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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송, 들뢰즈 그리고 베케트 문학의 '잠재태'(the Virtual) 혹은 '순수과거'의 시간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선도연구자지원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03-041-A00531
선정년도 2003 년
연구기간 1 년 (2003년 12월 01일 ~ 2004년 12월 01일)
연구책임자 윤화영
연구수행기관 부산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본 연구는 베르그송과 들뢰즈 철학의 주요 개념인 ‘버추얼’(virtual 잠재성, 잠재태)을 통해서 베케트의 문학을 시간과 존재에 대한 사유로 논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의문을 조명해보려고 한다. 베케트의 문학에서 과거는 기억과 회상의 형태로 현재와 중첩되며 현재는 내러티브의 시간으로부터 선명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이와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육체적 현존성은 더블(double), 혹은 생령(doppleganger)의 특성을 드러내면서 현재의 시간을 관습적 시간개념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모호한 시간으로 이끌고 간다. 따라서 본 연구는 베케트 문학이 던지고 있는 시간의 수수께끼를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잠재성 개념에 의지하여 풀어 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베르그송의 버추얼 이미지와 이에 대한 들뢰즈의 해석을 신중하게 참고하고 베케트의 문학에 나타난 시간의 형식을 논증하는 이해의 틀로 삼고자 한다.
    연구의 이론적 배경이 될 잠재성에 대한 논의는 가능한 여러 통로 가운데서도 존재론적 측면보다는 시간의 잠재성을 나타내는 두 가지 형식인 ‘순수과거’의 시간과 ‘기억’의 문제에 집중할 것이다. 존재론적 논의보다 시간에 더 치중하려는 이유는 시간의 잠재성과 현실태를 이해한다면 그것이 곧 존재로서의 인간의 삶의 양태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르그송과 들뢰즈는 한번도 현재였던 적이 없는 시간, 즉 잠재적으로만 존재하는 과거 혹은 잠재성의 시간 그 자체를 ‘순수과거’라고 지칭한다. 베르그송에 의하면 이는 특정 현재의 특정과거가 아니라 존재론적 요소와도 같은 ‘과거 일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이미 상정하고 과거가 현재였던 다음에 구성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것은 베르그송에 의하면 환상에 불과하다. 현재였다가 과거가 되는 시간들이란 결국 특정 현재들로 과거를 재구성하는 셈이 되는데 베르그송은 과거와 현재는 질적으로 다르게 존재한다고 본다. 따라서 과거는 잠재적 존재이며 현재는 현실적 존재이다. 이 둘은 모두 실재한다(real). 그러나 잠재적 과거는 현실화된 적이 없는 과거로서 우리가 기억을 할 때 한때 현존했던 과거를 다시 현재로 불러오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우리는 잠재적 과거의 장 속으로 질적인 도약을 한다. 거기에 모든 과거의 사건들은 하나의 시간적 차원 속에 서로 공존하고 있다.
