(two cultures)’ 문제의 뿌리를 이해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20세기 과학 문화 연구의 선구자 스노우(C. P. Snow)에 따르면 서양에서는 근대 과학 혁명 이래 과학 문화와 인문 문화가 서로 대립하는 전통이 형성되었다. 두 문화 문제는 서양에서 과학을 수입한 한국 사회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 연구는 17세기 자연 철학에서 근대의 과학 문화와 인문 문화가 대립하기는커녕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논증할 것이다. (5) 이 연구는 17세기 자연 철학을 그 내부에서 과학과 철학으로 분리한 뒤 재조립하는 방법을 통해 근대 과학과 철학의 관계를 밝힐 것이다. 자연 철학 속에서 과학과 분리된 철학은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라는 뜻에서 ‘물질론’이라 부를 것이다. 물질론은 물체론, 공간론, 시간론, 운동론을 포괄하며, 기계론은 근대 물질론의 성격을 규정하는 대표적 용어다. 이 연구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작업은 갈릴레오, 데카르트, 홉스, 뉴턴, 라이프니츠 등의 원전을 분석함으로써 17세기 물질론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6) 이 연구는 신비주의 전통이 외부로부터 17세기 자연 철학에 미친 영향을 추적할 것이다. 17세기 자연 철학자들은 자연 마술을 비롯한 신비주의 전통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기계론을 생산한다. 이 연구는 과학이 하나의 문화라는 관점을 놓치지 않고 근대 과학과 다른 문화 요소의 상호 작용도 검토할 것이다. (7) 이 연구는 17세기 자연 철학에 대한 내부 접근법과 외부 접근법을 효율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이 연구의 테제를 생산하고 정당화할 것이다. 이 연구의 테제는 17세기 자연 철학이 신비주의 전통과 철저하게 단절한 데카르트와 홉스의 운동학적 기계론에서 신비주의 전통을 계승한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동력학적 기계론으로 이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신비주의 전통이 외부에서 과학과 철학에 미친 영향을 반영한 연구 테제의 타당성을 원전 분석에 기초하여 17세기 자연 철학 내부에서 확인할 것이다.

(1) 이 연구는 국내에서 매우 부족한 근대 자연 철학 연구를 조금이나마 활성화할 것이다. 자연 철학은 죽은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 과학의 성과들을 거시적 자연관으로 종합하는 새로운 자연 철학의 필요성은 극도로 세분화, 전문화하는 현대 과학 분야들 사이의 의 ...

(1) 이 연구는 국내에서 매우 부족한 근대 자연 철학 연구를 조금이나마 활성화할 것이다. 자연 철학은 죽은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 과학의 성과들을 거시적 자연관으로 종합하는 새로운 자연 철학의 필요성은 극도로 세분화, 전문화하는 현대 과학 분야들 사이의 의사 소통을 위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현대 과학의 뿌리인 17세기 자연 철학에 대한 이 연구는 현대의 새로운 자연 철학을 생산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2) 이 연구는 서양 근대 철학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17세기 자연 철학은 현대 과학의 뿌리일 뿐 아니라 서양 근대 철학 체계의 기초이기도 하다. 이 연구는 서양 근대 철학의 방법론,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사회 정치 철학, 종교 철학 등을 근대 과학과 관련하여 이해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3) 이 연구는 과학의 사회 구성주의(social constructionism of science) 담론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의 사회 구성주의는 정치, 경제, 종교, 철학 등 과학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을 중시한다. 이 연구는 17세기 자연 철학 속에서 과학과 철학의 관계를 분석할 뿐 아니라 17세기 자연 철학의 문화사적 배경도 탐구하기 때문에 과학의 사회 구성주의 담론을 심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4) 이 연구의 결과는 현대인의 교양 교육에서 간과할 수 없는 주제로 부각되고 있는 올바른 자연관을 모색하는 데 쓸모가 있을 것이다. (5) 이 연구의 결과는 서양 근대 철학의 교육 현장에서 합리론과 경험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6) 이 연구의 결과는 근대 철학자들이 자연과 인간과 문화의 관계를 보는 전형적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현대적 관점과 전망을 모색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 연구는 총 9장으로 구성될 것이며 각 장의 제목과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장. 17세기 자연 철학의 흐름: “17세기 자연 철학은 데카르트와 홉스의 운동학적 기계론에서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동력학적 기계론으로 이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 연구의 테제를 제시하 ...

