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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법과 평균율의 상관관계에 나타난 미적 사유의 특성
The Characteristics of the Aesthetic Thought exposed in the Correlation between Perspective and Equal Tempera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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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6S1A5A2A01025993
선정년도 2016 년
연구기간 1 년 (2016년 07월 01일 ~ 2017년 06월 30일)
연구책임자 박영욱
연구수행기관 숙명여자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본 연구의 목적은 서양 근대회화의 원근법과 서양 근대음악의 평균율이 지닌 상관관계를 그 근저에 있는 미적 사유의 공통적 특징을 통해서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원근법(perspective)이란 현실의 3차원 공간을 2차원의 평면에 재현하고자 하는 회화의 기술을 의미하며, 평균율(equal temperament)은 한 옥타브를 12개의 균등한 간격으로 나누는 음악적 조율 방식을 일컫는다. 얼핏 보면 원근법과 평균율은 아무런 직접적인 상관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근법과 평균율은 서양의 근대미술과 음악의 근본적인 특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어떤 공통적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원근법은 3차원 현실공간의 거리감을 표현하고자 하는 회화의 기제로서 원시시대부터 존재하였지만 본 연구에서는 르네상스시기의 선원근법(linear perspective)에 국한된다. 마틴 제이에 따르면 서양 근대회화에서는 비록 복수의 ‘시각체제’(scopic regimes)가 존재하였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주도적인 시각체제는 원근법이었다. 마틴 제이는 원근법에 바탕을 둔 시각체제를 데카르트적 시각체제라고 부른다. 데카르트가 근대 서양철학을 대변하는 합리주의의 창시자였던 것을 상기한다면 원근법이 왜 데카르트적인 시각체제와 연관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분석이 음악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서양에서 일정한 간격에 의한 조율방식은 과거 그리스부터 이미 존재하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피타고라스 조율방식이나 순정율에 의한 조율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조율방식과 평균율의 조율방식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평균율에서는 음의 간격이 일정해짐으로써 자유로운 전조(modulation)가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음악의 구조가 수평적인 멜로디보다는 음의 일정한 간격에 의한 조화라는 수직적인 화음의 지배에 놓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화음중심주의는 고전주의시대이후 19세기말까지 서양음악의 지배적인 전통으로 자리잡게 된다. 장 필립 라모(Jean Philipe Rameau)와 같은 고전주의 음악가는 『화음론』을 통해서 이러한 수펑적 화음의 구조가 완벽한 수학적, 기하학적 구조를 지닌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는 스스로 데카르트주의자를 자처하였으며, 이러한 음악적 발견은 곧 음악에서 데카르트주의 실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원근법과 평균율이 지닌 명백한 상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원근법이나 평균율이 서양의 근대회화와 음악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기제라는 사실에서 뿐만 아니라 이 두 개의 기제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사유형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상응적 관계를 맺는다. 원근법과 평균율 속에는 둘 다 근대적인 서양의 합리주의적 사고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원근법이나 평균율의 상관성은 그것이 19세기말부터 퇴조적인 양상을 보인다는 데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19세기 중후반 인상주의의 등장과 함께 원근법은 회화에서 급격하게 퇴조한다. 음악의 경우에는 회화와 달리 19세기말 후기 낭만주의 혹은 표현주의를 거치면서 평균율 자체가 직접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평균율에 바탕을 두고 체계화되었던 화음의 구조가 급격하게 퇴조한다. 20세기 초반 쇤베르크를 위시한 많은 작곡가들이 수직적인 화음보다는 수평적인 대위법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이러한 화음의 퇴조는 곧 음을 일정한 간격으로 보는 평균율의 이상과 대치된다. 더군다나 20세기 이후 전통적인 악기가 아닌 일상적인 사물이나 구체음악 혹은 전자악기의 사용은 음을 간격으로 이해하던 평균율의 이상을 물리적으로도 침범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원근법과 평균율의 상관관계를 이들이 기반하고 있는 근본적인 사유의 특성에 주목하여 밝히고자 한다. 이는 곧 원근법과 평균율의 근본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이들의 근간에 있는 미적 사유의 특성을 통해서 그 공통적 뿌리를 밝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양 근대회화와 음악이 어떠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전개되어 왔는지를 보다 근원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 기대효과