    베케트의 문학을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시간개념에 의해 규명하고자 하는 본 연구는 다른 한편으로 문학연구자의 일방적인 이론숭배를 뛰어넘어 ‘철학과 문학의 접점’을 발견하려는 또 다른 목적을 숨기고 있다. 국내에서 들뢰즈의 철학은 해체주의와 라깡의 정신분석이론에 뒤이어 인문학계의 주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들뢰즈를 두고 일어나는 지적인 생산과 소비-그의 주된 저서들이 홍수처럼 번역되어 나오고 또 그것들을 곧바로 독서하는 학계의 열풍-는 점차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의 고원을 뛰어넘어 들뢰즈의 다른 저술들과 그의 후기철학으로 관심을 옮겨가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베케트의 문학을 들뢰즈적인 ‘시간’의 관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단순한 이론의 소비를 지양하고 철학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문학을 발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들뢰즈가 언제나 그의 철학적 입증을 문학과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의 실행에서 발견하듯이 본 연구자 역시 베르그송과 스피노자를 아우르는 들뢰즈의 철학에 대한 예술적 실천을 베케트의 문학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재양식을 규정하는 거대한 범주로서의 시간을 어떻게 포착하고 개념화할 것인가를 묻는 철학적 질문은 존재와 삶에 녹아들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보이는 것(즉 지각가능한 것)으로 변형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온 문학의 그림자를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들뢰즈가 자신의 철학에 대한 설명을 예술로 대체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양한 예술분야에 몰두하는 것은 그가 이런 예술의 초월적 기능을 예민하게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 베케트의 문학 역시 들뢰즈에게는 시간의 잠재성을 포착하여 시간의 진정한 형식을 담아내고 나아가 시간을 더 할 수 없이 잡아 늘여 연장함으로써 우주적 차원에 도달한 예술적 인식의 예를 제공한다. 본 연구는 베케트의 문학에서 시간의 이와 같은 특성을 규명함으로써 들뢰즈의 예술론과 베케트의 문학을 하나의 새로운 생성의 블록으로 제시하는 데 최종적인 목표를 두고자 한다.
  • 기대효과
  • 본 연구의 기대효과는 대략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시간이라는 매개변수를 통해 발생하는 베케트와 들뢰즈, 그리고 베르그송 사이의 풍부한 ‘상호텍스트성’의 발견이다. 베케트는 트리니티대학에서 베르그송의 철학을 연구하고 강의한 바 있으며 들뢰즈는 생성, 차이, 되기라는 그의 주요한 철학적 내용을 베르그송을 통해 발전시킨다. 베르그송이 베케트와 들뢰즈에게 지적인 자극의 원천으로 작용했다면, 이 두 거인이 함께 주목했던 예술적 선례는 ‘푸르스트’라고 할 것이다. 베케트는 직접 ‘푸르스트론’을 썼으며 들뢰즈는 ‘푸르스트와 기호들’이라는 책을 저술하고 또 그의 저서 곳곳에서 푸르스트를 언급한다.
    베르그송, 푸르스트, 베케트, 들뢰즈 이 네 사람을 시공을 초월해 한 그룹으로 묶어주는 것은 바로 ‘시간’에 대한 사유라고 할 것이다. 베르그송과 연대하는 들뢰즈의 현재와 동시적으로 공존하는 과거(과거 일반), 버추얼 이미지 등에 대한 설명은 베케트 문학에 나타난 ‘시간’에 대한 철학적 논리를 제공한다.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시간에 대한 들뢰즈의 철학적 의문에 대한 예술적 선례라면 베케트는 들뢰즈의 시간철학에 대위법적으로 대비되는 예술적 형식 혹은 스타일을 보여준다.
    결국 들뢰즈를 이론적 배경으로 선택함으로써 ‘베르그송’을, 베케트를 분석함으로써 푸르스트의 작품을 함께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본 연구는 뜻하지 않게 이 네 사람 사이에서 상호관련성을 엿보게 되었으며 본격적인 작업이 이루어진 후에 이들 사이의 상호텍스트성이 문학의 이론적 배경으로서의 철학과 철학적 개념의 구체적 실행으로써의 예술 사이의 상호관련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두 번째 기대효과는 베케트의 문학을 잠재성의 개념을 통해 조명함으로써 사회와 삶의 징후를 담지하고 이를 치유하는 문학의 새로운 기능을 인식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문학이 치유’라고 말한다(Literature is a health. Essays;Critical and Clinical lv). 즉 작가는 구체적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징후를 진단하는 의사(doctor)처럼 삶과 존재에 대하여 그 양상을 진단하고 나아가 존재의 방식과 삶의 가능성을 발명함으로써 ‘문화의 치유자’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들뢰즈는 베케트가 언젠가 자신의 작업을 두고 “언어에 구멍을 뚫는 일”이라고 말한 것을 인용하면서 베케트를 비젼(vision)과 오디션(audition)의 작가로 지목한다(CC lv). 이때 보고 듣는다는 것은 언어의 밖에 존재하지만 언어를 통해서만 솟아오르는 ‘언어 밖의 것’들을 보고 듣는 것을 의미한다. 들뢰즈의 관점에서 본다면 문학이란 언어의 한계까지 나아감으로써 삶을 포함한 비언어적인 것과 접촉하고 소통하는 진정한 비젼과 오디션을 성취하는 것을 과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언어가 이런 비전과 오디션을 얻지 못한다면 전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삶과 존재의 징후를 전체로부터 떼어내어 고립시키고 이에 대한 치유의 힘을 가지는 것 역시도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베케트의 문학은 궁극적으로는 언어에 구멍을 뚫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것’을 듣고 또 보여줌으로써 들뢰즈 적인 의미에서 ‘치유의 문학’에 도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발생하는 하나의 거대한 사건은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지평을 더 이상 확장할 수 없을 만큼 확장하는 것이며 아울러 존재에게 삶의 총체성을 선물하는 것이다.
