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교과 교육은 교과와 교육의 결합 즉, 내용과 형식의 결합으로 인식되어왔다. 교과중심주의를 내용에 주목하는 관점으로 보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교과 전문가들 역시 교과 내용의 선정과 조직에 일차적인 관심을 갖고, 방법과 평가 ... 
          
          
            전통적으로 교과 교육은 교과와 교육의 결합 즉, 내용과 형식의 결합으로 인식되어왔다. 교과중심주의를 내용에 주목하는 관점으로 보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교과 전문가들 역시 교과 내용의 선정과 조직에 일차적인 관심을 갖고, 방법과 평가 등은 교육(또는 교육학)으로부터 차용된 것으로서 교과 내용을 학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간주되어 왔다. 교과 전문가들 중에는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교과 교육학의 정체성 즉, 교과 교육학의 학문으로서의 가능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 방식은 교과 교육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확보함에 있어 한계에 직면한다. 이러한 사고 방식을 사회과 교육에 적용할 경우, 정치, 경제, 역사, 지리 등과 같은 교과 내용은 사회과학의 소유권에 속하고, 교사론, 방법론, 평가론, 등은 교육학의 소유권에 속하는 것으로서, 사회과 교육은 단순히 사회과학 지식을 교육하는 것으로 규정되고, 결과적으로 사회과 교육으로서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사회과학과 교육학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경제교육, 정치교육, 지리교육, 역사교육 등의 이름 하에 사회과 교육으로서의 정체성을 조심스럽게 그리는 입장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 입지를 확보할 수 있으려면 다음과 같은 가정적 문제에 답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서 이념적 상황(Ideal Situation)을 가정해 보자. 정치학을 잘 알고 있는 사람(A), 교육학 내지는 가르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B), 그리고 두 가지를 모두 잘 알고 있는 사람(C)을 가정하자. 형식 논리에 따른 다면, A는 B가 부족하고, B는 A가 부족하며, C는 모두를 충족한다. 그래서 C에게서 정치 교육의 정체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C는 A와 B의 합산적 조합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 교육은 A나 B 또는 A와 B의 합산적 조합에 의존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가정에서 벗어나, 정치 교육을 잘 하는 또는 잘 할 수 있는 이념형으로서 D를 상정할 때, D는 어떤 내용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구함에 있어 A와 B의 합산적 결합형인 C와는 달리, 학습자의 외부에서 주어지는 목적에 의존해서 그 목적에서 따라 나오는 내용 및 방법을 순차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C가 이에 해당함), 학습자가 생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잠재력으로서의 정치 능력(또는 정치 학습 능력)이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이에 근거해서 학습 내용을 연역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이해(Interest)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권력 수단을 확보하고 행사하는 능력을 생래적인 정치 능력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정치 학습 능력으로 환원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다음에 이러한 정치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학습 소재(학습 내용이 아님)와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 정치학과 같은 사회과학의 요구 즉, 학습자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내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D와 같은 교사에게 있어 정치학 지식이나 교육학 지식은 정치 교육의 부차적인 자료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될 뿐이다. C에서와 같이 정치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정치학과 교육학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학습자의 정치 학습 능력에 의존하는 가운데 부차적으로 교육학의 일반적인 방법적 원리를 참고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교육 방법 개념과 차별화하자면 학습 능력으로서의 학습 방법 개념으로 대체할 수 있다. 즉, 교육 방법의 개념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인지 심리와 관련되는 데 비해, 정치 학습 능력으로서의 학습 방법 개념은 학습자의 정치 능력과 관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과 교육의 정체성은 모학문으로서의 사회과학에 의존하는 것을 거부한다. 사회과학을 전제하고 사회과 교육이 따라나오는 것으로 보는 한 사회과 교육의 정체성은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왜 사회과 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사회과 교육의 존재 근거와 교과 내용, 그리고 학습 방법을 사회 현상과 관련된 생래적인 학습 능력에 종속시킴으로써 정체성의 대안을 추구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는 일차적으로 사회과 교육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즉, 사회과 교육학에 관한 기존의 여러 관점들을 기술적으로 분석(Descriptive Analysis)하여 이러한 연구들이 전제하는 사회과 교육의 정체성을 비판적으로 논의하는 한편, 사회과 교실 수업 및 사회과 교사들의 인식 등에 관한 현상적인 해석을 통해 사회과 교육의 재개념화를 모색하는 데 연구 목표를 설정하기로 한다.