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사를 포함한 한국문화에 대한 학문의 생산과 교육은 국내, 외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서구영어권에서의 한국학이 세계의 한국학계에 큰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따라서 국내의 한국학 연구자들은 외국학계의 이론과 연구성과를 소화하여 자기 ...
사상사를 포함한 한국문화에 대한 학문의 생산과 교육은 국내, 외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서구영어권에서의 한국학이 세계의 한국학계에 큰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따라서 국내의 한국학 연구자들은 외국학계의 이론과 연구성과를 소화하여 자기교정을 시도해야 함은 물론, 그들의 오류와 왜곡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알려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본 연구는 국내의 한국학자들이 구축한 성과를 세계에 알리고 외국 한국학계의 정당한 비판을 수용하여 한국학의 논리를 가다듬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국내의 한국학계에 필수적인 외국 학계와의 만남과 공동연구를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아시아인구가 증가하고 아시문화가 공존함으로써 국제적인 정치경제, 종교, 문화 등의 교류중심 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캐나다 벤쿠버 소재의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의 아시아연구소와의 공동연구는 우리의 연구성과와 목표를 해외 한국학계에 알리고, 나아가 그들의 연구방향과 특질을 이해하면서 국내외 한국학계를 회통시키는 목표를 이루기에 대단히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단절된 독립 분과학문의 방법론과 그 성과에 대한 반성과 비판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닐 정도로 이미 공론화되어 있지만, 막상 통일된 주제로 학문을 종합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우리는 조선후기 사상사 혹은 문화사의 흐름을 "절대자와 개인의 관계 양상"이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역사학, 철학, 종교학의 방법론으로 공동 접근하고자 한다. 사실, 조선후기 사상사의 문제는 곧 철학사의 문제로 한정될 수 있고, 또 절대자와 인간의 관계 규정은 종교학만의 영역으로 치부될 수도 있으며, 실학의 문제는 역사와 철학이 분리된 채 다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기존에 별개의 대상과 영역을 설정하고 독특한 주제와 방법으로 관심을 가져온 조선후기 정신사의 흐름을, 동일한 주제를 따르면서도 연구대상과 방법을 종합시키는 학제간 연구를 모색하고, 이를 국내외 학계에 공표함으로써, 국제적 연구이면서도 학제적인 연구의 진정한 시도가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것이라 기대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그간 단편적인 이해에 머물렀던 성리학의 문제, 실학의 문제, 동학 등 신종교의 문제 등을 인문학적인 차원에서 통합시킬 수 있으므로 역사학, 철학, 종교학, 교육학을 비롯한 제학문의 영역에서 조선후기의 사상사적, 정신사적 흐름을 통찰할 수 있는 독서의 기초로 활용되리라 기대한다. 그간 우주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리학적 논의는 철학의 분야에서, 제도와 사회 체계에 대한 실학의 저작은 역사학에서, 초월적인 물음과 실천적인 행동양식에 대해서는 종교학 분야에서 각각 서술해왔으므로, 전통시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통로는 한마디로 난맥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가 추구하는 목표가 4편의 논문으로 완결된다면, 문학, 역사, 철학, 종교, 교육학 등에서 골고루 활용될 수 있는 강의의 기초자료와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외국의 한국학 강의에서 활용되고 있는 강의 및 연구 교재는 지극히 영성한 편이다. 특히 정치와 언어 분야를 제외한 정신사적 혹은 한국문화의 가치에 관해 소개하고 있는 교과서는 거의 부재하거나 있다고 해도 단편적이면서도 오류가 심한 상태이다. 본 연구는 한국의 정신문화, 종교문화, 사상사의 문제 등을 국내외 학계의 참여와 비판을 통해 완성될 것이며, 그 결과물은 아마추어리즘과 오리엔탈리즘에 빠져 있는 일부 영어권 학계의 강의와 연구수준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영어권에 소개될 것이다. 이는 한국문화의 가치와 정수를 보여주는 동시에, 외국의 학계와 대학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교과서의 완성이라는 한국학계의 희망과 목표를 위한 기초작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