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연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광범위한 연구대상에서 무엇을 일차자료로서 선정하느냐라고 하는 기준이다. 또한, 종래의 실증론적 방법론은 일본연구의 표층적인 자료만을 분석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신하여 고도의 학제적(interdisciplinary) 지식을 바탕으로 ...
일본연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광범위한 연구대상에서 무엇을 일차자료로서 선정하느냐라고 하는 기준이다. 또한, 종래의 실증론적 방법론은 일본연구의 표층적인 자료만을 분석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신하여 고도의 학제적(interdisciplinary) 지식을 바탕으로 문화의 총체를 하나의 텍스트로 보고 그것을 해독하는 방법을 취하고자 한다.
우리의 춘향전과 비견할 만한 일본의 국민극「추신구라」. 이 연극은 일본근세 에도시대의 충격적인 사건(47인 사무라이의 복수극)이 소재가 되어 구성된 픽션이다.
「추신구라」의 이름이 세간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1748년 오사카(大坂)에서 인형극(人形淨瑠璃)으로 初演되었던 『假名手本忠臣藏』이래의 일이다. 곧이어 에도에 와서는 가부키(歌舞伎)의 기사회생의 묘약으로 칭송될 만큼 인기최고의 연극(芝居)이 되었으며 현재도 그 모습은 각 문화장르를 통해서 다채롭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신구라」현상은, 일본문화와 일본문학을 특히 일본의 劇文學을 연구하는 외국의 인문학도에 있어서는 매우 값진 연구자료임에 틀림없다.
「추신구라」는 서민층에서 엿본 사무라이의 세계, 義理와 人情, 충의와 의무라는 질곡에 숨가빠하는 에도인의 모습 등을 재현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대서사시의 참모습은 역사의 풍진 속에 파묻혀 수많은 수수께끼를 남기고 있다. 일본근세의 평화롭고 화려한 시대를 배경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의 빛과 그림자, 그것을 둘러싼 인간군상이 여러사람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어떠한 불경기 속에서도 「추신구라」를 상연만 하면 관객이 모여드는, 일본인의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일본문화의 큰 기둥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일본문학계에서는 일본문화와 극문학에 커다란 비중을 두고 연구되고 또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추신구라」의 지평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일본을 연구하는 우리의 입장에 있어서는 「추신구라」연구를 너무 등한시한 감이 없지 않다.
본 연구에서는 「추신구라」라고 하는 古典의 文化遺産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고전에서 파생된 보다 다이내믹한 문화현상들을 에도문화 전반에 걸쳐 분석한다. 특히, 인형극으로 출발한 「추신구라」가 각 시대를 통해서 어떻게 재현(representation)되었는지 그 양상들을 밝혀 일본문화 ?총체적인 모습을 조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