  • 연구요약
  • 1. 서론: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잠재성의 철학/ 베케트의 시간의 문학

    본 연구는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버추얼’(잠재성, 잠재태)의 철학을 통해서 베케트의 문학 세계를 시간의 문학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베케트의 문학은 시간에 대한 강렬한 탐색의 지도를 구축하면서 리쾨르가 표현하듯 “시간을 인간화”(시간과 이야기 125 참고)하며, 무한의 시간을 응축된 시간 속에 담아냄으로써 존재의 확장을 이루어낸다. 베케트의 시간에 대한 탐색은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비추어 볼 때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내는 정교한 체계를 가진 암호 같은 시간의 기호들로 표현되어 있다.
    ‘버추얼’(김재인이나 황수영은 베르그송 연구서나 번역서에서 “the Virtual"을 잠재성, 혹은 잠재태로 번역하고 있으나 이 역어는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버추얼이 함축하는 존재론적, 우주적 시간론의 의미를 다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다. 더 적절한 역어가 떠오를 때까지 버추얼이라 표기하되 문맥상 문제가 없을 경우 잠재적, 잠재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함이 좋을 것 같다)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에 와 있다. 버추얼은 베르그송 철학의 주요 용어 가운데 하나로서 들뢰즈의 철학은 버추얼과 관련된 개념들인 지속(duration)의 시간관과 생명의 도약(elan vital), 혹은 창조적 생성의 생(Life)의 철학에 가장 중요한 토대를 두고 형성되었다. 들뢰즈는 이미 베르그송주의(1966)에서, “잠재성의 개념이 베르그송 철학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Bergsonism 43)고 말한 바 있는데, 최근에 이르러서는 들뢰즈 자신의 철학 체계 내에서도 잠재성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Pearson 1) 그의 전체 철학 체계 내에서 잠재성의 존재론을 어떻게 정립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특히 알랭 바디유(Alain Badiou)는 들뢰즈의 사유에서 버추얼이 플라톤주의적인 ”존재(Being)의 이름“이라고까지 주장한다(Badiou 46). 차이의 철학자인 들뢰즈에게 이처럼 대문자로 표기되는 일자로서의 존재 개념(the One)을 덧붙이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겠지만 적어도 바디유의 지적은 들뢰즈 철학에서 버추얼이 가지는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들뢰즈의 버추얼은 베르그송의 철학에서 영향 받은 것이다. 개념상으로 들뢰즈의 버추얼은 베르그송의 그것과 거의 유사하지만 다만 들뢰즈는 스토아학파의 ‘사건’(event) 개념을 현대화하면서 중심이 아니라 표면의 중요성을 버추얼 개념에 포함한다(Pearson 1 참고). 베르그송 철학에서 잠재성, 혹은 잠재태의 개념은 그의 지속의 시간관에서 나오게 된다(지속이 함축적으로 곧 버추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Pearson 5) 그는 시간을 공간적 점의 연속, 말하자면 현재라는 점들의 집합으로 보지 않았다. 베르그송은 현재가 단지 시간 속의 한 점이라면 현재는 결코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가 미래를 향해 움직이려면 거기에는 현재의 순간과 바로 그 직전의 순간 사이에 연속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계속적인 움직임 내에 현재와 과거가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베르그송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낸다. 즉, 모든 현재의 순간에는 그와 공존하는 과거의 순간이 있다. 뿐 아니라 그 과거의 순간은 모든 과거 순간들을 계속적으로 공존하는 전체로서 포함하는 단 하나의 과거의 일부분이다.