  • 본 연구의 목적은 원근법과 평균율의 상관관계를 논구하고 이로부터 둘의 공통적 특성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본 연구자는 원근법과 평균율에 관한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선행 연구는 찾아볼 수 있었지만 원근법과 평균율의 관계를 다룬 선행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미술과 음악이 개별적인 전공의 분야로서 독립적으로만 연구되어 온 관행에 있는 듯하다. 미술과 음악은 시각과 청각을 대표하는 예술로서 제 각기 독립성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공통의 사유지평 속에서 전개되고 발전하여 왔다. 이는 원근법과 평균율이 지닌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로부터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술과 음악이 현실적으로 공통적 기반을 지니고 전개되어 온 데 반해 학술적인 연구는 항상 개별적으로만 진행되어 온 듯하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예술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는 실제로 예술이 전개되는 역사적 현실과 다소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미술과 음악이 각기 분리되어 서로 침범할 수 없는 독립적인 영역이라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린버그로 대표되는 모더니스트들의 편향적인 시각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미술과 음악이 독립적인 두 예술 분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 분야의 흐름 속에는 공통적 사유 기반이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과 음악에 대한 융합적인 연구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두 분야가 현상적으로는 분리된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융합되어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세기 이후에는 그린버그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음악과 미술의 방향이 전개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융합적 연구는 더욱 필수적이다. 회화는 세계의 재현을 위해서 시각적 환영을 창조한다는 근대적 관념에서 벗어나 그 자체가 촉각적이거나 청각적인 이미지의 성격을 띠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반면 음악 역시 구체음악을 비롯한 대표적인 현대음악가의 시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생활의 이미지를 연상하는 음, 다시 말해서 단순한 청각적 음이 아닌 촉각적이고 시각적인 음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자면 미술과 음악에 대한 융합적이고도 교차적인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근법과 평균율의 상관관계를 그것에 내재한 근본적인 사유의 동질성 속에서 찾고자 하는 본 연구는 나름대로 학술적인 기대효과를 지닐 수 있을 듯하다.
    또한 개별 분야인 회화나 음악 분야 내에서도 원근법이나 평균율을 비교하고자 하는 본 연구는 학문적인 기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가령 평균율의 경우 이에 대한 음악적인 논의는 주로 조율의 매커니즘에 관한 음향학적 연구 혹은 음계라는 역사적, 통시적 연구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말하자면 기존의 연구는 평균율 자체의 기제를 음향학적으로 분석하거나 혹은 평균율이 기존의 음계인 피타고라스 음계나 순정율과 어떠한 차이를 나타내는지에 대한 것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평균율이 기존의 조율 혹은 음계 구성과 어떠한 구조적 차이와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평균율이 근본적으로 음을 간격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서양의 전통적 사고에 대한 현실적 구현이라는 전제에서 본 연구는 평균율의 모순적 상황이 곧 서양음악의 전통적 사고가 지닌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연결짓고자 하였다. 이는 20세기 현대 음악의 방향이 음의 본질을 간격으로 이해하는 전통적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급진적 특성을 지닌다는 통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본 연구의 결과가 현대음악을 전공하는 연구자에게도 자극이 될 수 있기를 갈망한다.
  • 연구요약
  • 서양 근대 회화의 원근법과 서양 근대음악의 평균율이 지닌 상관관계를 그 근저에 있는 미적 사유의 공통적 특징을 통해서 밝히고자 하는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전개된다.
    1. 원근법과 평균율의 성립
    원근법은 평면에 3차원적인 공간을 재현하기 위해서 고안된 회화적 장치이다. 원근법은 원시시대부터 존재하였으나 본 연구의 대상인 ‘선원근법’(linear perspective)은 르네상스 이후에 발견된 시대적 산물이다. 선원근법은 화면에 하나의 소실점(vanishing point)을 상정하고 이 소실점에 의거해서 가까운 사물부터 멀리 있는 사물까지 일정한 비례관계에 의해서 크기를 상대적으로 나타내는 회화적 표현방식이다. 르네상스 화가들은 원근법을 단순한 회화적 표현방식을 넘어서 과학으로 간주하였다. 한편 음악에서 평균율은 18세기 바흐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조율의 방식으로서 기존의 피타고라스 음계와 순정음계의 조율방식을 보완한 것이다. 피타고라스 음계나 이를 보완한 순정음계는 한 옥타브내의 음들이 균등한 간격을 갖지 못하는데 반해 평균율은 열 두 개의 음이 균등한 간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볼 때 선원근법은 현실세계를 재현하고자 한 서양 회화의 이상을 실현한 것으로, 또한 평균율은 음을 일정한 간격에 의해서 체계화하려는 서양 음악의 이상을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원근법과 평균율의 근저에 있는 사유의 특징
    마틴 제이(Martin Jay)는 원근법적 시각체제를 데카르트주의라고 규정한다. 데카르트에게 세계의 실체란 기하학적인 것으로 코기토의 본성인 기하학적 사유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는 르네상스 회화에서 원근법에 나타난 사유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러한 생각은 알베르티의 『회화론』에서 명확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그는 원근법의 기하학적 체계가 수학적으로 완전무결한 것임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이성의 산물로서 재현의 원리인 선원근법이 곧 자연의 실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한편 평균율의 경우를 살펴보면, 평균율은 그 자체가 한 옥타브를 균등한 간격에 의해서 분할하였다는 점에서 수학적 체계를 지니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런데 평균율은 원래 한 옥타브를 균등하게 분할한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닌 자유로운 전조(조옮김, modulation)를 위한 실용적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자유로운 전조는 전적으로 음의 균등한 간격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곧 음의 조화란 음의 일정한 간격들의 체계라는 화음중심주의적 사고로 이어진다. 음악의 데카르트주의자로 자청한 장 필립 라모는 화음이야말로 자연의 질서이며, 이는 곧 고전주의 이후 화음중심의 음악으로 정착된다. 말하자면 원근법과 평균율은 모두 자연의 실체이자 코기토의 산물로서 완전한 이상으로 간주된 것이다.
