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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îchir non finir” : éclair de l'écart et éclaircissement de l'être chez André du Bouchet
간격(間隔)의 섬광(閃光)과 존재(存在)의 해명(解明) : 앙드레 뒤 부쉐의 시 세계에서
  • 한국연구재단 기초학문자료센터 DB구축사업 참여 관련분야 전문가가 추가 입력한 정보입니다.
학술지명 한국프랑스학논집 (ISSN : 1229-568X)
발행정보 2002-08-25 / Vol.39 / pp. 267 ~ 296
발행처/학회 한국프랑스학회
주저자 정선아 (이화여자대학교)
색인어 André du Bouchet, 앙드레 뒤 부쉐, poésie contemporaine, 현대시, phénoménologie, 현상학, blanc typographique, 여백의 시어, écart, 간격
  • 주초록(메인언어)
  • 앙드레 뒤 부쉐 André du Bouchet(1924-2001)의 시는 60대 초에 발표된 초기 시집 『텅 빈 열기 속에서 Dans la chaleur vacante』에 나타난 텍스트 여백의 독특한 배치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형식상의 특성이 전후(戰後) 핍박했던 당대 현실에 요구된 절실한 사유 과제인 인간의 세계-내-존재에 관한 성찰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그의 시는 프랑스의 오늘날 현대시사에 한 획을 긋는다. 그의 이러한 시적 관심사에 공감하던 동시대의 시인 Y. Bonnefoy와 J. Dupin과 함께 창간했던 『무상(無常) Ephémère』 은 주어진 현실을 진정한 세계-내-존재 실현의 위기로 인식하고 인간과 세계의 피폐된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시도의 흔적이었다. 상실감의 회복은 가시태가 은폐하고있는 비가시태를 시어(詩語)로 육화하려는 시작(詩作)을 통해 추구될 것이다. 비가시태의 은연한 현전에 대한 뒤 부쉐의 관심은 감각계를 접근하는 그의 독특한 방식을 통해서 드러난다 : 감각계의 일차적 질료의 소진(消盡)을 극단적으로 절제된 시어로 표현함으로써 그가 형상화하고자 한 것은 감각적 형상의 부재가 아닌 바로 부재 그 자체, 어둠 속에 잠재해있는 비가시태의 임박한 출현이다. 흰 여백의 다양한 배치를 통해 시도된 시 형식의 파기는 현실의 비일관성에 맞서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시인이 취한 방편으로, 비가시태를 향한 열림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여백이 암시하는 결핍 또는 박탈은 시인 특유의 세계-내-존재를 해명하는 출발점이 되는 시적 정조(情操)이다. 뒤 부쉐의 시에서 여백이 벌리는 간격은 치유할 수 없는 “찢김이 아니라 간격 écart non déchirement”(L'Incohérence)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시에 나타난 여백의 문제는 달리 말하자면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뒤 부쉐의 시에서 가시태가 은폐하고있는 비가시태의 은연한 현전을 형상화시키는 모티브들 가운데 ‘눈 neige’은 특히 주목할만하다 : 이 모티브는 감각계에 몸담고 있는 동시에 바깥을 향해 열려있는 존재의 역설적 상황을 잘 담아낸다. ‘바깥’은 ‘여기’를 떠나 나가야 할 곳이 아니라, 상실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되돌아가야 할 시의 근원이라고 인식하는 시인은 ‘바깥으로 되돌아가 rentrer dehors’고자 한다. 그에게 ‘바깥’이란 회귀해야 할 본연의 장소인 동시에, 좁혀지지 않는 간격을 두고 항상 저만치 멀어져 가는 미지이다. 그러나 존재가 비존재의 이면이듯, 시인이 몸담고 있는 ‘여기’와 지향점인 ‘바깥’은 한 세계의 양면일 뿐이다. 도달할 수 없기에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바깥’을 향한 시적 열망이 강박관념이 될 때, 바깥은 더 이상 순수한 바깥으로 머물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시인은 바깥으로 치닫는 자신의 시적 열망을 절정에서 끌어내려 식히기, 다시 말해 욕망 비우기를 시도한다. 바깥의 ‘비인간적인 온도 à une température presque inhumaine’로 열망을 끌어내려 식히기 fraîchir는 열망의 추구와 집착 버리기의 끝없는 되풀이 fraîchir non finir이기도 하다. 시적 긴장을 극대화시키는 이 되풀이 과정은 중심의 부재를 초래하는데, 바로 그 텅 빈 공간 속에서 파열직전까지 벌어지는 간격은 어느 한 순간 비가시태가 뜻밖에 출현할 장소이기도 하다.