    과거와 현재는 질적으로 다르게 존재한다. 과거는 잠재적(virtual) 존재이며, 현재는 현실적(actual) 존재이다. 이 둘은 다 실재한다(real). 그러나 잠재적 과거는 현실화된 적이 없는 과거로서 존재론적으로만 있다(the being of the past). 그러므로 우리가 기억을 할 때 한때 현존했던 과거를 다시 현재로 불러오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우리는 잠재적 과거의 장 속으로 질적인 도약을 한다. 거기에 모든 과거의 사건들은 하나의 시간적 차원 속에 서로 공존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의 개념으로부터 잠재적 과거, 즉 순수과거의 개념이 도출될 뿐 아니라, 닫혀있고 결정된 체계 대신 (차이에 의한) 생성과 창조적 진화가 가능한 열려진 체계로서의 우주가 탄생하게 된다. 들뢰즈는 ꡔ베르그송주의ꡕ의 끝 부분에서, “우리가 보기에 ‘지속’은 본질적으로 잠재적 다양성(본성상의 차이가 나는 것)을 정의한다. 그 다음에 ‘기억’은 이 다양성, 이 잠재성 안에서의 모든 차이의 정도들의 공존인 것처럼 보인다. 끝으로 ‘생명의 도약’은 . . . 생명의 도약이 자기의식을 얻는 인간이라는 이 정확한 계열에 이르기까지의. . . 이 잠재성의 현실화(actualization)를 가리킨다.”(Bergsonism 112-13)고 말한다.
    이 말 속에 버추얼과 관련되는 중요 개념들이 거의 요약되어 있다. 특히 기억은 여기서 전혀 개인적, 심리적
  • 한글키워드
  • 잠재성,순수과거,크리스탈 이미지,시간,순수기억,버추얼,시간의 크리스탈,베케트,들뢰즈,베르그송,들뢰즈의 존재론,잠재성의 주체,푸르스트,크리스탈 무의식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들뢰즈 철학의 중요 개념인 버추얼의 문학적 의의를 베케트의 경우를 들어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버추얼 개념은 시간론, 즉 베르그송의 순수과거의 발견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그 가장 중요한 정의는 모든 현실적인 것의 초월적 근거인 본질로서의‘차이 그 자체’이다. 들뢰즈는 문학과 영화, 그리고 예술만이 이 비가시적인 본질의 세계, 그 시간의 순수형식을 포착할 수 있다고 본다.
    베르그송 철학에서 잠재성 개념은 그의 지속의 시간관에서 도출된다. 들뢰즈는 ꡔ베르그송주의ꡕ의 끝 부분에서, "우리가 보기에 ‘지속’은 본질적으로 잠재적 다양성을 정의한다. 그 다음에 ‘기억’은 이 다양성, 이 잠재성 안에서의 모든 차이의 정도들의 공존인 것처럼 보인다. 끝으로 ‘생명의 도약’은... 생명의 도약이 자기의식을 얻는 인간이라는 이 정확한 계열에 이르기까지의... 이 잠재성의 현실화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이 말 속에 ‘잠재적인 것’과 관련되는 중요 개념들--지속, 잠재적 다양성의 공존으로서의 기억, 창조적 진화, 잠재성의 현실화, 그리고 차이와 반복-- 등이 거의 요약되어 있다.