    3. 원근법과 평균율은 왜 퇴조할 수밖에 없는가?
    파노프스키는 원근법이란 시대를 초월하여 세계를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과학적 체계가 아닌 특정한 시기, 즉 르네상스 회화의 원칙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다미쉬는 원근법에 완벽하게 충실할 경우 원근법이 추구하는 완벽한 현실의 재현과는 멀어진다는 역설을 지적하였다. 그는 원근법이 현실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 비원근법적인 /구름/이라는 요소가 필수적임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재현의 가장 막강한 수단인 원근법으로도 현실을 재현할 수 없다는 역설은 곧 회화가 현실에 대한 재현이 될 필요가 없다는 각성으로 이어진다. 현실 자체가 더 이상 재현할 수 없는 대상이 되므로써 원근법의 퇴조는 불가피한 것이다.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평균율이 일반화된 이후에도 합주 시 현악기는 순정율로 조율되는데 이는 곧 수학적인 비례가 직관적인 조화로 연결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물론 회화에서와 달리 현대음악에서 평균율이 급격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일정 정도 전통 악기가 지닌 물리적 제약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쇤베르크의 무조음악이나 이후의 음렬주의는 궁극적으로 기존의 화음이 토대로 하였던 장2도 이상의 간격을 반음으로 축소화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음을 간격으로 환원하고자 하는 화음주의에 치명타를 가한다. 이후 간격 자체가 없는 일상의 오브제를 활용한 구체음악의 등장이나 전자음악 역시 평균율의 이상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본 연구는 서양 근대회화의 원근법과 서양 근대음악의 평균율이 지닌 상관관계를 그 근저에 있는 미적 사유의 공통적 특징을 통해서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원근법이란 현실의 3차원 공간을 2차원의 평면에 재현하고자 하는 회화의 기술을 의미하며, 평균율은 한 옥타브를 12개의 균등한 간격으로 나누는 음악적 조율방식을 일컫는다. 얼핏 보면 원근법과 평균율은 아무런 직접적인 상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시기적으로 볼 때도 원근법은 15세기 르네상스시대에 발견된 산물인 반면, 평균율은 18세기 바흐의 음악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상당한 둘의 탄생에는 시간적 격차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근법과 평균율은 서양의 근대미술과 음악의 근본적인 특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어떤 공통적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본 연구는 원근법과 평균율이 지닌 가장 근본적인 특성을 비교하여 그 상관관계를 밝힘으로써 동시에 근대회화와 근대음악이 지닌 수평적 관계를 암시적으로 드러내는데 일조할 것이다.