    바깥을 향해 열린 존재인 시적 주체는 더 이상 관점의 중심에 선 발화의 주체가 아니다. 시인은 매순간 자신을 벗어나 타자(他者)로서 거듭나는 이타성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세계와 동일한 육신에 공속(共屬)되어 있음을 자각한다. 도달할 수 없는 근원을 향해 쉼 없이 내딛는 시인의 발걸음은 세계와 자신 그리고 언어 사이에 벌어지는 메울 길 없는 간격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킬 뿐이다. 간격이 드러내는 부재와 결핍은 다름 아닌 가능태(可能態)의 은연한 현전에 대한 부름 appel이다. 관계의 단절, 다시 말해 의미의 생성 직전까지 극도로 벌어진 간격으로 인해 흩어진 낱말들은 주어진 하나의 의미를 벗어나 무한히 다양한 의미의 가능성을 향해 열린다. 흰 여백은 낱말들이 새겨질 바탕으로 남는 대신, 그 자체 또한 매순간 벌어짐으로써 의미에서 무의미로 넘어가는 어느 한순간 출현하게 될 의미의 생성에 적극 가담한다. 그러므로 뒤 부쉐의 시에서 의미는 결코 완전히 획득되지 않고 남는다. 비가시태의 출현을 기대하면서 감각계의 사물들을 소진시키듯, 시인은 절대 의미에 도달하기 위해 동일한 낱말을 끝없이 되풀이함으로써 본래 주어진 의미가 마침내 무의미해질 때까지 의미를 소진시키며 ‘표현되지 않은 것 l'imprononcé’의 출현을 기다린다. 이처럼 간격은 시 형식의 파기로 주목받는 그의 시 세계를 일관성 있게 관통하는 은밀한 논리로 작용하며 보이지 않는 의미 망을 구축한다. 파롤의 절제를 통해 시인이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흰 여백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의 범위를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된다. 때로 시인이 ‘절대적인 사물 chose irréversible’에 도달한다고 여기는 시적 절정의 순간은 그 사물이 사실 무(無)와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련의 순간이기도 하다. 시어는 자신의 존재마저 더 이상 남게 되지 않을 표현 가능성의 한계점을 향해 스스로를 내몰면서, 다시 말해 극도로 절제된 시어를 통해, 낱말이 은폐하고있는 언어의 이면, 무(無)를 형상화시키고자 한다. 낱말들이 불투명한 흰 여백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면서 남기는 빈자리에 이제까지 은폐되어왔던 새로운 의미가 어느 한순간 빛으로 들어선다. 세계와 인간 그리고 언어로 하여금 서로를 향해 열려 있게 하고 서로를 비추게 하는 간격을 통해 존재의 해명(解明)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간격은 관계의 회복을 위해 바깥을 향해 열려있고자 하는 시인의 본원적인 욕구에서 비롯한다. ‘포착/파악할 수 없는 것 l'insaisissable’, 무(無)로 드러나는 ‘절대적인 사물’에 도달하려는 시인의 끝없는 시도로 인해 시는 항상 바깥을 향해 열려있게 된다. 그러므로 세계와 자신의 내면 그리고 언어에 대한 시인의 시적 경험은 본질적으로 완성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뒤 부쉐의 시 세계는 ‘비인간적 inhumain’인가? 가시태가 은폐하고있는 세계의 보이지 않는 이면, 여백이 암시하는 무한한 의미의 가능성은 다름 아닌 시인의 내면이 드러내는 어둠이기도 한데, 그 어둠을 걷고 잠재태를 빛으로 끌어들여 육화시키고 해명하는 것은 시의 몫이다. 뒤 부쉐의 시는 사물의 가시태에 머물지 않고 끝없이 사물을 거듭 나게 할 “fraîchir non finir”(Rapides) 것을 지향점 삼아 나아가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이며, 시작품 속에 간격을 파헤치고 여백을 마련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시에 숨길을 터주는 인간적인 작업이다.
  • 목차
  • Ⅰ. introduction
    Ⅱ. rentrer dehors
    Ⅲ. etre en avant de soi, toujours autre
    Ⅳ. ajourer la langue par le blanc
    Ⅴ. conclusion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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