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역사와 기억의 종합, 그리고 역사 연구와 문화 연구의 접합에 있다. 그것이 본 연구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한다. 우선 역사와 기억을 종합하려는 시도는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를 핵심 연구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우선 본 연구 ...
본 연구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역사와 기억의 종합, 그리고 역사 연구와 문화 연구의 접합에 있다. 그것이 본 연구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한다. 우선 역사와 기억을 종합하려는 시도는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를 핵심 연구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우선 본 연구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청산해야할 과거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물음은 두말할 나위 없이 독재와 식민지배의 역사에 대한 구명을 통해 답할 수 있다. 그리하여 본 연구는 구미 열강의 식민지 통치, 그리고 20세기에 등장한 다양한 형태의 독재정권 아래 자행된 억압과 탄압, 인권유린과 대량 학살 등 갖가지 반인륜적 행위의 실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본 연구가 주목하는 또 다른 문제는 과거청산을 둘러싼 논의와 청산 작업의 실제 내용이다. 식민지배와 독재체제의 종식 이후 진행된 과거청산 노력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은폐, 호도되어 왔던 과거의 진상과 그에 대한 책임문제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과거청산과 직접 관련된 가해자와 피해자, 처벌과 배상, 집단 책임과 개별 책임, 정치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에 관한 논의와 아울러 과거 청산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면모를 살피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가 제기하는 문제는 역사적 경험과 집단적 정체성의 상호 관련성이다. 다시 말해 청산되어야 할 과거가 직접적인 당사자들뿐 아니라 한 사회 구성원 전체의 집단 기억과 어떻게 관련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제기 아래 본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기념일, 기념물, 기념행사 등의 각종 상징과 의식(儀式), 혹은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 문화와 예술활동에 나타난 기억의 보존과 처리방식 등이다. 이러한 것들은 한 사회의 역사의식이 어떻게 현실에 대한 인식,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과 결부되는지 잘 보여줄 것이다.
이처럼 역사와 기억이라는 과거청산의 두 측면을 결합하고자 하는 본 연구과제는 방법론에서도 통합을 추구한다. 이 연구를 위한 방법론으로서는 우선 학제간 연구의 방식을 들 수 있다. 이 기획의 의도가 과거청산의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한 사회의 문화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까지를 밝히려는 것인 만큼, 바로 여기에 역사 연구와 문화 연구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예컨대 문학 작품, 특히 소설 및 그와 유사한 서사 구조의 이야기들은 일상 기억이 응축되어 표현되는 대표적 공간이며,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기억은 그것이 유년 시절의 기억이건 투쟁의 기억이건 과거의 청산과 새로운 전망의 형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기억에 대한 연구에 아주 중요하다.
둘째, 비교 방법론이다. 여기서 다루는 사례들이 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지역을 망라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비교가 가능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과거청산이 국가별 혹은 문화권에 따라 어떻게 달리 진행되었으며, 또 어떻게 서로 다른 기억문화를 만들게 되었는지를 밝힐 것이다. 여기에서는 특히 문학이 그 형상화의 특성과 방법의 보편성으로 인해, 중요한 비교의 대상이다. 이와 더불어 주제에 따른 비교, 곧 식민지 지배, 전쟁, 독재체제, 인종갈등 등의 주제에 따른 비교도 행해질 것이다.
셋째, 현지 조사방법이다. 이 연구주제인 과거청산의 문제는 거의 20세기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그 사건의 직접 당사자들이나 책임자들이 생존해 있는 경우도 많고, 특히 과거청산작업에 직접 참여한 시민단체나 기관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그들의 경험을 직접 들어보거나, 혹은 대담이나 구술채취를 통한 직접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당사자들의 경험뿐만 아니라, 문서고의 사료를 분석하는 것, 기념비 건립, 추모의식, 집단기억의 형성 등 후대 기억문화 전반에 걸친 연구도 포함된다.
각국에서 진행된 과거청산의 중요한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선 독일 연구는 나치와 구 동독 독재정권의 청산을 다룬다. 홀로코스트는 과거청산에서 빠질 수 없는 사례에 속하고, 구 동독에 대한 연구는 통일 이후의 과거청산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러시아는 스탈린 독재에 대한 청산작업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에 나타난 정체성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것은 또한 사회주의권의 청산이라는 점에서 동독의 역사청산과 비교, 검토되어야 할 대상이다. 프랑스 연구는 비시 정부 및 대독협력과 관련된 부역자들의 청산작업을 다룬다. 아직도 친일파의 논란이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이는 특히 관심을 끄는 사례이다. 프랑스 구 식민지 연구는 프랑스의 해외 영토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문화정체성을 추구하는 서인도제도와 독립을 쟁취했으되 프랑스와 여전히 정치적, 문화적 갈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