  • 영문
  • 'Linear Perspective' is a technique in the painting to represent the space of 3 dimensional real world in the 2 dimensional plan, and the 'Equal Temperament' is a tuning skill to divide an octave equally in the 12 parts. At a glance there is no direct connection between them. Moreover there is a big time difference. But there must be the common characteristics in that they imply the fundamental characteristics of the modern painting and music. In this study I investigate their correspondence and reveal the horizontal relation of the modern painting and music.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원근법은 3차원 현실공간의 거리감을 표현하고자 하는 회화의 기제로서 원시시대부터 존재하였지만 본 연구에서는 르네상스시기의 선원근법(linear perspective)에 국한된다. 마틴 제이에 따르면 서양 근대회화에서는 비록 복수의 ‘시각체제’(scopic regimes)가 존재하였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주도적인 시각체제는 원근법이었다. 마틴 제이는 원근법에 바탕을 둔 시각체제를 데카르트적 시각체제라고 부른다. 데카르트가 근대 서양철학을 대변하는 합리주의의 창시자였던 것을 상기한다면 원근법이 왜 데카르트적인 시각체제와 연관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분석이 음악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서양에서 일정한 간격에 의한 조율방식은 과거 그리스부터 이미 존재하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피타고라스 조율방식이나 순정율에 의한 조율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조율방식과 평균율의 조율방식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평균율에서는 음의 간격이 일정해짐으로써 자유로운 전조(modulation)가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음악의 구조가 수평적인 멜로디보다는 음의 일정한 간격에 의한 조화라는 수직적인 화음의 지배에 놓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화음중심주의는 고전주의시대이후 19세기말까지 서양음악의 지배적인 전통으로 자리잡게 된다. 장 필립 라모(Jean Philipe Rameau)와 같은 고전주의 음악가는 『화음론』을 통해서 이러한 수펑적 화음의 구조가 완벽한 수학적, 기하학적 구조를 지닌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는 스스로 데카르트주의자를 자처하였으며, 이러한 음악적 발견은 곧 음악에서 데카르트주의 실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원근법과 평균율이 지닌 명백한 상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원근법이나 평균율이 서양의 근대회화와 음악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기제라는 사실에서 뿐만 아니라 이 두 개의 기제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사유형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상응적 관계를 맺는다. 원근법과 평균율 속에는 둘 다 근대적인 서양의 합리주의적 사고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원근법이나 평균율의 상관성은 그것이 19세기말부터 퇴조적인 양상을 보인다는 데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19세기 중후반 인상주의의 등장과 함께 원근법은 회화에서 급격하게 퇴조한다. 음악의 경우에는 회화와 달리 19세기말 후기 낭만주의 혹은 표현주의를 거치면서 평균율 자체가 직접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평균율에 바탕을 두고 체계화되었던 화음의 구조가 급격하게 퇴조한다. 20세기 초반 쇤베르크를 위시한 많은 작곡가들이 수직적인 화음보다는 수평적인 대위법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이러한 화음의 퇴조는 곧 음을 일정한 간격으로 보는 평균율의 이상과 대치된다. 더군다나 20세기 이후 전통적인 악기가 아닌 일상적인 사물이나 구체음악 혹은 전자악기의 사용은 음을 간격으로 이해하던 평균율의 이상을 물리적으로도 침범하는 것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본 연구의 목적은 원근법과 평균율의 상관관계를 논구하고 이로부터 둘의 공통적 특성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본 연구자는 원근법과 평균율에 관한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선행 연구는 찾아볼 수 있었지만 원근법과 평균율의 관계를 다룬 선행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미술과 음악이 개별적인 전공의 분야로서 독립적으로만 연구되어 온 관행에 있는 듯하다. 미술과 음악은 시각과 청각을 대표하는 예술로서 제 각기 독립성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공통의 사유지평 속에서 전개되고 발전하여 왔다. 이는 원근법과 평균율이 지닌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로부터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술과 음악이 현실적으로 공통적 기반을 지니고 전개되어 온 데 반해 학술적인 연구는 항상 개별적으로만 진행되어 온 듯하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예술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는 실제로 예술이 전개되는 역사적 현실과 다소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미술과 음악이 각기 분리되어 서로 침범할 수 없는 독립적인 영역이라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린버그로 대표되는 모더니스트들의 편향적인 시각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미술과 음악이 독립적인 두 예술 분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 분야의 흐름 속에는 공통적 사유 기반이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과 음악에 대한 융합적인 연구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두 분야가 현상적으로는 분리된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융합되어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세기 이후에는 그린버그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음악과 미술의 방향이 전개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융합적 연구는 더욱 필수적이다. 회화는 세계의 재현을 위해서 시각적 환영을 창조한다는 근대적 관념에서 벗어나 그 자체가 촉각적이거나 청각적인 이미지의 성격을 띠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반면 음악 역시 구체음악을 비롯한 대표적인 현대음악가의 시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생활의 이미지를 연상하는 음, 다시 말해서 단순한 청각적 음이 아닌 촉각적이고 시각적인 음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자면 미술과 음악에 대한 융합적이고도 교차적인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근법과 평균율의 상관관계를 그것에 내재한 근본적인 사유의 동질성 속에서 찾고자 하는 본 연구는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색인어
  • 원근법, 선원근법, 평균율, 순정율, 음계, 전조, 현대 회화, 현대 음악, 간격, 화음, 기능화음, 기하학적 원근법, 데카르트, 알베르티, 무조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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