이 연구는 총 9장으로 구성될 것이며 각 장의 제목과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장. 17세기 자연 철학의 흐름: “17세기 자연 철학은 데카르트와 홉스의 운동학적 기계론에서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동력학적 기계론으로 이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 연구의 테제를 제시하고, 17세기 자연 철학의 흐름을 동력학의 대체로 일관된 성장으로 보는 웨스트폴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한다. * 2장. 자연 마술에서 자연 철학으로: 17세기 자연 철학의 문화사적 배경을 자연 마술에서 찾는다. 데카르트와 홉스는 자연 마술을 의도적으로 철저히 배격하지만,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자연 마술을 수용한다. 자연 철학은 자연 마술과 단절 및 연속의 이중 관계 속에서 근대 과학 혁명을 낳는다. * 3장. 갈릴레오의 기하학적 물질론: 갈릴레오의 자연 철학을 원자론, 공간론, 시간론, 운동론의 측면에서 해부한다. 갈릴레오는 고대 원자론을 받아들여 독특한 기하학적 원자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는 원자론이 인정하는 진공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 실패하고 진공의 존재를 선험적으로 가정함으로써 중요한 역학 현상인 물체의 응집력을 설명한다. * 4장. 데카르트의 운동학적 기계론 I: 물질론: 데카르트의 물질론이 수동적 물체론과 환원주의 방법을 핵심 원리로 가진 운동학적 기계론이라고 논증한다. 물체의 존재에 대한 데카르트의 증명은 자연 철학의 탐구 대상을 물체에서 기하학화할 수 있는 성질, 즉 연장과 그 양태들인 모양, 크기, 운동 속력에 제한함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자연학의 능동적 목적인을 배제하고 수동적 물체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또 그는 자연의 모든 현상을 물체의 모양, 크기, 운동 속력으로 설명한다는 뜻에서 연장의 양태들로의 환원주의를 방법론 전략으로 채택한다. * 5장. 데카르트의 운동학적 기계론 II: 운동론: 데카르트의 운동론과 과학이 자연 마술 전통을 철저하게 배제하려는 의도 아래 성립한다고 논증한다. 데카르트가 구체적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소용돌이(vortex), 물질 입자로 꽉 찬 공간(plenum) 등의 가설을 도입하는 것은 물체에서 능동적 힘과 같은 ‘신비한(occult)’ 성질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데카르트의 운동학적 기계론은 그의 인간론에서 수동적 정념 뿐 아니라 능동적 의지도 피의 미세한 물질적 부분인 동물 정기와 이 정기의 이동 통로인 생리 선의 운동으로 설명하는 생리학적 환원주의로 나타난다.* 6장. 홉스의 운동학적 기계론: ‘과학의 사회 구성주의’를 대표하는 새핀(S. Shapin)과 새퍼(S. Schaffer)는 홉스가 보일의 진공을 거부한 이유는 강력한 왕권을 지지하는 정치 종교 철학과 공간이 물질 입자로 꽉 차 있다고 믿는 견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홉스의 꽉 찬 공간 이론은 다시 공간, 물체, 운동 개념에 대한 운동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성립한다. 또 홉스의 운동론의 핵심인 ‘코나투스(conatus)’ 개념은 수동적 물체론에 기초하기 때문에 동력학보다 운동학의 성격을 더 강하게 지닌다. * 7장. 뉴턴의 동력학적 기계론: 뉴턴의 자연 철학을 연금술과의 관계 속에서 동력학적 기계론으로 규정한다. 뉴턴은 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케플러의 천문학과 갈릴레오의 역학을 종합하여 근대 과학 혁명을 완성한다. 뉴턴의 힘 개념은 비록 물체의 내재적 능동성에 관한 한 애매하지만 연금술의 생명 인자 관념의 영향으로 성립하기 때문에 데카르트주의자들로부터 신비한 성질이라고 공격받는다. 뉴턴의 동력학적 기계론은 데카르트가 자연 철학에서 철저하게 제거한 자연 마술 전통을 계승한 산물이다. * 8장. 라이프니츠의 동력학적 기계론: 라이프니츠의 자연 철학을 그의 실체론과 신비주의 전통의 관계 속에서 동력학적 기계론으로 규정한다. 동력학적 기계론의 핵심 원리인 능동적 물체론은 뉴턴의 자연 철학에서는 분명하지 않지만 라이프니츠의 경우 분명하게 나타난다. 최근 철학사 연구에 따르면 라이프니츠의 자연 철학도 뉴턴의 역학과 마찬가지로 신비주의 전통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라이프니츠의 힘 개념은 그의 형이상학에서 실체론을 바탕으로 성립하고 이 실체론은 스콜라 철학, 자연 마술, 카발라, 중국 철학 등 신비주의 전통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라이프니츠는 실체의 본성인 근원적 힘에서 비롯한 파생적 힘을 물체의 내재적 본성으로 인정하는 능동적 물체론을 동력학의 형이상학적 기초로 제공한다. * 9장. 자연 철학에서 계몽주의로: 17세기 자연 철학이 18세기 과학과 철학에 남긴 유산을 살펴본다. 프랑스에서 뉴턴 과학의 전도사를 자임한 볼테르에 따르면 로크는 뉴턴 과학의 방법을 사회 과학에도 적용하려고 시도하며 로크의 관념 연합 법칙은 뉴턴의 중력 법칙의 확장이다. 17세기 자연 철학이 발견한 물체의 힘은 18세기 계몽주의가 강조한 이성의 힘으로 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