    2장에서는 논문의 이론적 배경들 즉 베르그송-들뢰즈의 '잠재성' 개념의 정의들을 먼저 요약하였다. 베르그송의 순수과거의 발견이 주체성에 대하여 어떤 인식론적 변화를 요구하는지를 들뢰즈의 경구인 "나는 타자이다"와 이에 대한 바디우의 비판을 중심으로 비교, 논의하였다. 존재론의 관점에서 잠재적인 것의 가장 중요한 정의는 ‘자기 스스로와 차이 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실체(일자)와 주체(다자)의 동일성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 동일성은 바디우의 비판과는 달리 플라톤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차이의 동등개념으로서 '잠재적인 것‘은 자신이 ‘바로 그것’인 순수 타자성과 순수 차이를 생성한다. 대립되는 것들은 ‘잠재적’ 상태에서 공존하고 있다. 들뢰즈는 "사건에 대해서는 [...]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개념과 항들의 관계는 하나와 다수, 동일성과 차이를 사유하는 새로운 방법에 따라 ‘포함적 이접’의 관계를 이루며 이것이 존재의 일의성과 내재성이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3장에서는 2장의 논의를 바탕으로 잠재성의 문학론을 술어로서의 잠재적 특이성들과 주어로서의 잠재적 특이성들, 그리고 아이온의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논의를 전개하였다. 잠재태와 현실태, 가능한 것과 실재적인 것들이라는 두 개의 개념적인 쌍들이 문학적 장 에서 서로 다르지만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결국 미학적 범주로서의 가능한 것은 적어도 문학에서는 잠재적인 것의 층위와 겹칠 수 밖에 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보르헤스적인 '거짓의 서사기법'을 포함적 이접의 원리와 함께 논증하였다. 다음으로 이러한 서사에서의 인물을 철학에서의 개념적 인물에 대응되는 ‘미학적 인물’ 개념으로 정의하였다. 잠재적인 것 속에서 모든 가능성들은 이미 소진되어 있다. 그러므로 포함적 이접의 과정을 모두 거쳐 나가는 서사의 시간은 언제나 ‘사이의 시간’이 된다. 이 아이온의 시간은 들뢰즈가 ꡔ차이와 반복ꡕ에서 시간의 순수하고 텅 빈 형식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 시간이며, 차이의 영원한 반복을 약속하는 미래-기억의 시간인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는 베케트의 문학을 잠재성의 문학으로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들뢰즈는 베케트 문학을 요약하는 에세이 「소진」에서 베케트의 문학을 가능성의 소진을 실행하는 문학으로 정의한 바 있다. 가능성의 소진은 잠재적인 것의 다른 이름이므로 우리는 들뢰즈가 베케트의 문학을 잠재성의 문학으로 정의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베케트의 텔레비전 드라마 ꡔ...한갓 구름 뿐...ꡕ, 그리고 무대극인 ꡔ오하이오 즉흥극ꡕ의 인물들을 가능성의 소진을 지켜보는 증인, 혹은 ‘차이 그 자체’의 표현인 버추얼 이미지로 분석하고 그 아이온의 시간성을 논증함으로써 베케트 문학을 들뢰즈의 잠재적인 것의 문학적 표현으로 읽어내었다.





  • 영문

  • This study explores the intertextuality between literature and philosophy. Deleuze has utilized Bergson's discovery of the pure past to arrive at his own very creative concept of the virtual. Beckett has also been greatly influenced by Bergson's theory of memory in formulating his own idea of the relationship between memory and subjectivity. Deleuze, in turn, interprets and explores the literary world of Beckett in his now influential essay "The Exhausted," in which he defines Beckett's oeuvre as a process of exhausting the possible.
