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들어오면서 단일문화를 고수해 오던 한국도 이제 더 이상 ‘다문화적 도전’(Shweder, et. al., 2002)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이는 외국인의 이주로 대변되는 사회적 다양성의 증가가 ‘압축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 대표적인 노동력 수 ...
1990년대 들어오면서 단일문화를 고수해 오던 한국도 이제 더 이상 ‘다문화적 도전’(Shweder, et. al., 2002)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이는 외국인의 이주로 대변되는 사회적 다양성의 증가가 ‘압축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 대표적인 노동력 수출 국가였던 한국은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국내이주자의 규모가 급증하여 2009년 5월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의 규모는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하는 110만명에 이른다(통계청, 2009; 행정안전부, 2009). 특히, ‘한핏줄-한민족’을 근간으로 한 순혈주의적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2001년 전체 결혼 건수의 4.8%를 차지했던 국제결혼이 2005년 전체 결혼 건수의 13.6%인 4만3121건에 이르고 있다(통계청, 2009). 이처럼 단기간의 압축적인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은 과거 한국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문제를 발생시켰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로 하여금 정책적 대응에 대한 강한 압박으로 작용했고, 부처간 경쟁적으로 제시된 대증적(對症的)이고 백화점식 정책프로그램의 양산을 불가피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이러한 현실적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본 연구의 문제의식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 앞서, 또는 동시에라도 정책비용의 현재적 또는 잠재적 부담자인 일반국민이 다문화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정책방향을 선호하는지, 그러한 인식과 선호에 작용하는 요소는 무엇인지와 같은 근본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다문화정책의 집행을 위한 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고, 담세자인 국민이 다문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떠한 방향성을 선호하고 있으며 그러한 정책 선호에 작용하는 영향요인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은 정책실효성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 인식과 선호에 부합하는 정책방향을 찾을 수 있고 이는 다문화 정책의 정당성(legitimacy) 및 실현가능성(feasibility)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는 정책순응(policy compliance)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 연구는 다문화정책에 대한 국민의 선호에 작용하는 영향요인을 규명하고자 한다. 즉, 국민들이 다문화사회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정책방향을 선호하고 있는지, 그러한 선호에 어떤 요소들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논의를 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보다 다문화사회를 먼저 경험하고, 다양한 다문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관련 경험과 논의가 축적되어 있는 미국과 비교연구를 시도한다.
특히, 미국과의 비교연구를 시도하는 이유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많은 경험과 논의가 축적되어 있다는 것과 함께 다문화 사회 및 다문화정책에 대해 미국인들이 애매하고(ambiguous) 양가적인(ambivalent) 인식과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민국가'의 역사적 전통을 가진 미국에서 다문화사회 및 다문화정책에 대한 논의는 한국에 비해 훨씬 일상적이다. 이러한 일상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인종적 다양성이나 다문화 정책은 여전히 매우 논쟁적인 의제이다. 이는 이민을 통한 사회적 다양성의 증가가 미국의 경제적․사회적 활력에 긍정적이리라는 인식과 동시에 다인종-다문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및 복지서비스의 확대에 따른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이민자들의 상당부분이 공적부조에 의존해야 하는 저개발국가로부터 유입해 오면서 “who deserves what"의 맥락에서, 과연 국가정책과 공공서비스가 어느 선까지 외국인(이민자)을 포괄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강화되었다(Pratto, et. al., 1998; Pantoja, 2006). 여기에 더하여 2001년 911 테러와 2007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미국인의 위기의식은 이민을 기초로 한 다문화사회 및 다문화정책의 방향과 그 포괄범위가 과연 경제적으로 또는 사회문화적으로 ‘실현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Espenshade and Hempstead, 1996; Hood III and Morris, 1997; Pratto, et. al.,1998; Pratto, and Lemieux, 2001; Lee and Ottati, 2002; Pantoja, 2006). 특히, Hispanic 계통의 불법이민으로 인한 재정적․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California 주는 ”Save Our State(SOS)" 기치아래 Proposition187을 제정하는 등 보다 엄격하고 제한적인 다문화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다인종-다문화에 대해 수용적인 미국에서도 ”반-이민적 반발”(anti-immigration backlash)이 목격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경우에도, 세금의 부담자이며 유권자인 일반 국민들이 다문화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