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 범죄학 연구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연구의 결과 중 하나는 범죄가 도시의 특정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의 이론적 뿌리는 시카고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빈곤, 주거불안정성, 그리고 인종적 이질성과 같은 ...
지난 수십 년간 범죄학 연구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연구의 결과 중 하나는 범죄가 도시의 특정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의 이론적 뿌리는 시카고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빈곤, 주거불안정성, 그리고 인종적 이질성과 같은 지역사회의 구조적 특성이 지역사회의 사회해체를 가져와 범죄가 빈발한다는 Shaw와 McKay의 고전적인 사회해체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많은 연구들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논의가 발전하여 범죄학에서 생태학적 범죄학 연구의 영역을 형성하였다(Bursik & Grasmick, 1993; Shaw & McKay, 1942; Sampson et al., 1997).
수정된 사회해체이론이라 불리며 고전적인 사회해체이론을 보다 발전시킨 최근의 생태학적 범죄학의 논의들은 지역사회의 구조적인 요인들이 어떻게 지역에 따른 범죄율의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지역사회의 집단적 통제능력이라는 개념에 기초하여 논의하고 있다(Bursik & Grasmick, 1993; Sampson et al., 1997; 2002). 수정된 사회해체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지역 주민들 간의 인간적 교류와 지역사회 조직의 활성화가 지역의 일탈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집합적인 능력을 만들어 내며 이러한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지역사회의 구조적 특징과 범죄의 관계 중간에서 매개변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Belliar, 1997; Bursick & Grasmick, 1993; Sampson, 1988; Sampson et al., 1997; 1999). 지역사회의 집합적인 통제능력이라는 개념은 비공식적 사회통제, 지역사회의 유대, 지역사회의 애착, 사회자본, 인적네트워크, 지역사회조직 참여, 집합적 효율성, 지역에 대한 책임감의 공유 등과 같은 다양한 용어들로 불리고 있으며 개념의 명확한 정의와 차별성이 문제시되기도 한다(Taylor, 2002).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된 사회해체이론의 논의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지역사회의 범죄문제가 범죄자 개인의 특성이나 범인성의 문제라는 기존의 미시적인 범죄학적 접근을 지역사회의 인적교류와 집합적인 범죄통제라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해석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범죄발생의 거시적인 접근이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미국 등에서 주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연구들에서는 수정된 사회해체이론을 검증하는 연구들이 많지 않다. 국내 연구자들이 지역사회와 범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 같은 주제를 많이 다루지 않는 이유로는 첫째, 가용데이터의 수집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범죄율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구조적인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센서스 데이터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집 될 수 있는 설문조사가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에 연구 데이터의 수집이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기존 미국의 연구에서도 수십 년간 사회해체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의 수집이 어려워 이론적 논의의 발전과 통계적 검증이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Sampson & Groves, 1989).
두 번째로 지역사회와 범죄를 연결 짓는 연구가 미흡하였던 이유로는 범죄자들의 범죄행위의 원인을 설명하고자 하는 미시적인 범죄학 이론들(사회학습, 일반긴장, 자기통제, 낙인, 사회유대, 등)이 범죄학 연구의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미시적인 범죄학 이론들의 검증은 개인수준의 데이터의 수집만으로도 가능하기에 연구의 편의성이 높고 통계적 유의미성의 증명 역시 용이하였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거시적인 범죄학 연구는 미시적인 범죄학이론의 검증에 비하여 통계적인 고려점이 매우 많은 편이며 통계적 오류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 연구의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많은 연구들이 통계적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하였고 실제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현재에 와서는 국내에서도 지역사회와 범죄의 관계를 검증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의 목적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수정된 사회해체이론의 주장을 국내에서 검증하는데 있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에서는 지역사회의 구조적인 특징인 빈곤과 지역사회의 주거불안정성이 지역주민들의 사회적 교류, 유대, 지역사회조직에의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지역주민들 간의 물리적 정서적 교류가 지역사회의 비공식적 사회통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의 비공식적 사회통제가 지역사회의 범죄피해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의 최종 연구모델은 지역사회의 구조적인 특징이 지역주민들의 사회적 교류와 지역사회조직에 영향을 주어 지역사회의 비공식적 사회통제능력의 차이를 가져오게 되어 지역사회의 범죄피해의 차이를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