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실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추구한 근대화는 남성적으로 재현되는 생산과 발전 이미지로서의 근대성이었다. 그것은 역동적인 활동과 발전, 무한한 성장에의 욕망과 동력, 부르주아 주체의 산업 생산과 합리화, 목적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합리적 개인인 남성의 근대적 ...
김은실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추구한 근대화는 남성적으로 재현되는 생산과 발전 이미지로서의 근대성이었다. 그것은 역동적인 활동과 발전, 무한한 성장에의 욕망과 동력, 부르주아 주체의 산업 생산과 합리화, 목적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합리적 개인인 남성의 근대적 욕망과 남성들의 연대를 수용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반면에 근대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수동적이고 비결정적인 근대적 행위와 소비 사회의 결과인 자유․쾌락․상상력 등은 한국의 근대화 프로젝트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범주로서 남성과 여성은 분리된 채로 근대화에 통합되어 갔다. 국가 방위와 산업 현장에서의 전사로서의 남성과 사회에 기여하는 모성으로서의 여성이 분리되어 근대적 맥락 속에 위치되었다. 조혜정에 따르면, 한국 사회가 경험한 산업화는 고독 경제 성장 위주의 압축적 근대화였고 서구에서 역사적으로 시간적 여유를 두고 경험된 근대화와는 달리 파행성이 심하게 드러난 것이었다. 이 파행성은 당연히 남성과 여성에게 그 경험의 폭을 달리 진행시켰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성별에 구분없이 지속적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해 왔지만, 해방과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근대화가 추진되면서 남성들에게는 국가재건의 중추적 역할이 일관되게 강조된 반면 여성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모성이 강조되면서 국가의 주요 변화 국면에 따라 다른 역할이 요구되었다. 남성다움의 획득과 근대화 사업은 긴밀한 관련성을 갖는다.
이렇듯 여성이 배제되고 여성적인 것이 억압된 가운데, 남성들은 조국 근대화 사업을 이끌어 나갈 주체로 호명된다. 특히 물질적으로는 서구화를 지향하되, 정신은 전통/한국적인 것을 지향해야 한다는 근대화 논리는 ‘국가 민족주의’와 ‘유교적 남성다움’을 덕목으로 한 가부장제를 탄생시킨다. 특히나 특수한 식민지적 상황은 민족/국가/가족의 수호자로서의 남성 주체를 강력하게 부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수자에 따르면 민족주의적 주체를 활용한 경제 기획인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민족적 자아’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발전주의/진보주의/제국주의 담론 속에 갇혀 왔다. 개인은 민족의 발전과 선진 사회로의 진입에 대한 소망과 함께 한국인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산과 발전의 주체인 남성들은 민족주의적 남성 주체로 호명된다.
이렇듯 남성성은 자본주의와 민족국가의 지배구조에 적합한 자질로 구성된다. 예컨대 의지력, 대담성, 목표지향성, 독립성, 폭력성, 비타협성, 지성 등의 ‘남성적 자질’들은 공적 영역의 사회적 생산에 적합한 것으로 간주되어지며, 이는 자본주의적 재생산에 노동자 계급 남성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예의 남성적 자질들은 남성을 민족 국가를 이끌어 나갈 주체로서 위치 짓는데, 이 또한 국가 간의 전쟁과 같은 민족국가 정치에 남성들을 자발적으로 동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요컨대 남성성의 효과적인 구성과 통제는 현대 사회의 지배구조가 유지되어 나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기제가 되었다.
이렇게 볼 때 민족의 특수한 신식민지적 상황을 소재로 한 70년대의 일련의 소설에서 남성다움이 강렬하게 부각되는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니다. 폭력, 용기, 의지적 정신, 가족과 민족의 수호 등 남성성의 여러 요소들을 내러티브의 중심에 두는 소설들은 남성성이 구성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재현물들이다. 민족의 문제를 내러티브의 차원애서 직접적으로 혹은 징후적으로 제시하는 작품으로 천승세의 「황구의 비명」, 조해일의 「아메리카」, 송기원의 「경외성서」, 신상웅의 「분노의 일기」, 이문구의 「해벽」 ꡔ관촌수필ꡕ,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박영한의 ꡔ머나먼 쏭바강ꡕ, 황석영의 「몰개월의 새」, 「낙타누깔」, 조정래의 「미운 오리새끼」, 이청준의 「서편제」 연작, 문순태의 「징소리」 연작 등 여러 작품을 들 수 있다. 이들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민족의 식민화된 현주소를 인식함으로써 남성 주체가 강인한 남성성을 획득해 가는 과정을 보여 주거나, 민족의 기원으로서의 아버지 혹은 전통과 정신의 아버지-남성상을 보여준다. 이 중 외세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의 공통점은 남성성이 서사의 발단부에서 손상된 형태로 제시되다가 서사가 전개되면서 강력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남성들의 자존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사건이 주로 이민족의 침범, 특히 외세에 의한 여성의 육체적 훼손으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권명아가 지적한 바 있듯이 이렇듯 민족사가 여성의 수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