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운론에서 수의적 현상의 존재는 늘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한 공시태에는 동일한 조건 환경임에도 어떠한 규칙이 적용되기도 하고 적용되지 않기도 하는 것들이 많다. 음운 현상이 모두 발음구조의 제약으로 인한 것만은 아닐진대, ...

음운론에서 수의적 현상의 존재는 늘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한 공시태에는 동일한 조건 환경임에도 어떠한 규칙이 적용되기도 하고 적용되지 않기도 하는 것들이 많다. 음운 현상이 모두 발음구조의 제약으로 인한 것만은 아닐진대, 모든 현상이 필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또한 통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도 음운도 변화하고 규칙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의적인 규칙이 존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수의적 현상의 존재를 거북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의적 현상의 본질을 구명하는 것이 공시론적 음운 기술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수의적 음운 현상 가운데는 분절음 층렬에서 음운과 음운의 결합 관계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음절 층렬에서 음절과 음절간의 관계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수의적 현상을 본질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기 위해서는 복선음운론적 관점을 비롯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현대국어라는 공시태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수의적 현상들을 분류하고, 이러한 수의적 현상들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게 되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하여 그 본질을 구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공시론적 음운 기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나아가 무엇보다도 공시론적 음운 기술을 정밀화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국어 음운론의 이론적 바탕은 구조주의 음운론과 생성음운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의 수의적 현상에 대한 설명은 대체로 개별 현상에 대해 규칙의 조건 환경을 더욱 정밀화하여 해당 규칙이 필수적인 규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

국어 음운론의 이론적 바탕은 구조주의 음운론과 생성음운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의 수의적 현상에 대한 설명은 대체로 개별 현상에 대해 규칙의 조건 환경을 더욱 정밀화하여 해당 규칙이 필수적인 규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소위 예외에 대한 minor rule을 설정한다거나, 규칙 적용 환경에 형태, 통사론적인 제약을 두어 그 환경을 정밀화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수의적 현상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수의적 현상의 본질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적성 이론(Optimality Theory)의 관점에서 제약의 우선 순위를 통해 이러한 수의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이 역시 개별 현상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본 연구는 국어학계에서 그 동안 수의적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졌던 수의적 현상들을 모두 모아 이들의 본질을 구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공시론적 음운 기술의 폭을 넓힘으로써, 공시론적 음운 기술을 보다 정밀화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본 연구의 결과는 향후 필수적 규칙과 수의적 규칙의 차이가 어떠한 기제에 의한 것인지를 구명하는 하나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의적 현상들에 대하여 새로운 논쟁들을 끌어냄으로써 향후 이 현상에 대한 보다 폭넓은 관심과 논의를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음운론에서 말하는 수의적 현상이란 일반적으로 동일한 음운론적 환경에서 어떠한 규칙이 적용되기도 하고 적용되지 않기도 하여 나타나는 것을 이른다. 그런데 생성음운론에서 규칙은 규칙의 구조기술 'A → B /___C'에서 환경 C가 동일하다면 A는 반드시 B로 교체해야 하 ...

