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는 기억 장해가 특징이다(Halligan, Clark, & Ehlers, 2002). PTSD의 핵심 증상이 “불수의적 디스트레스”와 급격히 빠져드는 “외상에 대한 통제할 수 없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이하게 생생한 기억은 다양한 감각 형태로 경험되며, 일반적으로 전체 사건으로 ...
PTSD는 기억 장해가 특징이다(Halligan, Clark, & Ehlers, 2002). PTSD의 핵심 증상이 “불수의적 디스트레스”와 급격히 빠져드는 “외상에 대한 통제할 수 없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이하게 생생한 기억은 다양한 감각 형태로 경험되며, 일반적으로 전체 사건으로보다는 단편적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기억은 흔히 외상을 경험할 당시 있었던 것과 유사한 지각적 단서에 의해 촉발된다. 그러나 반대로, PTSD를 가진 사람은 동시에 외상 사건을 의도적으로 회상하는 데 문제를 경험할 수도 있다. 외상 기간 동안 일어난 사건의 순서가 무시되고, 경험의 의미 있는 부분 또는 부분들에 대한 기억상실이 일어날 수 있다. PTSD의 이러한 임상적 특징은 그 기저에 인지적 편파가 작용함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일단 “평가와 기억 처리”라는 인지적 취약성이 활성화되면, 과거 외상이 현재 위협이라는 지각에 이어 침투와 다른 재경험 증상들, 각성 증상, 불안 및 다른 정서 반응이 뒤따른다.
Ehlers와 Clark(2000)은 PTSD에서 나타나는 불안한 감정이 부정적인 평가의 결과로 보았다. 부정적인 평가는 광범위하고 다양한데, 외상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후유증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상 이전부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지나치고 경직된 신념이다. 신념은 지나치게 긍정적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부정적일 수 있다. 지나친 긍정이나 부정적 신념 모두 부정적인 평가에 몰두하도록 이끈다.
정보처리(기억과정)의 문제도 PTSD 발현에 중요한 요소이다. 기억과정은 부호화, 파지, 그리고 인출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부호화가 PTSD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PTSD가 있는 사람들은 외상 당시에 개념적 처리(상황에 포함된 의미를 처리하고, 의미를 조직화된 방식으로 처리하며, 의미를 맥락 속으로 위치시키는 것)를 하지 못하고, 대신 주로 자료 중심적 처리(감각적 인상에 근거한 처리)를 한다. 부호화 단계에서 자료 중심적 처리를 하게 되면서 기억이 조직화 되지 못하고, 단편적이 되며, 이후 의도적으로 회상하기 어렵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외상 상황에 포함된 의미를 조직화된 방식으로 처리하지(개념적 처리) 못하고, 감각적 인상에 근거해 처리(자료 중심적 처리) 할 때 PTSD로 발전한다.>는 인지적 취약성-스트레스 모델에 근거해 구제역 PTSD의 발현을 다음과 같이 가정하고, 이를 검증하고자 한다. 감염되지도 않은 수많은 가축을 생매장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 중에서
1) 자신의 행위와 이런 작업 상황에 대해 부정적이고, 이런 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으며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2) 살 처분이 구제역 확산을 막고 종식시키기 위한 것임(개념적 처리)에도 불구하고 생매장 당하는 가축의 울부짖음과 처참한 모습 같은 감각적 인상에 근거해 기억을 처리(자료 중심적 처리)하는 인지적 편파가 있는 사람들이 PTSD를 더 많이 경험할 것이다.
연구 대상은 강원도의 구제역 발생지역(횡성, 화천, 원주, 춘천 등)에서 가축 살 처분을 받거나 살 처분에 참여한 농민, 농장 인부, 지자체공무원, 굴착기 기사, 자원봉사자 등 약 100명이다. 이들을 매몰집단으로 지칭한다. 비매몰집단은 같은 구제역 발생 지역에 거주하면서 매몰집단과 연령, 성별, 직업, 교육수준에 상응하고, 살 처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 100명을 대상으로 한다.
연구 대상자의 인지적 취약성, PTSD 및 기타 심리적 문제는 질문지와 기억검사의 방법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본 연구에서 사용할 도구는 간이정신상태진단검사(SCL-90-R), 한국판 사건충격척도 수정판(IES-R-K), 외상후 인지 질문지(Posttraumatic Cognitions Inventory; PTCI), 그리고 한국판 캘리포니아 언어학습검사(Korean-California Verbal Learning Test; K-CVLT)를 사용할 예정이다. 질문지와 기억 검사는 면담, 질문지 작성 방법, 그리고 인지기능검사 수행에 필요한 교육을 받은 심리학과 대학원생들이 개별적으로 실시한다. 자료는 매몰집단과 비매몰집단 간 심리적 문제, PTSD 증상, 부정적 신념 및 기억수준의 차이를 t-검증으로 비교한다. PTSD군과 비PTSD군을 구분하는 가장 영향력이 있는 위험 요인(성별, 나이, 교육 수준, 비합리적 신념)을 확인하기 위해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사용한다. 부정적인 인지 평가와 부호화에서 자료중심적 처리 즉, 계열적 처리가 PTSD 증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해 중다회귀분석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