    First, I examine and try to make sense of Bergsonian and Deleuzian concept of the virtual. The concept of the virtual is based upon and developed from the fundamental concept of duration and memory. In Bergosonism Deleuze summarize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m as follows: "It seems to us that Duration essentially defines a virtual multiplicity (what differs in nature). Memory then appears as the coexistence of all the degrees of difference in this multiplicity, in this virtuality. The Elan Vital, finally, designates the actualization of this virtual according to the lines of differentiation that correspond to the degrees - up to this precise line of man where the Elan Vital gains self-consciousness." This statement includes all of the constitutive notions of the virtual. I discuss the profound implications, such as the "I is an other" formula, of this idea that recognizes the existence of pure past and an actualization of the virtual on our subjectivity. Although he draws upon many other sources such as Leibniz and Kant, Nietzsche might be the second great influence in formulating the concept. I try to clarify the secret intimacy between the second(the pure past) and the third synthesis of time(the eternal recurrence) to resolve the question concerning "the time out of joint."
    Next, I try to provide a literary theory of the virtual in terms of the narrative device (predicate), the character(subject), and time. Deleuze suggests that literature acceded to its modernity when it freed the virtual from its actualizations and allowed it to assume a validity of its own. The virtual world that freed from the actualization is no longer a world but becomes a 'chaosmos', a pure process that passes through all the virtual possibilities. As is clear from his example of Borges, narration becomes fundamentally falsifying. The character, likewise, is no more of a fixed identity. It becomes rather an aesthetic figure which corresponds to the conceptual figure of philosophy. The aesthetic figure inhabits in a different time and place. Since the possible has already been exhausted before anything happens, the time of the virtual singularities and the event is always the 'in between', the meanwhile of time to which Deleuze gives the name Aion.
    Deleuze finds the literary expression of a virtual past in Proust. Combray surges forth within the present taste of the madelaine. But that combray is itself a difference, not the Combray as experienced in the past, but an essence of Combray. In "The Exhausted," included in his Essays Critical and Clinical, Deleuze discusses Beckett's oeuvre in terms of exhausting the possible. The article argues that the Beckettian ‘pure image’ in ...but the clouds... is a virtual image which is an expression of the difference itself. It is a pure intensity, a difference, a ‘light’, a life above, which "appears in all its singularity, retaining nothing of the personal, nor of the rational, and ascending into the indefinite as into a celestial state." We can only understand the character making this image as an aesthetic figure, the amnesic witness around which the other turns.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들뢰즈 철학의 중요 개념인 버추얼의 문학적 의의를 베케트의 경우를 들어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버추얼 개념은 시간론, 즉 베르그송의 순수과거의 발견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그 가장 중요한 정의는 모든 현실적인 것의 초월적 근거인 본질로서의‘차이 그 자체’이다. 들뢰즈는 문학과 영화, 그리고 예술만이 이 비가시적인 본질의 세계, 그 시간의 순수형식을 포착할 수 있다고 본다.
    베르그송 철학에서 잠재성 개념은 그의 지속의 시간관에서 도출된다. 들뢰즈는 ꡔ베르그송주의ꡕ의 끝 부분에서, “우리가 보기에 ‘지속’은 본질적으로 잠재적 다양성을 정의한다. 그 다음에 ‘기억’은 이 다양성, 이 잠재성 안에서의 모든 차이의 정도들의 공존인 것처럼 보인다. 끝으로 ‘생명의 도약’은... 생명의 도약이 자기의식을 얻는 인간이라는 이 정확한 계열에 이르기까지의... 이 잠재성의 현실화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이 말 속에 ‘잠재적인 것’과 관련되는 중요 개념들--지속, 잠재적 다양성의 공존으로서의 기억, 창조적 진화, 잠재성의 현실화, 그리고 차이와 반복-- 등이 거의 요약되어 있다.
