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송대 유학에 미친 불교의 영향:
송대 유학의 형성 과정에서 도남학파(道南學派)와 호상학파(湖湘學派)에 나타난 불교의 영향을 살펴보았다. 특히 주자가 이들 학파의 사상을 불교 논리라고 비판한 내용을 살펴보았다. 첫째, 도남학파가 ‘미발체험이 곧 중이고 성’이라는 학 ...
1. 송대 유학에 미친 불교의 영향:
송대 유학의 형성 과정에서 도남학파(道南學派)와 호상학파(湖湘學派)에 나타난 불교의 영향을 살펴보았다. 특히 주자가 이들 학파의 사상을 불교 논리라고 비판한 내용을 살펴보았다. 첫째, 도남학파가 ‘미발체험이 곧 중이고 성’이라는 학설을 지지하게 되는 경위를 살펴보고, 이것과 선(禪) 불교, 특히 묵조선(黙照禪)과의 유사성을 찾아보았다. 도남학파가 말하는 ‘정좌(靜坐)에 의한 미발(未發)의 중(中)의 체인’이라는 방법이 선 불교의 좌선입정의 방법, 즉 묵조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둘째, 호상학파에서 ‘인(仁)’을 불교의 ‘각(覺)’으로 해석하게 되는 경위를 살펴보고, 이것과 간화선(看話禪)의 유사성을 찾아보았다. 호남학파의 인에 대한 해석은 지각을 성(性)으로 보는 것이므로, ‘작용이 바로 성이다(作用是性)’는 불교적 논리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셋째, 주자가 도남학파와 호상학파를 불교 논리라고 비판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도남학, 호상학 모두 선 불교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송명대 철학의 핵심에는 이렇게 ‘중화(中和)’ 문제가 핵심적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송대 주자학 이론을 검토해 본 결과 송대 성리학의 中和 문제는 불교와 밀접한 상호관련을 맺으며 발전되어 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2. 명대 유학에 미친 불교의 영향:
양명 및 양명후학들과 불교와의 관련성을 차례로 다루어봄으로써 명대 심학에 미친 불교의 영향을 살펴보았다. 진헌장은 주자학의 격물치지와 심성 이원론을 비판하면서 ‘체인천리(體認天理)’와 심성일원적 사유구조를 선보였다. 그 사상적 근원은 도남학파의 ‘묵좌증심(黙坐澄心)’, ‘체인천리’에 있었고, 불교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면서 시작되었다. 담감천은 명도와 연평의 미발 공부와 상산의 이발 공부의 종합으로 ‘체인천리’에 ‘수처(隨處)’라는 말을 첨가하여 ‘수처체인천리’를 말하였다. 이는 양지 본체가 미발과 이발로 구분되지 않으며, 중(中)이나 적(寂)으로 말하여지는 양지의 본체와 미발지중(未發之中)의 본체가 같다는 의미이다. 양명은 마음을 무념 상태로 보면서 객관 대상을 마음에 포섭시켰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불교의 공(空)과 같은 개념이다. 양명 후학들은 양명의 종지가 어디에 있는가를 두고 논변을 벌였다. 대표적 예가 섭쌍강과 왕용계의 논변이다. 섭쌍강은 생각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미발의 중을 획득하는 공부가 있어야 한다는 ‘허적치수(虛寂致守)’를 말하였다. 왕용계는 양지(良知)를 미발과 이발의 총체로 말하는데, 따라서 심성정의 구분도 무의미해지며 오직 양지를 실현하는 치양지만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발의 중을 찾는 수증의 공부가 필요 없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양지가 드러나는 ‘당하현성양지(當下現成良知)’가 성립된다. 둘 다 자신의 논리를 세우는 데서 불교의 논리를 끌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현대신유학에 미친 불교의 영향:
담사동(譚嗣同), 장태염(章太炎), 웅십력(熊十力)으로 이어지는 불교와 유학의 결합 양태를 찾아봄으로써, 현대신유학 형성에 미친 불교의 영향을 살펴보았다. 우선 담사동이 유학의 인(仁)을 천지 만물의 근원으로서 ‘유심(唯心)’이고 ‘유식(唯識)’이라고 하여 양명학과 유식 불교를 결합한 논리를 살펴보았다. 그는 특히 <대학>을 유식 불교의 경전으로, 주자학을 화엄 불교의 실용화로까지 파악하였다. 『대학』의 8조목과 유식 불교의 사지설(四智說), 화엄 불교의 사법계(四法界)를 연결시켜 유학적 사유와 불교적 사유를 결합하려고 시도하였다. 담사동 철학은 양명의 심학을 받아들여서 유학, 불교를 결합하는 장태염 철학을 거쳐 현대신유학의 철학적 기초를 제공한 웅십력 철학으로 이어졌다. 웅십력은 <신유식론>을 통하여 유식 불교는 서양철학과 유사하며 중국의 정통사상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천태, 화엄, 선 불교 등 중국 불교가 중국 고유의 유학 정신과 부합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한 논리를 통해 불교와 유학을 꿰뚫는 동양적 사유 구조의 핵심이 ‘성선론적 사유 구조’임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