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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의 지평: 움베르토 에코의 텍스트 기호학
La semiotica testuale di Umberto Eco
  • 한국연구재단 기초학문자료센터 DB구축사업 참여 관련분야 전문가가 추가 입력한 정보입니다.
학술지명 이탈리아어문학 (ISSN : 15985598)
발행정보 1997-01-01 / Vol.4 / pp. 31 ~ 69
발행처/학회 한국이탈리아어문학회
주저자 김운찬 (대구가톨릭대학교)
색인어 기호학, semiotica, 텍스트, text, 해석, interpretazione
  • 메타작성자초록
  • 이상에서 간략하게 에코의 텍스트 이론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의 해석 모델에 따르자면 텍스트의 올바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 힘들고도 어려운 작업이 거의 전적으로 독자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에 달려 있다. 그것은 의미적 해석이든 비평적 해석이든(1990: 29)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협력의 과정이다. 에코의 텍스트 이론은 바로 그러한 독자의 협력에 의존하는 해석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자의 협력에 중요시하는 에코의 해석 이론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몇 가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지나칠 정도로 독자(또는 수신자)의 주도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의 의미를 결정하는 데 있어 작가(또는 발신자)의 의도는 순수하지 않은 요소로서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물론 프로이트 이래 발신자의 의도와 텍스트의 의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들은 일상적인 소통 과정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수사학적 표현들을 비롯하여 모호한 텍스트들은 사방에 있다. 가령 "이것은 비밀인데...","네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지만..."등의 표현들에 감추어진 소위 '부정 속의 긍정'또는 '긍정 속의 부정'이 그러하다. 그렇다고 텍스트가 작가의 의도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역설적으로 텍스트가 작가의 의도를 배반하였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작가의 의도를 고려해 볼 가치는 있다. 포괄적이고 총체적으로 텍스트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점들까지 고찰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어려운 문제는 바로 '해석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원칙상 텍스트는 열려 있다. 수많은 문학사들이 증언하듯 이 한 텍스트에 대해 잠재적으로는 무한한 해석들이 가능하다. 때로는 서로 모순되고 배치되는 해석들이 주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 다양한 해석들 모두에게 동일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도 한편으로는 텍스트의 열림을 강조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해석의 한계를 설정하려는 작업은 서로 모순적인 것처럼 보인다. 분명 텍스트 해석의 객관적인 기준이나 규칙을 보편 타당하게 제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에코 역시 그러한 어려움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올바른 해석을 가늠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잣대는 포퍼의 원리 즉 '위조화 기준'이다. "만약 어떤 해석들이 '더 좋은' 것인가 확인할 규칙이 없다면, 최소한 어떤 해석들이 '더 나쁜' 것인가 확인할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1992: tr. it. 65). 그러니까 나쁜 해석들만 골라 내면 그 나머지가 좋은 해석들이라는 소극적 판단 기준이다. 그러한 나쁜 해석들은 해석이 아니라 개인적 용도로의 사용 또는 과잉 해석(또는 미달해석 scottointerpretazione이라는 것이다. 에코의 해결책은 그럴듯해 보이고 또한 원리상 옳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역시 객관적인 기준이 되기에는 여전히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소극적인 방식으로나마 해석의 한계를 설정하려는 에코의 노력은 여러 학자들의 반박을 받기도 한다. 가령 로티Richard Rorty의 극단적인 실용주의는 수신자에 의한 텍스트의 자유롭고 방만한 사용을 옹호하고 정당화한다. 독자의 임의적인 해석이나 사용을 에코가 텍스트에 대한 폭력으로 간주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에코의 이론은 무엇보다도 자크 데리다의 주장과 여러 가지 면에서 맞부딪치고 있다. 데리다의 해체론 및 기표의 표류deriva 이론은 상당 부분 에코의 입장과 일맥 상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퍼스에게서 빌려온 무한한 기호능과 기표의 표류는 거의 동일한 맥락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데리다 역시 [그라마톨로지]에서 퍼스의 고찰들을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에코는 데리다의 퍼스 해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1991: 330-333). 퍼스의 무한한 기호능은 최종 해석소의 형성과 함께 무한하게 역행하는 듯한 기호의 반송rinvio 과정을 멈추게 한다. 반면 데리다에게 있어 기표는 무한정 표류하고 기의는 언제나 유동적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데리다의 "해체론적 표류와 무한한 기호능은 동등한 개념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이 에코의 주장이다(같은 책, 332).
    어쨌든 에코는 텍스트에 대한 해석의 가드레일guard -rail을 설정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데리다에게 있어 해석은 가장 극단적인 곳까지 나아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텍스트는 끊임없이 '해체'되어야 할 대상이다. 출발점이 비슷해 보이는 두 사람의 주장은 결국 화해하기 어려운 갈림길에서 서로 나뉘어진다. 그들의 대립적인 주장에 대해 조나단 컬러Jonathan Culler는 다분히 데리다의 입장에 서서 과잉 해석까지 옹호하면서 해석의 가능성을 확대하고자 한다. 그에 의하면 "대부분의 지적활동과 마찬가지로 해석은 극단 적일 경우에만 흥미롭다. 평범한 해석이나 동의를 표현하는 해석은, 아무리 특정한 상황에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하더라도,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한다"(1992: tr. it. 134). 사실 단 하나의 올바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또한 객관적인 해석의 기준을 설정할 수 없다면, 모든 해석은 나름대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컬러는 텍스트가 고유의 전략으로서 마련한 길을 그대로 따르는 해석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아카데미 세계에서는 약간의 편집증이 사물들의 정확한 평가에 기본적"이며, 따라서 "텍스트가 부추기지 않는 질문들을 제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도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같은 책, 138-139). 그러한 입장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컬러의 지적은 에코의 해석의 한계 너머까지 그 가능성을 넓히려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텍스트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에코의 텍스트 기호학 역시 하나의 시도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몇몇 새로운 개념적 도구들은 다양한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논고]에서 그 윤곽을 드러낸 일반 기호학 이론을 텍스트 분석과 별 무리 없이 접목시킨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또한 그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암시한 분석 방법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발전적으로 전개시킬 필요가 있다. 그 자신이 퍼스를 해석하면서 그러하였듯이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도 진행시켜야 할 적업"(1979: 49)은 기호학자들의 임무이다. 그것은 위기에 처한 기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기호학 자체의 과제이기도 한다. 다양한 인접 학문들과 겹쳐 있는 기호학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에 둘러쌓여 있다. 최근에 간행된 그의 [칸트와 오리너구리]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암시하는 바가 많다.
  • 목차
  • 1. 텍스트와 해석
    2. 일반 기호학의 주요 개념들
    2-1. 해석소와 무한한 기호능
    2-2. 사전에서 백과사전으로
    2-3. 기호와 추론
    3. 에코의 텍스트 기호학
    3-1. 텍스트의 전략: 모델 독자와 모델 작가
    3-2. 해석의 경로
    3-3. 추론적 산책과 가능 세계
    4. 해석의 한계: 결론을 대신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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