    베르그송의 순수과거의 발견이 주체성에 대하여 어떤 인식론적 변화를 요구하는지를 들뢰즈의 경구인 “나는 타자이다”와 이에 대한 바디우의 비판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존재론의 관점에서 잠재적인 것의 가장 중요한 정의는 ‘자기 스스로와 차이 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실체(일자)와 주체(다자)의 동일성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 동일성은 바디우의 비판과는 달리 플라톤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차이의 동등개념으로서 '잠재적인 것‘은 자신이 ‘바로 그것’인 순수 타자성과 순수 차이를 생성한다. 대립되는 것들은 ‘잠재적’ 상태에서 공존하고 있다. 들뢰즈는 “사건에 대해서는 [...]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개념과 항들의 관계는 하나와 다수, 동일성과 차이를 사유하는 새로운 방법에 따라 ‘포함적 이접’의 관계를 이루며 이것이 존재의 일의성과 내재성이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학적 범주로서의 ‘가능한 것’은 잠재적인 것의 문학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보르헤스적인 거짓의 서사기법을 포함적 이접의 원리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서사의 인물은 철학의 개념적 인물에 대응되는 ‘미학적 인물’이다. 잠재적인 것 속에서 모든 가능성들은 이미 소진되어 있다. 그러므로 포함적 이접의 과정을 모두 거쳐 나가는 서사의 시간은 언제나 ‘사이의 시간’이 된다. 이 아이온의 시간은 들뢰즈가 ꡔ차이와 반복ꡕ에서 시간의 순수하고 텅 빈 형식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 시간이며, 차이의 영원한 반복을 약속하는 미래-기억의 시간인 것이다.
    들뢰즈는 베케트 문학을 요약하는 에세이 「소진」에서 베케트의 문학을 가능성의 소진을 실행하는 문학으로 정의한 바 있다. 가능성의 소진은 잠재적인 것의 다른 이름이므로 우리는 들뢰즈가 베케트의 문학을 잠재성의 문학으로 정의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베케트의 텔레비전 드라마 ꡔ...한갓 구름 뿐...ꡕ, 그리고 무대극인 ꡔ오하이오 즉흥극ꡕ의 인물들을 가능성의 소진을 지켜보는 증인, 혹은 ‘차이 그 자체’의 표현인 버추얼 이미지로 분석하고 그 아이온의 시간성을 논증함으로써 베케트 문학을 들뢰즈의 잠재적인 것의 문학적 표현으로 읽어내었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본 연구의 활용방안은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버추얼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들뢰즈의 문학론 및 들뢰즈와 베케트의 상호연관성에 대하여 보다 더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문학 비평적 관점에서 들뢰즈를 이해하려면 프루스트와 카프카 등과 더불어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베케트 문학에 대한 접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 기대효과는 시간이라는 매개변수를 통해 발생하는 베케트와 들뢰즈, 그리고 베르그송 사이의 풍부한 ‘상호텍스트성’의 발견이다. 베르그송, 프루스트, 베케트, 들뢰즈 이 네 사람을 시공을 초월해 한 그룹으로 묶어주는 것은 바로 ‘시간’에 대한 사유라고 할 것이다. 베르그송과 연대하는 들뢰즈의 현재와 동시적으로 공존하는 과거(과거 일반), 버추얼 이미지 등에 대한 설명은 베케트 문학에 나타난 ‘시간’에 대한 철학적 논리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들뢰즈의 철학을 통해 ‘잠재성의 문학론’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잠재성의 문학은 서사기법, 인물의 미학적 기능, 문학의 시간성, 언어의 새로운 영역 등을 통하여 문학 전체를 새로운 개념적 구조로 재편성한다.

  • 색인어
  • 베르그송, 들뢰즈, 베케트, 버추얼, 잠재적인 것, 순수과거, 가능성의 소진, 포함적 이접, 거짓된 것의 역능, 미학적 인물, 이미지, 시간의 두번째 종합, 시간의 세번째 종합, 영원회귀
  • 연구성과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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