음운론에서 말하는 수의적 현상이란 일반적으로 동일한 음운론적 환경에서 어떠한 규칙이 적용되기도 하고 적용되지 않기도 하여 나타나는 것을 이른다. 그런데 생성음운론에서 규칙은 규칙의 구조기술 'A → B /___C'에서 환경 C가 동일하다면 A는 반드시 B로 교체해야 하는 것으로, 즉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으로 가정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환경 C에서 A가 B로 교체하지 않을 때는 그 이유를 구명하여 최대한 예외를 없애려고 하였다.
하지만 한 시기의 공시태에서는 이렇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규칙만큼이나 동일한 조건 환경임에서 적용되기도 하고 적용되지 않기도 하는 수의적 규칙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수의적인 규칙들은 해당 공시태 언어의 중요한 한 모습이며, 또한 중요한 공시론적 음운 기술의 대상이다. 현대국어라는 공시태에서 수의적 현상에는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1) 교체형이 없으면서 어휘에 따라 규칙의 적용이 수의적인 경우이다. 이는 주로 형태소 내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포도 ∼ 포두'류의 /ㅗ/ → /ㅜ/, '어:른 ∼ 으:른'류의 /ㅓ/ → /ㅡ/ 등과 같은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2) 음절의 선호성과 관련된 수의적인 현상으로 예컨대, [노아라]∼[놔:라]∼[노와라](/놓- + -아라/)처럼 활음화와 활음 삽입이 표면형에서 수의적으로 실현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밖에 '깊다, 깊고, 기프니, 기프면 ∼ 기프다, 기프고, 기프니, 기프면'이나, '날다, 날고, 나니 ∼ 날다, 날고, 날으니' 같은 유형도 이에 포함된다.
3) 공시적 규칙의 적용이 형태, 통사론적으로 제약을 받는 경우로, '감기-[감끼], 감기[감기]'처럼 용언어간말 비음 뒤에서는 경음화가 일어나지만 체언어간말 비음 뒤에서는 경음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옷안[오단]'과 '옷이[오시]'의 차이 같은 것들도 이에 포함된다.
4) 규칙 자체의 속성이 수의적인 경우이다. 예컨대 움라우트 규칙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거기에, 껌이, 감이' 등에서는 조건 환경이 주어졌음에도 움라우트가 되지 않는다.
5) '묻다(問), 물어, 물으니 : 묻다(埋통), 묻고, 묻으니'에서 보듯이 통시적 변화의 결과가 활용형에 화석처럼 공시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물론 음운의 변화와 관련된 통시적 산물이다. 하지만 공시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 역시 수의적인 현상의 유형엔옰颱鍍?수 있다. /ㅂ/ 불규칙, /ㅅ/ 불규칙 용언 어간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밖에도 더 많은 수의적 현상이 있을 수 있을 터인데,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수의적인 양상을 보이는 현상들을 추가로 모두 수집하여 이를 그 특성에 따라 더욱 정밀하게 유형화할 것이다.
이러한 수의적인 현상을 논하기 위해서는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이 해당 규칙이 공시적이냐 통시적이냐 하는 문제이다. 해당 규칙이 통시적이라면 그것은 비록 수의적이라 할지라도 공시론적 음운 기술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규칙의 공시성·통시성과 관련하여 최명옥(1985:66)은 '교체의 유무'를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국어에서 공시적 교체를 곡용과 활용으로 한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많은 공시적 현상을 통시적인 것으로 돌려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따라서 공시적으로 존재하는 수의적인 현상도 더 이상 수의적인 현상이 아니라 어간재구조화와 관련된 것으로 돌려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수의적인 양상을 보이는 현상 자체에 대한 면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많은 경우 교체를 보이지 않는 형태소 내부의 현상들 예컨대, '포도 ∼ 포두', '어떻게∼어？게'처럼 수의적인 양상을 보이는 현상들이 사실은 공시적인 규칙들이다.
이러한 수의적인 양상을 보이는 현상들은 원인을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1)음운변화의 결과 활용형이 이전 시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이다.
2) 음운 체계 내에서의 역동성에 의해 야기되는 현상으로 이들은 대체로 특정 조건 환경을 명시할 수 없는 경우이다.
3) 음절과 음절간의 관계에서, 그리고 보편음절구조를 지향하려는 경향에서 야기되는 일련의 현상들이다.
4) 규칙의 확대, 축소, 간소화 등과 관련한 현상들 역시 한 시기의 공시태에서는 수의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5) Wang(1969)의 주장대로 음운의 변화가 어휘에 따라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역시 공시적으로 보면 수의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모든 음운 현상이 발음구조의 압력이나 여타의 구조적인 제약으로 인해 야기되는 것은 아니다. 발음의 경제성에 의한 보다 쉽게 보다 짧은 음절로 발음하려는 경향 때문에도 여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대체로 수의적인 경향을 띤다. 특히 음절과 관련하여 나타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