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시설 입소와 함께 친부모(원가족), 또래 등과의 애착관계에서 단절을 경험하고 “제2의 가정”이라 할 수 있는 시설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시설보호 청소년들의 심리사회적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밝히려는 시도에서 이루어졌다. 최근 들어 원가족 해체로 인 ...
본 연구는 시설 입소와 함께 친부모(원가족), 또래 등과의 애착관계에서 단절을 경험하고 “제2의 가정”이라 할 수 있는 시설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시설보호 청소년들의 심리사회적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밝히려는 시도에서 이루어졌다. 최근 들어 원가족 해체로 인한 시설 입소가 증가하면서, 시설보호 청소년은 시설보호 이전부터 원가족 관계에서 긍정적이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시설에 입소한 이후에도 원가족과의 접촉이 빈번하지 않아 물리적 단절 이상을 넘어 원가족과의 심리적 단절을 경험하며, 부모를 대신한 대리양육자(보육사)의 잦은 교체와 대규모 집단보호로 인해 대리적 애착관계의 형성도 어려운 상황에 있다. 또한 시설에 입소한 이후, 개인의 욕구보다 효율적인 집단생활이 우선시되는 환경에서 장기간 생활한다. 본 연구는 시설 규모를 중심으로 시설보호 청소년의 특성을 설명하는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시설보호 청소년이 경험하는 애착관계의 특징과 시설환경에 주목하여 시설보호 청소년의 심리사회적 적응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선행 연구 검토 결과, 시설보호 청소년의 심리사회적 적응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으로 애착이론이 설정되었다. 애착이론은 친부모(원가족) 분리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과 원가족과의 관계 유지(지속)가 갖는 의미, 원가족을 대신한 다른 사람과의 대리적 애착관계의 발전 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가정외 보호 서비스가 아동의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때 많이 활용되는 이론이다. 또한 선행연구에 의하면, 아동의 인격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정환경이며, 시설보호 청소년의 경우 가정환경에서 벗어나 시설에서 장기간 생활하기 때문에 시설환경이 이들의 심리사회적 적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동이 지각한 심리적 환경이 아동 발달, 문제행동에 더욱 중요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 상정한 연구문제는 애착관계와 청소년 자신이 지각한 시설의 양육환경이 심리사회적 적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와 원가족과의 부정적인 경험이 보육사와의 애착, 양육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는가이다.
연구문제에 따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본 연구는 서베이 연구방법을 활용하였다. 전국 212개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12세 이상 중·고등학교 재학생을 모집단으로 하여 시설 소재지역과 규모를 중심으로 전체 30%에 해당하는 시설을 층화표집하였다. 총 65개의 시설에서 1,094명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분석에 사용된 종속변수는 사회적 위축, 우울·불안 등의 심리정서문제와 비행, 공격성 등의 행동문제이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로 애착유형, 친부모 애착, 보육사 애착, 또래 애착과 같은 개인 애착 특성 변수, 부모-자녀 유대관계, 관계 단절 사건과 같은 원가족 관계 경험 변수, 보육사 교체, 부모접촉, 동일 시설내 형제 배치와 같은 시설에서의 관계 경험 변수 등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개인이 지각한 양육환경 변수도 독립변수로 상정하였다. 성, 연령과 같은 인구학적 특성 변수, 시설 규모, 주거형태와 같은 시설특성 변수, 시설 입소 기간 등은 통제변수로 분석에 포함되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발견된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Bartholomew & Horowitz의 애착유형 구분을 사용하여 시설보호 청소년의 애착유형 분포를 확인한 결과, 안정형(34.8%)>공포-회피형(24.5%)>몰두(양가)형(19.9%)>거부-회피형(13.6%) 순으로 나타났다. 시설보호 청소년이 보이는 애착유형의 특징은 회피형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들 회피형은 타인을 불신하여 관계를 거부하는 유형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 양육자의 민감성․반응성과 같은 질 높은 양육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들 애착유형과 심리사회적 적응간의 관계를 보면, 안정형 애착유형이 불안정한 애착유형보다 심리사회적 적응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애착이론에서 중시하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둘째, 친부모, 보육사 및 또래와의 애착이 심리사회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보육사 및 또래 애착이 강할수록 심리정서문제를 적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행동문제에서는 보육사 애착, 부모 애착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한편, 비행성향 친구와 애착이 형성된 경우에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행동문제를 더 많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보호 청소년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보육사 관계를 주로 강조했을 뿐, 또래관계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래 애착이 적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비행 성향 친구와의 애착이 행동문제를 증가시킨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향후 시설보호 청소년에 대한 개입에서 친구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시설보호 이전에 경험한 원가족과의 관계가 심리사회적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설보호 이전의 부모-자녀관계를 냉정함과 무관심한 것으로 지각할수록, 관계 단절 사건을 많이 경험할수록 심리사회적 적응에 문제를 많이 보였다. 특히, 부모-자녀 유대관계, 부모에 대한 애착은 심리정서문제보다 비행, 공격성과 같은 행동문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시설보호 청소년의 행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입활동에서 부모-자녀관계, 부모에 대한 애착이 중요하게 다뤄져야함을 시사한다.
넷째, 보육사 교체, 동일 시설내 형제 배치 등과 같은 시설에서의 관계 경험도 심리사회적 적응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모 접촉은 심리사회적 적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부모-자녀관계는 심리사회적 적응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만, 부모와의 접촉은 적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부모와의 접촉에서 부모-자녀 관계의 질이 고려되어야함을 의미한다.
다섯째, 시설의 양육환경을 긍정적으로 지각할수록 심리사회적 적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환경의 하위요인별로 심리사회적 적응과의 관계를 확인한 결과, 시설환경을 지지적이고 편안한 곳으로 지각할수록 적응수준이 높았다. 한편, 시설 성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 활동이 많다고 지각할수록 행동문제를 많이 보였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제2의 가정으로서 시설환경이 심리사회적 적응에 중요한 의미를 가짐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설보호 이전에 경험한 원가족과의 부정적인 관계가 심리사회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이 시설보호 이후의 새로운 경험, 즉 보육사와의 애착, 양육환경에 의해 완화될 수 있는가를 살펴본 결과, 현재의 시설보호 하에서는 원가족 경험이 심리사회적 적응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과 같은 분석 결과는 시설보호 청소년의 심리사회적 적응을 위해서는 시설보호 이전의 원가족 생활 및 현재의 시설생활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애착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원가족으로부터 분리될 위험에 처한 경우, 부모-자녀 유대관계, 부모 및 아동의 욕구, 가정환경, 아동의 권리 등에 대한 정확한 사정을 바탕으로 아동의 인생 전체를 고려하여 장기적인 보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보호 계획 수립에서 “애착 관계”와 “영속성”이 중시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친근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시설 분위기를 조성하고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중시되는 시설 환경 등을 만드는 것과 같은 양육환경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